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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논문 투고기] Maybe next year.
Bio통신원(뉴로)
지난 연재에서 학회에서 제가 어떻게 해왔는지 적어왔습니다.
질문하고 우리의 셀럽인 노벨상 수상자들과 사진 찍는 거야 학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제 논문과 관련된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물어보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했습니다. 어쩌면 그 연구자에겐 일급 기밀일 수 있었으니까요.
학회가 아침 9시부터 시작이긴 했지만 긴장이 돼서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제대로 잠은 못 잤지만 정신은 말짱한 채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백마역에서 내려 88A번 버스를 탈 때까지 질문을 어떻게 베일러 교수에게 할지 접근할지 고민하면서 갔습니다.
더욱 불안했던 것은 88A번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정신이상자가 버스에 테러를 하겠다고 혼잣말을 계속하기에 질문도 못하고 죽나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재수가 유난히 없는 날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테러는 안 하고 중간에 나가더군요.
액땜한 거라 마음을 추스린 채 국립암센터 국제회의장을 가서 현장등록을 했습니다. 홀에 들어가니 그 넓은 홀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고 저와 함께 연구하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뉴로 :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KIST-A : 안녕하세요. 뉴로 선생님도 오늘 베일러 교수님 강의 보러 왔나 보네요?
뉴로 : 예 아무래도 중요하니까요.
잡담을 조금 하던 도중에 사회자가 시작을 알렸고 NCI의 Henry Rodriguez의 CPTAC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발표 때 인도인 교수님이 제 프로젝트와는 비교가 안되는 샘플 수로 분석한 연구에 대해 발표를 시작했고 ‘아 빨리 내야겠다’는 초조감이 엄습해오더군요. 다행히, 제 연구방향과 살짝 달랐지만 연구는 언제 어디서 겹쳐질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순식간에 세션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됐습니다.
베일러 교수는 순식간에 학회 관계자들과 어디론가 가버려서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했기에, 암센터 1층의 햄버거집에서 10분 만에 먹고 학회장 앞에 있던 무료 커피와 쿠키만 마시면서 30분은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베일러 교수가 들어오더군요. 교수들에게 둘러싸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기회만 엿보다가 2차 세션이 시작되기 10여 분 전에 그를 잠깐 불러 세웠습니다.
뉴로 : Hello professor Baylor. I am Neuro and a Ph.D student in AA university.
(안녕하세요 베일러 교수님, 저는 뉴로이고 AA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입니다.)
Bay : Hi.
순간적으로 바로 질문에 들어가는 것보단 밑 작업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고 저는
뉴로 : I am an academic fan of you. Can I take a picture of you?
(저는 당신의 학문적 팬입니다.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될까요?)
Bay : …… Ok.
베일러 교수는 잠깐 황당하단 표정을 짓다가 승낙을 했습니다.
의도는 달랐지만 학문적 팬인건 사실이었습니다. 그의 연구실에서 나온 2014년 논문부터 다 읽어왔으니까요.
뉴로 : Three, two, one. Thank you.
2시간 정도 흘러 그의 발표까지 끝나고 내가 당신의 학문적 팬임을 보이기 위한 질문을 하려 했지만 사회자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다음 발표자에게 넘겼습니다.
그래서 심포지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나갈 준비를 하는 베일러 교수에게 찾아갔습니다.
뉴로 : Your talk was so great. I have two questions for your study.
C 교수 : 어 뉴로 학생 왔네. He is a smart student. Ha Ha.
뉴로 : 안녕하세요. C 교수님. Dr. Baylor, you identified a potential regulator of RB1 using network approach. Was there no network bias? How did you reduce the noise?
(베일러 교수님, 당신은 네트워크 방식을 이용해 RB1의 잠재적 조절자를 찾아냈습니다. 네트워크 편향 문제와 노이즈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Bay : Good question. This problem …
질문은 그의 논문을 읽고 이미 상당히 준비했던 것이기에 좋은 질문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2번째 질문까지 마친 후 드디어 본 질문에 들어갔습니다.
뉴로 : Actually, I am studying colorectal cancer and glioblastoma to find therapeutic targets. Your data is very useful for my research. I wonder when glioblastoma data will be accessible.
(사실 저는 대장암과 교모세포종을 연구해서 치료 표적을 찾는 중입니다. 당신의 데이터는 매우 유용합니다. 교모세포종 데이터는 언제 나올까요?)
Bay : My colleagues are working on it. As far as I know, their paper and data will be available soon. Maybe next year.
(내 동료들이 그거에 대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들의 논문과 데이터가 곧 이용 가능해질 것입니다. 아마 내년.)
원하는 대답을 얻자 너무 기뻐서 thank you를 연발하고 자리를 나왔습니다.
백마역으로 가는 동안 제 교수님에게는 ‘내년에 나올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란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지도교수 : 내년이라….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거네. 논문을 좀 더 보강해서 올해 안에 좋은데 내도록 하죠. 수고했어요.
뉴로 : 감사합니다.
이 정도는 해야 미래의 내 논문 1저자로서 어떤 일을 한 거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뭔가 해냈다는 대단한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별거 아니긴 했지만, 내년에 나온다는 그의 말은 제 논문을 3달 정도 더 보강해서 제출하는 데에 분명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연재를 시작할 당시에는 제 논문 관련 프로젝트를 공개하기 어려워 설정을 바꿨습니다.
사실 제 논문은 유전단백체 연구 논문이고 대장암이 아닌 교모세포종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포지엄의 날짜는 9월이 아닌 6월이었다는 것을 밝힙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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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생명과학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bioinformatics를 접해 매일 컴퓨터에 앉아 있는 대학원생이다. 최대 고민은 커져가는 뱃살! 그리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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