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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백신접종 스케줄 변경 통한 물량부족 해소』의 과학적 타당성 논쟁
의학약학 양병찬 (2021-01-13)

In clinical trials, the two doses of the Pfizer/BioNTech vaccine were taken three weeks apart. This led to 95% efficacy against the COVID-19 virus

In clinical trials, the two doses of the Pfizer/BioNTech vaccine were taken three weeks apart. This led to 95% efficacy against the COVID-19 virus. iStock/Getty Images Plus / ⓒ The Conversation (참고 1)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백신공급 부족을 해소할 요량으로 ① 용량을 줄이거나 ②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증명된) 접종 스케줄을 변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꼼수의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과학자들은 '과연 위험을 부담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높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건 묘책(妙策)일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하버드 의대의 댄 바루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게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엄격한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불분명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지나친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자칫 뜻밖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30일, 영국 정부는 "두 번 접종하도록 설계된 화이자/바이오엔텍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접종 스케줄을 종전의 '3주 간격'에서 '12주 간격'으로 늘리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두 번째 접종 시기를 늦춘 것은, 감염사례가 급증하는 가운에 첫 번째 백신 접종의 수혜자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었다.

다른 나라(미국 포함)에서도 그와 비슷한 변경이 논의 되었다. 미국의 현행 정책은 '수혜자들에게 두 번째 접종을 보장하기 위해 물량을 비축한다'는 것이지만,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은 그 정책의 폐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초스피드 전략(Operation Warp Speed)」을 지휘하는 몬세프 슬라오위는 "모더나 백신의 경우,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것은 임상시험에서 고려되고 평가되었던 타당한 의문이다"라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스티븐 한 국장은 1월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말했다. "그러나, 현(現)시점에서 FDA가 승인한 용량이나 스케줄의 변경을 제안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입수 가능한 증거에 확고히 뿌리박았다고 볼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8일, "화이자백신의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접종 사이의 기간은 6주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우리의 권고는 영국이나 다른 나라의 조치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WHO 산하 「백신접종 전략자문단(Strategic Advisory Group of Experts on Immunization)」의 알레한드로 크라비오토 의장은 말했다. "그건 단지 우리가 보유한 증거에 기반했을 뿐이다."

추가접종 지연의 이점

많은 백신들은 두 번 이상의 접종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접종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특정 단백질에 대한 초기 면역반응을 촉발하고, 그 이후의 추가접종은 면역계의 기억세포(memory cell)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억세포가 생성되려면 통상적으로 수 주(週)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면역계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반응의 범위를 넓혀, '특정 단백질'뿐만 아니라 '약간의 변이 단백질'에도 반응할 수 있는 기억세포를 발달시킨다. "그렇다면, 추가접종의 효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라고 예일 대학교의 면역학자 이와사키 아키코(岩崎明子)는 말했다. "면역학적으로 말하면, 추가접종을 약간 늦추는 게 심지어 유리할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인간세포에 전달하는 '무해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백신의 경우, 추가접종의 시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위스타 연구소(Wistar institute)의 힐데군트 에르틀(면역학)은 말했다. "왜냐하면 인간세포는 배달받은 코드를 읽은 다음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 그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역계는 '무해한 바이러스 전달체'에 대한 항체까지도 만들 수 있다. 만약 그런 항체의 수준이 높을 때 추가용량이 접종된다면, 전달체는 화물을 배달하기도 전에 중화돼 버릴 수 있다.)

또한,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백신은 세포로 하여금 접종된 지 몇 주 후에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발현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면역계의 초기반응이 더디게 진행되어 기억세포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경우, 그 상태에서 추가용량이 접종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신이 기억세포를 보유할 때까지, 추가접종은 당신에게 아무런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에르틀은 말했다.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백신에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이 있다. 영국과 인도에서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1~3개월의 간격으로 두 번 접종되었다. 그리고 데이터에 따르면, 접종 간격이 길수록 효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이 접종 간격을 늘릴 예정이라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라고 에르틀은 말했다.

저항성에 대한 우려

그러나 에르틀을 비롯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과 같은) RNA 백신의 경우에는 접종 간격을 얼마나 늘려야 효능이 변화하는지 불분명하다고 한다. 그런 백신들은 바이러스에 의존하여 유전물질을 세포에 배달하지 않고, 세포로 하여금 접종 후 며칠 동안만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첫 번째 용량을 접종한 후 유의미한 예방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 달 이내에 두 번째 용량을 접종받았으며, 두 번째 용량을 접종받지 않은 극소수의 참가자들에서 면역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연구자들은 '긴 접종 간격이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뉴욕시티 소재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의 플로리아 크라머(면역학)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RNA 백신을 한번만 접종받은 사람들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항체를 만드는데, 그게 백신에 저항성을 갖는 바이러스 변이주의 등장을 조장할 수 있다."

저항성 바이러스가 등장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불투명하다. 예컨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SARS-CoV-2보다 신속히 변이하므로, 매년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나라면 위험을 부담하지 않겠다." 크라머는 말했다. "만약 한 나라가 도박을 걸었다가 실패한다면, 모든 백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진화 차단

그러나 모두가 신중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시카고 대학교 일리노이 캠퍼스에서 바이러스의 진화와 면역을 연구하는 세라 코비에 따르면, 자연감염의 경우에도 상당히 낮은 수준의 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1회 접종만으로 자연감염을 줄일 수 있다면, 저항성이 진화할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코비의 지적에 따르면, 설사 일부 변이주가 백신에 부분적인 저항성을 갖더라도,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체는 외래 단백질의 상이한 부분을 겨냥하는 항체들의 혼합체(mix of antibodies)를 만들므로, SARS-CoV-2처럼 느리게 진화하는 바이러스가 (감염능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항체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변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완벽하게 변이하더라도, 현재 파이프라인에 있는 '미래의 백신'들이 '미래의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에 대항하는 신무기를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변이주를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난센스다." 그녀는 말했다. "만약 나에게 판정을 내리라면, 나는 영국 정부의 손을 들어 주겠다."

"궁극적으로, 모든 나라들은 각각 나름의 필요성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크라비오토는 말했다. 그는 현재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는데, 1월 5일 현재 멕시코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10만 도스밖에 확보하지 못했으며, 몇 주 후 선적량이 증가함에 따라 물량이 추가로 확보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멕시코의 경우에는 접종 스케줄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감염사례를 줄여야 한다."
 

※ 참고문헌
1. https://theconversation.com/delaying-second-covid-19-vaccine-doses-will-make-supplies-last-longer-but-comes-with-risks-152672

※ 출처: Nature 589, 182 (202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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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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