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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과학읽기] 두 얼굴의 백신 (스튜어트 불룸 저, 추선영 역/ 박하)
Bio통신원(LabSooniMom)
2020년 에드워드 제너부터 시작되었던 백신의 역사는 코로나19에 대한 mRNA 백신으로 다시 쓰여졌다. 화이자/바이오 엔텍과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백신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처음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발걸음을 지켜봤다면 중간쯤에선 ‘정말?’이라는 의문을 갖다가 2020년 12월 영국과 미국의 긴급 승인을 보면서 ‘와!’하는 환호를 내질렀다.
2009년 신종플루처럼 짧은 시간 동안 타격만 주고 갈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처음 중국에서 발견된 재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지구 곳곳을 들쑤시고 있고, 북반구의 겨울이 되면서 인간이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산산이 깨부수고 있다. 의료 인력과 인프라는 한정되어 있고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간의 이동으로 창출해내는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백신은 인류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주고 있다. 적어도 백신의 긴급 승인이 나오기 전에는 그랬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백신의 긴급 승인이 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백신 확보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고, 정부가 확보한 백신 종류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미국은 백신의 개발과 더불어 백신 분배와 대규모 접종을 위한 계획과 인프라를 위해 노력했지만 2020년 12월 첫 번째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래 그 속도가 계획만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두 번의 백신 접종 간격이 3개월까지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승인되면서 화이자 백신 접종에 대한 접종 간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백신이 다양화되었으니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접종하고 두 번째 백신 접종 시기를 늦추거나 다른 종류의 백신으로 두 번째 백신을 주자는 교차접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백신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확진자 그래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신이 있어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스튜어트 블룸의 ‘두 얼굴의 백신’은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의 의약품으로써의 역할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역할을 달리했던 과거를 되짚어 준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년)에 출판되었다)
백신의 의미는 개개인에게 다르다. 블룸은 영화 [컨테이전]을 예로 들며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 백신의 의미가 다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다. “누군가에게는 연구실에서 매일매일 씨름해야 하는 물질인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수적인 도구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일 수 있다.”그의 이 말에 한 마디를 더 보태자면 누군가에게는 비과학적 음모론으로 점철된 배척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이고 있기도 하다. 블룸은 이분법으로 백신을 나눠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백신을 개발하는 과학자, 공중보건을 위해서 연방정부 혹은 파스퇴르 연구소와 같은 비영리 기관들의 주도적인 백신 생산의 역사를 거쳐 인간에게 안전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제도들이 어떠한 이유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연대기적 서사로 보여준다.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도구가 결국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느냐 누군가가 백신으로 인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가는 백신의 역사와 함께 늘 논쟁이 되어왔던 문제이다. 또한, 18세기 후반 천연두에 대한 인두법 접종 캠페인과 하루에도 세계에서 만 명 이상이 죽어가고 4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백신 반대 운동의 이면엔 본질적으로 종교적 또는 철학적 성격의 신념이 2세기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블룸은 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백신이 꼭 필요한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백신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백신 개발만이 질병을 정복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한다.
온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해서 백신과 함께 공공보건을 위한 제도와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며, 각 나라와 각 지역사회에 맞게 접근하는 백신 캠페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신 거부가 아닌 ‘백신 망설임’ 앞에 있는 이들에게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통해 정책을 시행하는 보건당국과 정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백신을 개발하는 필자와 같은 과학자에게는 '데스밸리'가 있다. 실험실에서 개발한 백신을 임상을 거쳐 상용화시키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데스밸리라고 한다. 실험실 스케일에서 공정 스케일로 올리는 과정과 각종 규제에 맞추기 위해 행해지는 수많은 동물실험과 실험실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일을 넘어, 상업성이 있는 백신 제품을 만드는 데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이 뒷받침이 없이는 개발을 지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개발된 수많은 백신들은 데스밸리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잠시 멈춤’ 상태로 만들 만큼 큰 타격을 주었고 불행하게도 다행히 선진국들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지원과 자원이 들어갔다. 이제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한 우리 앞의 데스밸리를 넘어가기 위한 동력은 정치와 사회에 달려있다.
“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거대 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
루돌프 피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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