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MLL4 유전자가 성장에 필수적인 뉴런 생성을 제어한다"고 제안했다.

오른쪽 사진은 두 개의 기능적 MLL4 유전자를 보유한 어린 생쥐의 시상하부이고, 왼쪽 사진은 기능적 MLL4 유전자가 모두 삭제된 한배새끼의 시상하부다. 두 사진에 표시된 까만색 과립은, 시상하부에서 발견된 GHRH(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의 mRNA다. 새로운 연구에서, MLL4는 GHRH를 분비하는 뉴런의 생성을 조절함으로써 MLL4 유전자가 삭제된 배아 및 산후 생쥐의 GHRH 생성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Credits: Christian Huisman, originally Nature Communications.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MLL4 유전자의 변이가 드문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order)인 가부키 증후군(Kabuki syndrome; 참고 1)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1월 11일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과학자들은 그 세부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저자들은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GHRH: growth hormone-releasing hormone)을 분비하는 뉴런의 생성이 MLL4에 의해 제어된다"고 제안했다. 즉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시상하부에 '기능적 MLL4 유전자'가 전혀 없는 생쥐의 경우, 성장이 지체되고 GHRH 뉴런의 수(數)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시상하부에 하나의 '기능적 MLL4 유전자'를 보유한 생쥐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위의 사진 참조).
이것은 중요한 통찰이다. 왜냐하면 GHRH는 생쥐와 인간 모두의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성장호르몬 생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부키 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환자들 사이에 흔한 증상은 성장지연(delayed growth)과 저신장(short stature)이다.
☞ 가부키 증후군의 다른 한 가지 공통증상은 얼굴이 매우 특이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고전연극인 가부키(歌舞伎)의 배우가 쓰는 마스크와 비슷하다고 해서 가부키 증후군이라고 명명되었다( http://kabukitaro.jp/).

"우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MLL4가 불활성화되면 GHRH 뉴런의 수가 감소함으로써 가부키 환자의 전형적 증상인 성장지연이 초래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 캠퍼스(SUNY Buffalo)의 이재운 교수(생물학)는 말했다. "또한, 우리는 MLL4의 후성유전학적 활성도 연구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MLL4는 가부키 증후군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긴요한 후성유전학적 표적분자(epigenetic target molecule)로 사료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배아발생 기간 동안 신경세포 유형의 운명이 결정되는 데 있어서 MLL4가 수행하는 역할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는 「세포의 운명이 후성유전학적으로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에서 유의미한 진보다. 「세포의 운명이 후성유전학적으로 결정되는 메커니즘」은 현대 신경생물학에서 지금껏 해명되지 않았던 중요한 의문이었다"라고 국립 서울대학교 이승희 교수(약학)는 말했다.
이재운과 이승희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이며,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인 크리스티안 하이스만이다.
MLL4의 역할 자세히 살펴보기
"'희귀질환의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환자와 부모와 간병인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치료법 개발의 토대가 된다"고 이재운 교수는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희귀 유전성 장애인 「FOXG1 증후군(FOXG1 syndrome)」(참고 3)을 앓는 딸의 아버지다.
다양한 유전자들의 변이가 가부키 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지만, MLL4의 변이는 가부키 증후군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새로운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팀은 첨단기법을 이용하여 생쥐의 배아발생 과정에서 「MLL4가 'GHRH 뉴런의 창조'를 제어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MLL4가 (GHRH 뉴런 생성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들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그 과정의 핵심 파트너인 NRF1이라는 전사인자를 발견했다.
☞ Model for Mll4 action in developing GHRH-neurons
Mll4은 주로 Nrf1과 짝을 이루어 H3K4me1/2과 H3K27ac의 수준을 증가시킴으로써, Mll4와 Nrf1의 공통적인 표적유전자(target gene)들을 후성유전학적으로 활성화한다. 그런 공통표적에는 Nrf1 유전자 자신도 포함되는데, 그로 인해 Mll4와 독립적인 Nrf1의 표적유전자(Mll4-independent target genes of Nrf1)가 간접적으로 활성화된다. 또한, Mll4는 미지의 전사인자와 짝을 이루어 Dlx1을 활성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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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연구팀은 MLL4의 후성유전학적 작용을 모방하는 저분자 화합물(HDAC 억제제인 AR-42)이 GHRH 뉴런의 생성을 복구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물론 성장호르몬을 이용한 치료법이 이미 존재하지만, 이재운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가부키 증후군의 다른 증상의 치료경로를 연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가부키 증후군은 그 밖에도 많은 난치성 증상을 초래하는데, MLL4의 후성유전학적 활성을 겨냥하는 것은 다른 증상을 치료하는 실행 가능한 전략(feasible strategy)일 수 있다"고 이재운 교수는 말했다. "우리가 발견한 원리—세포유형의 명세(specification)에서, MLL4의 후성유전학적 활성이 수행하는 역할을 다룸—는 다양한 증상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운, 이승희, 하이스만 외에도, 이번 연구의 저자에는 김영아(서울대학교); 전신, 신봉진, 박연정, K. C. 메다, 이수경(이상 SUNY Buffalo); 최정훈(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임수정, 연성민, 김상수(숭실대학교)가 포함된다.
※ 참고문헌
1. https://en.wikipedia.org/wiki/Kabuki_syndrome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0-20511-7
3. https://www.foxg1research.org/
※ 출처: SUNY Buffalo http://www.buffalo.edu/news/releases/2021/01/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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