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4. 엄마 과학자의 포럼 참석기
Bio통신원(만박사)
2020년 11월 6일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이다. 10년 전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10주년 기념일에 어디 갈까? 애들이랑 하와이 가볼까? 유럽 갈까? 이랬지만, 현실은 7000마일 정도 떨어져 지내고 있는 부부가 되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나는 이날 영광스럽게도 큰 행사에 초청이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 후기를 작성해본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20년 가까이 생명과학, 환경, 에너지, 건설, 정보기술 및 의학 등 과학기술 분야를 총망라하는 69개 단체이다. 명실 공히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대표적인 연합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과총의 조직기구를 보면 어떤 일을 하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https://www.kofwst.org/kr/company/organization_chart.php). 특히, 미래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미래인재상을 시상함으로서 연구원들을 격려하는데 내가 2014년 미래인재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해마다 가을에 연차대회를 하면 초청해 주셔서 동기부여가 되는 명강의를 들려주시는 명사분들을 직접 만나뵐 수도 있는 경험을 했다.
한동안 나도 여성과총도 서로를 잊고 있었는데, 한통의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게 되었다. 제5회 여성과학기술정책포럼이 열리는데,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 이탈이 가속화 되는 이 시점에 정책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또한, BRIC의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연재글을 읽으신 포럼 준비위원께서 김만선 박사님을 꼭 모셨으면 한다고 패널토론자로 추천하셨다는 내용과 함께 긍정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받는 순간, 6년전 미래인재상을 받고 얼마나 좋은 연구를 했는지, 포럼에 참석해서 그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놔라. 이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흔쾌히 참석 의사를 밝히는 답장을 썼다. BRIC의 연재글이 이렇게 파급력이 클지 가늠하지 못했는데 참으로 놀라웠다. 심지어, 담당자가 잘못된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서 한 달간 연락을 기다리다, 서울시립대로 직접 알아보셨다는 후문도 들었다.
제5회 여성과학기술정책포럼의 ‘노벨상의 꿈은 지금부터’라는 타이틀은 살짝 부담되기는 했다. 소주제가 ‘여성과학기술인 초기 경력 구축 현황과 개선 방안’이라서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멋지게 해보고 싶었다. 리허설을 위해 한 시간 전에 모여서 인사도 나누고, 간단히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물어보며 친해지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진행자와 두 분의 강연이 한 시간 정도 진행이 되었다. KAIST 김소영 교수님은 ‘해외 신진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제도와 사례’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다. 미국의 사례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표해 주셨다. 박사학위 수여자의 30%는 포닥으로 이어지고, 포닥 중 10%만이 학계의 경력을 이어가며, 전체의 3%만이 교수가 된다는 통계적인 내용을 발표해 주셨다. 포닥 중의 10%만이 경력을 이어간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제도적으로 PI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연구 경력을 통하여 다양한 경로가 있음을 코치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외국에서도 국내와 다를 바 없이 바늘구멍인 교수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외국에서는 Staff Scientist와 같은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박기범 박사님은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초기 경력과 특성’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다. 학술지 게재 논문의 30-50%는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라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논문제조기와 관련된 기사들도 떠올랐다. 2020. 11월부터 ‘세종과학펠로우십’이란 과제가 지원된다는데 많은 비정규직 연구원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두 분의 발표가 끝나고, 세 명의 패널 토론자들의 순차적인 발언이 시작되었다. 토론자로는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을 융합하여 다양한 연구를 하는 김만선 박사, 한국유변학회 모두 성장위원회 위원장이신 홍정숙 박사, 경희대학교 부설 동서의학연구소 교수님이신 박은정 박사님순으로 마이크가 돌아갔다. 당일에 현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집에 돌아와 Youtube를 다시 확인했다.
Youtube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KZoGchwusYo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라는 연재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렸다. 어찌 보면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이곳에 나올 수 있던 것이 아니던가. 10분 정도의 주어진 시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온 듯하다.
1. 일과가정 양립 노하우 :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선택과 집중’에 맞게 내가 잘 할 수 없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내가 못하는 요리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일이나 체험활동에 가는 것에 집중을 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 갖기를 언급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던가. 안 좋은 일이 여러 가지로 꼬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마인드로 긍정적으로 살지 않으면 긴 육아는 돌파구가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행복 찾고, 즐기고, 감사하기 누구나 다 아는 쉽고 간단한 문구지만 실천이 어렵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목표이며 그것이 이루어져야 연구도 잘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사실 조금 긴장해서 살짝 버벅대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2. 내가 겪은 어려움 두 가지 : 신규 과제 신청 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자에게 최근 3년의 연구실적을 요하면 다른 연구자와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 나는 여기에 출산 크레딧을 적용해 경력 단절 년 수를 더해서 ‘최근 3년 플러스 알파‘로 개선되면 좋겠다고 발언을 했다. 또한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출근을 일찍 해서 퇴근을 일찍 하던, 단축 근무를 하던 더 이상 눈치 보며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외에서 연구를 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아이 한 명당 몇 가지의 수당이 나온다고 하더라, 노르웨이에서는 부모가 맞벌이면 서로 출퇴근 시간을 조율하여 최대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개선점들이 소급 적용되어 우리가 현실적으로 누렸으면 좋겠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올해 ’세종과학펠로우십‘이라는 과제부터는 월 15만원(인당) 자녀수당이 지원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연구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현장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포닥의 근로 계약서가 1년마다 갱신되는 방법에 대하여 비효율적이고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음을 제안했다. 요즘 전세도 2년 + 2년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고 있는데, 젊은 과학자들에게 이런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는 점은 창의적인 연구 환경이 조성되기 힘든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포럼이 끝나갈 무렵, 정희선 회장님께서 마무리를 해주시고 행사가 끝났다. 참석한 분들과 호텔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나눴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함께 보던 프로그램에서 뵈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 원장님이셨던 정희선 교수님이 그 분(여성과총 회장님)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 가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걸~~~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경력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 과학자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나의 첫 포닥 3년 이후로는 경력단절 3년, 경력복귀 7년 반(한국에서의 연구활동)의 일상을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1-37회)에서 공유한 바 있다. 미국으로 이주 후에는 바이오 회사를 다니면서 정착을 위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대하여 소소히 공유해보고자 한다(슬기로운 미쿡생활 38회-현재).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