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은 ‘인류’의 관점에서 맞서는 시대가 됐다. 개인의 활동과 움직임이 이제 인류를 위협하는 팬데믹 시대다. 북적이던 도심의 거리는 이제 휑한 바람만이 분다. 생계가 막막해진 소상공인들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갈 곳마저 없다. 개인은 끝없는 터널 속에서 ‘인류’의 대응을 생각한다.
그런데 자연환경과 생태계 차원에서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인간 휴지 혹은 정지(Anthropause)’라는 신조어는 전 세계적 여행과 화석연료 사용의 감소 등 야생 동물에 미치는 것이 현격히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이루던 올 봄, 여름엔 대기의 질이 더 좋아졌다는 연구결과 등이 소개된 바 있다.
연구자들은 대기 오염이 팬데믹을 늘리고 강화시켰다고 본다. 그런데 모순적이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이 감소하고 도시라 락다운되면서 대기 오염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교통수단의 화석연료량이 줄어들면서 대기오염의 수준이 줄어들었다. 덧붙여 교통량의 감소로 인해 소음 공해 역시 줄었다. 요컨대, ▲대기 질 향상 ▲온실가스 배출 감소 ▲소음 공해 감소가 코로나19가 미친 환경 영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내륙 어업에 미친 영향’을 보면, 내륙 어업은 관광과 국제 무역의 감소를 내수 소비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계를 위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생계와 영양 공급 차원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내륙 어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높은 압력을 받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 점은 내륙 어업에 대한 감소한 압력의 지역들이다. 빨간색은 증가한 압력의 지역들이다. 이미지 = PNAS
코로나19로 내륙 어획량 늘어나
플로리다대 천연자원과 환경학과와 미국 지질조사국, UN 등 공동연구진들은 2020년 6월과 7월에 배수 유역 차원(basin-level)의 내륙 어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UN의 식량 농업 기구를 통해 어업 전문가들을 확보했다. 79개국 437명의 전문가들이 응답했다. 이들은 전 세계 내륙 어업량의 82.1%를 차지하며, 93곳의 지역 고유의 수문학적 유역(unique hydrological basins)을 대표한다.
조사 결과, 34%(148명)는 코로나19로 인한 내륙 어업의 압력 증가를, 37%(161명)는 변화 없음을, 29%(128명)은 압력이 감소했다고 인식했다. 여기서 ‘압력’이란 어업에 특정한 여러 압력, 즉 어업 활동, 환경, 기타 외부 동인 등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의미다. 압력이 증가한 곳과 변화 없음을 합하면 압력이 감소한 것보다 높게 나타난다. 압력을 받지 않은 ‘변화 없음’은 국제 무역 및 관광 중단 등으로 줄어든 내륙 어획량을 내수 소비가 메꿨다.
지역적으로도 특색이 나타났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동부는 내륙 어업에 대한 압력이 증가했다. 남동부 남미 및 오세아니아는 압력이 줄었다. 북미와 유럽은 증가와 감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감소에 대한 이유는 ▷ 초기 어업 금지 또는 제한 ▷ 상업 어업 감소 ▷ 중단된 관광 등이 있었다. 변화가 없는 이유는 ▷ 증가된 내수 수요가 국경을 넘은 무역 제한을 상쇄함 ▷ 일시적인 식당과 관광 중단이 장기적 경제 압력을 무효화 ▷ 어류 수확과 판매 지속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증가한 이유는 ▷ 높은 실업률로 인한 생계 어획량 증가 ▷ 일자리 상실로부터 생계 유지 ▷ 중단된 관광로 인한 생계 위협이 자연 보호구역에서의 불법 어획을 증가시킴 등이 꼽혔다.
내륙 어획량의 95%를 차지하는 유역에선 주요한 특징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적고,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지역에서 내륙 어업의 압력 증가(46%)가 감지됐다.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어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많고, 인간개발지수가 낮은 지역에서 내륙 어업의 압력 감소(38%)가 나타났다. 이유는 상업적 어업 감소 혹은 제도적 감독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많고,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지역에서 내륙 어업의 압력은 변화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업을 생계로 삼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진 = 픽사베이
생계를 위해 뛰어드는 내륙 어업 활동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와 어업 지역으로의 여행이 금지되고 재택 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내륙 어업의 압력이 감소했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일부 열대 지역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여행과 어업 감소로 인해 어류의 생존율이 늘어나고 어획 자원의 양을 늘렸을지 모른다. 내륙 어업에 대한 증가한 압력은 어획이 식량이나 수입의 주요 원천인 곳에서 주로 나타났을지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도시 노동자들이나 이주 노동자들이 어업에 뛰어드는 것일지 모른다는 분석 역시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 그래도 열악한 어업 노동자들에게 수입과 수산 자원 감소라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륙 어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천연 자원 보호 차원에서 분명히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생계 및 영양공급 차원에서 공급 가치가 높은 내륙 어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어획량 측면에서 압력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연환경과 사회환경 간 상호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회복력은 탄력적인 환경 지원 시스템에 의존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좋은 환경은 동물 매개 감염 병원균의 창궐을 막을 수 있다. 생물다양성 감소와 질 나쁜 공장식 식품 생산 체계는 동물성 질병의 가능성을 높인다.
재택과 온라인 교육 증가로 배달과 배송이 늘어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늘어났다. 코로나19와 락다운으로 인한 저유가는 결국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기의 질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인간 정지’는 얼마나 오래갈까? ‘언택트’다 ‘비대면’이다 인간 활동에 대한 고민은 많으나, 정작 코로나19를 불러온 환경 재앙에 대한 연구와 혁신은 더딘 느낌이다.
<참고 사이트>
1. https://www.pnas.org/content/117/47/29419
2. https://www.genevaenvironmentnetwork.org/resources/updates/updates-on-covid-19-and-the-environment/
3. https://www.eea.europa.eu/highlights/impact-of-covid-19-lock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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