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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5화. 창업 자금을 구하라
Bio통신원(땡그리엄마)
5화. 창업 자금을 구하라
창업을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많이 고민되는 지점은 사실 자본이었다. 창업이란 힘든 일을 함께 할 동료도 구했고, 무엇을 할지도 정했는데 다음으로 이 동료와 함께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일 자금이 필요했다. 창업을 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자잘 자잘하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 이 돈은 내가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회사가 생기고, 매출이 잡혀 내 월급이 나오기 전까지 들어가는 사실상 모든 실비를 말한다. 우리는 이런 자금을 "창업준비자금"이라고 부른다.
창업을 하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한다면, 우선 교통비가 든다. 내가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다 돈이다. 이것만 들어가지 않는데, 출장을 가게 된다면 사용된 기름값, 움직이면서 내가 먹은 밥값, 내가 먹은 커피값 이 모든 것은 다 창업자금에 들어간다. 사업자를 내고, 법인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런 돈이 들어갈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 창업을 준비할 땐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듯 하다. 나는 이 창업 자본을 내 용돈으로 쓸 수 있는 범위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대략 한달에 2~30만원의 금액을 준비자본으로 사용하고 그 이상의 비용은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리밋을 정한 이유는, 나 역시 가족이 있고, 준비기간 동안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경우, 가계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준비자본만 해결되면 다 될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말 그대로 준비 자본이다. 다시 말해 본론이 아니다. 창업 준비 자본은 말 그대로 준비를 위해 들어가는 돈이다. 우리가 연구과제를 신청하기 전, 그리고 연구과제가 오픈되어 시약을 사고 필요한 재료를 본격적으로 쇼핑하기 전, 바로 그 선행 실험에 해당되는 지점이 바로 창업 준비자본이 들어가는 지점과 같다. 즉, 원래 신청한 과제 금액으로 재료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알아서 수급을 해서 실험을 해야 하는 그런 그 상황... 뭐 그런 상황이 창업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연구과제를 따기 전에도 실험이 필요하고, 연구과제를 따도 당장 정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잠시 또 가난한 시절을 겪는 것과 같은 상황이 창업에서도 동일하게 연결된다. 창업을 하기 전에도 움직이고 시제품 만들고 뭐하고 하는데 돈이 필요하고, 당장 창업을 한 뒤에도 매출이 없기 때문에 또 돈이 필요해진다. 창업에서 필요한 자본은 이를 모두 어우르는 자본을 말하는 듯 하다. 즉,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이래저래 사용할 실비, 그리고 매출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돈, 그리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돈까지 다양한 돈이 결국 필요해진다.
스타트업이 자본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초기부터 엑셀러레이터를 만나 자신의 아이템을 어필하고, 이에 관련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있거나,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자본을 끌어 쓰거나, 지인 뱅크를 사용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았는가?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는 엄빠 뱅크를 통해 자본을 확보하여 스타트업을 창업한 주인공이 나온다. 심지어 이 주인공의 팀은 공돌이의 상징이라는 그놈의 체크무늬+뺑뺑이 안경을 말하는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으나...하튼, 여긴 엄빠뱅크 + 투자자를 만나 사업을 영위하는 씬이 존재한다. 음...엄빠뱅크를 통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돈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부럽다.
회사를 설립할 때는 초기 자본금이 필요하다. 이런 자본금은 일종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금을 창업자가 직접 조달할 것인가, 혹은 창업자가 지인 찬스를 써서 가져올 것인가, 또는 투자 설명을 잘 해서 엑셀러레이터에게 투자금을 받아오던가 여러가지의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창업 자체를 도와주는 여러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 중에서 우리는 개인자본+창업정부지원 과제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에서 다년간 구른 경험이 있다 보니, 다른 창업자들에 비해 우리는 정부에서 창업을 도와주는 여러가지 과제가 있다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고, 그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우리의 창업 시기를 결정하기 편리했다. 우리의 창업시기는 우리가 체당금을 받아, 일부라도 퇴직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였다. 또한, 정부의 창업지원과제가 되면 그걸로 시제품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했으면 이제 달리는 일만 남은 셈. 코로나로 일상이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던 올 초, 우리는 매일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며 스마트폰을 놓치 못했다. 일상이 멈춘 탓에 모든 정부지원과제의 시기가 삐걱 거렸고, 언제 뜰지 모르는 정부지원 과제를 따기 위해 우리는 매일 웹서핑과 스마트폰을 통해 날라오는 메일들을 확인했었다.
<창업지원과제를 알려주는 K-start up 홈페이지>
하루 종일 정부과제를 확인하고, 창업에 관련된 과제들을 찾아 관련 양식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그 양식에 맞춰 우리의 아이템을 설명하는 일을 반복했다. 사실 사업계획서를 쓰는 일은 녹녹치 않았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사업계획서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포맷이 아니다. 지원하는 과제의 종류마다, 그리고 주관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는데, 한가지 그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한글파일로 제출하는게 필수라는 한가지 정도? 사업계획서를 요령 있게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죄로, 우리는 예쁘게 적기는 하였으나 뭔 말인지 모를 헛소리들을 가득 적어 제출하는 일이 반복 되었었다. 지원과제를 통한 사업선정은 흔히 전략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전략을 도와주는 컨설팅? 혹은 멘트? 뭐 이런 사람들이 생태계에 새로운 직업?이 되어 다닐 정도로 사업계획서 쓰는 일은 사실 어렵다. 연구과제보고서를 쓰는 일과는 특히나 달랐기 때문에 더 많이 고생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잘 쓴 쓰레기 사업계획서" 를 받아준 곳이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첫번째 사업에 선정되었다.
우리는 창업을 도와주는 과제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창업"이 목표인 지원사업은 사업계획서를 잘 쓴 사람이 아니라, 정말 창업의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뽑는다고 한다. 우리가 선정이 된 것은 절대 사업계획서를 잘써서가 아니라 아마도 그나마 대강 가능성이 높았던 편이며, 코로나로 인해 경쟁률이 낮아진 탓일 거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분명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단호하기 "운빨"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에 와서 그때 쓴 사업계획서를 읽으면 마치 석사 학위논문을 지금에 와서 읽을때 만큼 손발이 오글거리며, 이걸 없애고픈 충동에 시달릴 만큼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과제가 선정되었고, 그 과제에 맞춰 기업부담금을 준비한 끝에 우리는 그럭저럭 창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 시제품을 만들고, 임대료를 사용하는 것은 정부지원 과제로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올 1년을 잘 보낸 듯 하다. 이렇게 정부지원과제는 의외로 잘 찾으면 알짜배기 과제들이 있다. 연구재단에서 해주는 과제가 온전히 연구에 쓰이는 것이라면, 정부에서 진행하는 기업지원과제는, 연구보다는 이렇게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정부지원과제의 장점이라면, 제때 선정되는 경우 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정부지원과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털어보도록 하겠다.
당시 창업자로써 돈이 부족했던 우리는 그나마 정부지원과제가 있었기에 조금 넉넉하게, 그리고 빠르게 초기 사업을 진행할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 덕에 창업 생태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창업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자본 이외에 이런 창업지원과제를 함께 진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나 창업지원과제에 선정되게 되면, 다른 것보다 인사, 노무, 회계, 마케팅 등 관련하여 교육도 받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 교육을 받는 것에 딱히 거리낌이 없다면 해 볼만 하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강사진이 꼭 괜찮은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어디선가 교육을 받을 때, 잘 걸러 듣는 것을 잘한다면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건 있다. 아! 이런 정부지원 과제는 대학원생 출신으로 다양하게 영수증 처리를 해서 행정 능력의 달인이 되 본 경험이 있다면 특히나 이런 과제 도전을 추천한다. 세상 모든 정부지원과제는 결국 정산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그럭저럭 영수증 처리를 적당히 할 수 있고, 돈이 부족한데 창업은 해보고 싶다면, 리스크를 줄여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창업지원과제를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현재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1인으로써, 이 선택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꼭 이 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은 말 그대로일 뿐, 절대로 최선이 될 수는 없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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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로 살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가 되었고, 사단법인 ESC 회원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신약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유기화학자입니다. 엄마 과학자를 포기할 수 없어 지금은 벤처 창업가가 되었습니다. 엄마 과학자가 고군분투하는 창업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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