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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를 배우다] 종 정체성이 변화될까요?
Bio통신원(박수경)
유전자 교정일까 유전자 편집일까
저는 지난 10월 29일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 학술대회인 [노벨상 특집-유전자 가위 기술의 최근 특허&생명윤리 이슈]에서 지난 9월 미국한림의학회와 영국왕립학회 주관의 국제위원회가 채택한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 가이드라인에 대하여 번역하고 요약하여 설명하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를 쓸지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를 쓸지 논란이 있는 단계인데 반하여 진취적인 국제적 움직임입니다. 유전자 편집은 연구를 위해 유전자를 임의로 사용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어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좀 싫어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반면, 유전자 교정이라는 단어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라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하는데, 저는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여 가이드라인을 번역하고 설명하였습니다.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 가이드라인 채택한 이유는
위의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국제위원회는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쌍둥이 아기를 출산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의 우려가 모여 결집된 위원회입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유전자 교정에 있어서 기술적, 과학적, 의료적, 법적인 고려 사항뿐 아니라 임상시험 참여자의 이익과 해악과 같은 사회적, 윤리적 이슈를 고려하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유전자 교정은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성격이 강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절차적 정의에 준한 과학적이고 표준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11개의 권고안을 통해 매우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서구사회의 경우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때 공정한 절차를 통해 발생한 결과는 옳다는 사회 정의론에 익숙하고 그 절차적 정의가 이 가이드라인에 매우 잘 녹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절차적 정의에 익숙할까요? 여러 표준 절차를 과학자들에게 제안하면 이것이 안전망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아니라 연구를 더디게 하는 절차, 연구를 방해하는 절차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한국적 사고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은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에 관한 연구와 치료를 위해서는 매우 수준 높은 절차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면 금지에서 일부 허용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눈여겨볼 점은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을 통한 유전자치료에 대하여 전면 금지였던 국제적 입장에서 과학적 표준과 절차를 제정하여 검증이 된다면,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제적 입장이 변화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위원회의 내용은 강제적 사항이 아니므로 이 가이드라인의 권고에 대한 참여는 자발적인 참여가 될 것입니다.
다만, 그 내용은 일부 허용이지만 그 허용을 위해서는 무척이나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한 국가내에서의 허용뿐 아니라 국제적 사회에서의 합의도 필요하다고 하면서 단순히 인간 생식세포 교정은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수준의 연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질병에 관하여는 단일 유전성 질환으로 유전자 교정과 치료를 한정하고 다른 기타 질환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금지이며 엄격한 절차를 다시 제정하거나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종 정체성이 과연 변화될까요
학술대회의 질의응답시간에 한 청중이 이러한 인간 생식세포 유전자 교정이 과연 인간 종 정체성에 영향을 줄까요? 변화 될까요?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어쩌면 가이드라인이 이토록 신중하게 일부 허용의 한계를 정하여 제정된 데에는 우리 인간 종에 관하여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어도 생물학적 정체성에 관해서 말입니다.
제 대답은 아니오, 정체성은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체성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전자는 일부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일부일 수 있으나 인간 전체를 말하는 본질이라고까지 말하기에는 확대해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유전자형으로 인해 인간의 여러 신체적 생물학적 특성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가능하다면 여러 난치 질환들이 안전한 유전자 교정기술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연구자들을 응원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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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를 배우다>는 생명과학(Biology)을 전공하고 생명윤리학(Bioethics) 박사수료생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의 생명윤리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생명윤리교육, 유전자윤리, ELSI(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이 연재에서는 누구나 마주하기 쉬운 생명의료기술과 관련된 생명윤리 주제들을 편안한 글을 통해 살펴보고 연구자 및 대중들과 함께 생각하는 장을 제공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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