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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코로나19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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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COVID-19 백신, 신속한 승인이 능사가 아니다
의학약학 양병찬 (2020-10-16)

긴급사용승인(EUA)이 '더 좋은 백신'의 개발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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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참고 1)


COVID-19 백신을 역대급 속도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성공하더라도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승선을 최초로 통과한 백신의 효능이 미미할 경우, 다른 (진행중인) 임상시험들에 지장을 줌으로써 훌륭한—어쩌면 효능이 월등한—후보백신의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십중팔구, 미국식품의약국(FDA)나 다른 규제기관들이 하나의 백신을 승인하거나 긴급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할 때, 다른 많은 후보백신들은 아직 진행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을 것이다. 승인 시점에서,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던 백신들은 모두—1등 포함—윤리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효능이 확립된 백신'이 출시되었음에도, 임상시험 참가자 중 절반은 위약을 투여받아야 할 테니 말이다. "그건 매우 난감한 문제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임상시험센터에서 생명윤리팀을 이끄는 크리스틴 그래디는 말핬다. 이와 관련하여, NIH는 지난주 다양한 문제점들을 검토하는 웨비나(참고 2)를 개최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과학이라는 게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라고 코백스 퍼실리티(COVID-19 Vaccine Global Access Facility)—COVID-19 백신 포트폴리오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국제적 협력체—의 운영을 돕는 세스 버클리는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팬데믹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백신들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백신마다 효능이 다를 뿐 아니라, 가격이나 부작용 등의 요인 때문에 특정 집단(예: 노인층, 임신부, 저소득 국가)에 유리한 백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여러 개의 백신들이 효능을 발휘하더라도, 특정 집단에 특별히 중요한 특성을 지닌 백신이 존재할 것이다"라고 버클리는 말했다. 그는 세계백신연맹(Gavi: Vaccine Alliance)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10월 2일 개정된 세계보건기구(WHO)의 「COVID-19 백신 현황(COVID-19 vaccine landscape)」에 따르면, 42개의 후보백신들이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그중 10개는 임상 3상에 진입하여, 무작위 이중맹검을 통해 수만 명의 참가자들에게 후보백신이나 위약을 투여하고 건강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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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계획된 중간분석(scheduled, interim analyses)에서 효능신호(efficacy signal)가 포착된다면, 백신개발자들은 계획된 종료일(planned end date) 이전에 EUA를 신청할 수 있다(아래 도표 “초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백신 임상시험 타이밍” 참고). FDA가 발표한 EUA 지침은 "증후성 COVID-19 예방률이 50%일 것"과, 추가적인 안전성 조치로 "절반가량의 참가자들이 최종용량을 투여받은 지 2개월이 경과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다양한 백신들에 대해 이미 자체적인 EUA를 결정했지만, 효능에 관한 어떤 증거도 없는 상태다.)

지난주 NIH에서 개최한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COVID-19 백신에 대한 최초의 EUA가 해당 백신은 물론 다른 백신들의 '임상 3상의 지평'을 바꿀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초기 혜택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이중맹검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대조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즉시 백신을 투여해야 할까? 만약 임상시험을 조기에 중단함으로써 '드문 부작용'을 탐지하거나, 백신의 예방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평가하거나, 노인과 청년에 대한 효능을 비교할 기회를 상실한다면 어떻게 될까?

초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백신 임상시험 타이밍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COVID-19 백신 개발노력인 초스피드작전은, 증상이 발생한 참가자의 수(대략 50명, 100명, 150명)에 기반하여 중간 데이터를 평가함으로써 긴급사용승인(EUA)의 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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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라제네커는 9월 8일, 얀센은 10월 13일에 부작용 때문에 임상시험을 보류(hold)하거나 일시 중단(temporary pause)했었다. ** 다른 백신들과 달리, 얀센의 백신은 1회 용량으로 참가자들에게 완전한 면역을 제공한다.


그리고 진행중인 다른 백신들의 임상 3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위약을 '효능을 보인 다른 약'으로 교체해야 하나? 다른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량 이탈하지는 않을까? '이미 어느 정도의 효능을 보인 백신을 투여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람들이 다른 후보백신의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것을 거절하지는 않을까?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그래디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리적 등식(ethical equation)은 꽤 간단한 산수(fairly simple calculus), 즉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문제'로 요약된다." 웨비나르가 계속되는 동안, 철학자인 조지프 밀럼은 그 문제를 '모든 임상시험의 기본적 틀'로 규정했다. "임상시험은 윤리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왜냐하면 참가자들을 '자기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이익을 위한 위험'에 노출시키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밀럼은 NIH 산하 임상시험센터에서 그래디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은 그 간단한 산수 문제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초기 결과로 인해 하나의 COVID-19 백신이 EUA를 받는다면, 그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투여받은 것이 '무가치한 위약'이었는지 아니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백신'이었는지를 알 권리가 있을까? "당연하다. 그것은 해당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라고 그래디는 말했다. 그녀는 윤리학자의 편에 서 있다.

밀럼은 과학자들의 입장에 서서, '이중맹검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위험과 사회적 이익의 균형을 맞출 필요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개진한다. "대조군 참가자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의 의미는, 연구자들로부터 '효능을 보일 수 있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웨비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임상시험 참가자가 SARS-CoV-2에 노출될 위험이 비교적 낮다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이중맹검을 계속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집단별로 다른 수요가 존재하며 그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상은 하나 이상의 COVID-19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중맹검 시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스티븐 굿먼(역학)은 밀럼의 의견에 동의하며, '백신에 관한 연구는 (환자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에 관한 연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중중질환 치료제를 가져와 '대조군 환자에게 투여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백신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투여받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널리 사용되는 백신은 바이러스의 공동체 내 확산을 줄임으로써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당신 주변에 있는 사림들이 모두 '매우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받았다면, 당신은 굳이 백신을 접종받지 않아도 된다." 굿먼은 말했다. "요컨대, 당신이 하지 않는 일을 집단이 할 수 있다." 더욱이 사람들은 많은 비의학적 방법(예: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을 이용해 SARS-CoV-2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부분적 효능이 있는 백신'보다 낫다."

그러나 그래디에 따르면, 'EUA가 다른 COVID-19의 임상시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만약 한 후보백신의 임상시험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 윤리학자들은 "'위약' 대신 '새로 승인받은 백신'을 사용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런 임상시험을 비열등성 임상시험(noninferiority trial) 또는 우월성 임상시험(superiority trial)이라고 하는데, '위약대조 임상시험'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 만약 어떤 임상시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면—특히, 접수가 성공적으로 마감되기 일보직전이라면—,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계속되는 이중맹검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해 준다면, 참가자들의 호응도가 높을 것이다. '이 임상시험이 끝나는 즉시, 당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제공하겠습니다'"라고 그래디는 말했다.

"만약 승인된 백신의 효능이 미미하다면," 그래디는 이렇게 덧붙였다. "참가자들이 이중맹검 연구를 이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임상시험에 잔류함으로써 우수한 백신을 투여받을 가능성이 50%라면, 해볼 만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상시험 참가자 중 상당수는 이타적인 성향이 강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승인이나 EUA를 받은 백신이 드물다면, 임상시험을 이탈하려는 유인(誘因)이 낮아질 것이다. "전혀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게 낫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백신의 임상시험에 참가할 경우, 보호받을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존재한다."

"만약 EUA나 완전승인(full approval)이 임상시험을 방해한다면," 버클리가 말했다. "가교연구(bridging studies)를 통해 그 갭을 메울 수 있다." 만약 연구자들이 (승인된 백신의 예방효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면역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면, 효능시험(efficacy trial)의 방향전환을 통해 '다른 후보백신들이 그와 유사한 반응을 촉발하는지'를 신속히 평가함으로써, 위약대조 시험을 회피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잠재적인 참가자'들에게 "입증된 백신이 존재한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위약이 제기하는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가교연구들을 통해 얻은 상관요인은 EUA나 완전승인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다. 이는 매년 나오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승인할 때 적용되는 관행과 동일하다. 또한 가교연구는, 하나의 백신이 효능시험을 통해 다른 집단에 잘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진 후에도 통상적으로 사용된다. "면역의 상관요인 분석과 백신의 이해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버클리는 말했다.

연구자들이 생각하기에, COVID-19의 효능을 보여주는 확고한 증거는 중화항체(SARS-CoV-2의 표면에 발현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중화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항체)일 것이다. 만약 임상시험을 통해, 특정한 수준의 중화항체가 감염이나 중증을 예방하는 효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수치는 개발중인 백신들을 비교평가하는 벤치마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버클리는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백신 중 상당수는 '예방효과와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며, COVID-19를 예방하는 데 있어서 '스파이크에 대한 항체를 넘어서는 면역반응'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가설이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면, 백신의 최전선이 무너지게 된다." 버클리는 말했다. "만약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법이 대두된다면, 가교연구가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디는 이상과 같은 복잡한 논제(論題)들이 공중보건 당국자, 윤리학자, 과학자들 사이의 뒷담화 수준을 벗어나 공론화된 것을 반기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 사항들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who.int/docs/default-source/coronaviruse/risk-comms-updates/update37-vaccine-development.pdf?sfvrsn=2581e994_6
2. https://clinicalcenter.nih.gov/about/news/grcurrent.html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0/early-approval-covid-19-vaccine-could-stymie-hunt-better-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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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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