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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6. 떨어진 가족
Bio통신원(만박사)
돌 잔치(19년 2월 2일)를 마치고, 제법 우량하게 자라준 셋째 아이는 언니들의 후배가 되기 위해 KAIST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 한결 수월해지기를 기대했었다. 둘째 딸의 초등 입학식과 동시에 막내 아이는 KAIST 어린이집에 입학을 했다. 다행히 첫 입소 날과 언니의 입학식에 시간차가 있어서 두 행사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언니들도 여기에 다녔고, 세 번의 확장 공사를 거쳐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어린이집으로 증축이 되었다. 또한 (그간 건의 사항이 많았던)영아 수용 인원이 대폭 늘어났고, 6세와 7세반이 생겨서 사이언스 어린이집으로 옮길 필요도 없게 되었다. 언니들의 담임선생님께서 막둥이의 담임선생님으로 배정되었다. 12개월 동안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겼더니, 막둥이는 혼란스러웠는지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단식투쟁도 하고 매일 울었다. 매일 아침 출근에 늦을 정도로 같이 놀아주다 아이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36계 줄행랑을 치듯 도망가기 일쑤였다.
신혼집을 구할 때, 1-2년 안에 미국으로 갈 것이라 계획하고 살림살이를 굳이 장만하지 않았다. 냉장고는 은사님이 사주셨고, 세탁기도 누가 사주셨는데 기억도 안 난다. 각자 사용하던 물건을 가져와 쓰다 버리고 가야지 했던 것이 9년이나 흘렀던 것이다. 남편이 미국으로 갈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으나 잘 안 되는 거 보니 이것도 운명인가보다 하며 그냥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남편은 4년 반 동안, KAIS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소위 말하는 N.S.C. 논문 게재를 기다리며 무한정 반복에 반복을 했던 것 같다. 힘들다는 말은 안했지만,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듯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수년간 겪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미국의 존스홉킨스 의대로 박사후 연구원 자격으로 떠나게 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과정이 진행되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2019년 5월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중간PI와 skype 인터뷰를 하고, 최고보스와 인터뷰를 한 번 더 하고 바로 확정이 되고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무조건 잘 되어야 하는데 하면서, 그 일주일간은 기대와 걱정이 오르락내리락 정신없이 지나갔다. 결국, DS2019를 국제 우편으로 받고, 온라인으로 비자 신청, 인터뷰 일정 잡기, 비자 받은 여권을 택배로 돌려받기, 항공권 구매하기, 국제면허증 발급받기 등등 이 모든 것을 3개월 안에 다 해결했다. 남편은 너무 바빠서 인터뷰 이후 모든 준비는 내가 맡았다. 미국 FDA에 있는 신랑 친구와 이메일, 페이스톡으로 연락하면서 집 구하는 것, 폰 만드는 것 등을 알아보았고, 나는 틈틈이 이민가방에 짐(23KG 두 개, 기내용 캐리어1개, 백팩 1개)을 챙겨 넣었다. 내가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신이 나서 무척 열심히 준비를 도와주었다. 혹시 지금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나)미국 포닥을 준비하는 분이 있을지 몰라서 간단히 우리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 집 구하기 : 나는 한국과 매우 다른 시스템에 어리둥절했다. 우리는 존스홉킨스대로 박사과정 면접을 보고 온 후배가 직접 집을 둘러 봤다는 520 PARK AVE.의 아파트를 브로셔와 함께 소개받았다. 즉시, 520 PARK AVE. 의 아파트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연락이 오길 한참동안 기다렸는데,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좀 뒤에 깨달았다. 두 곳 이상 신청을 넣어두고 먼저 연락 오는 곳을 컨택 하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직장 근처인 929 APT를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계약 양식 중에 Guardian information을 기입하는 곳도 있는데, PI분께서 직접 해주시기로 하고, 그분께서 보증금과 첫 달치 월세도 미리 대납해 주셨다. 이런 저런 절차가 마무리 되면 12페이지나 되는 월세계약서(LICENSE AGREEMENT)가 날라 온다. Payment Process가 인터넷상으로 물건을 살 때 카드를 긁는 것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한 월세를 며칠 늦게 내면 페널티로 70달러 정도 더 인출된다. 최근 월세를 늦게 내서 페널티를 물어낸 것이 있어서 매달 챙겨주고 있다. 다행인건, 집안 살림 이나 가전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
* DS2019받기 : 학교에서 주어진 링크를 통해 요구한 입력사항을 기입하면 최종 DS2019 서류를 어디로 받을 건지, 어떤 방법으로 받을 건지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FedEX로 선택, 56.33달러를 결제하고 KAIST 주소를 입력하고 학교에서 받았다. 나중에 미국에 도착하면 학교 OFFICE에 가서 TRAVEL VALIDATION BY RESPONSIBLE OFFICER (signiture)란에 반드시 담당자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계약기간 안에 외국을 한번이라도 나갔다 들어오려면).
* 미국 대사관 인터뷰 날짜 받기 &항공권 구매 : DS2019를 받자마자 미국 대사관에 인터뷰 일정을 예약한다. DS2019를 자세히 보면 PROGRAM NUMBER: P-1-04644 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번호를 잘 적어놔야 한다(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하는데, 이 과정도 처음 하는 것이라 무척 꼼꼼히 읽어보고 남편과 더블체크를 했다. 두 번의 결제가 필요한데, 하나는 DS160을 신청하고 192,000원을 BOA 미국 은행으로 송금, 다른 하나는 I-901의 결제(EXCHANGE VISITOR CATEGORY: RESEARCH SCHOLAR)로 220 달러를 국내 신용 카드로 결제했다. 결제를 마치면 바코드가 붙어있는 PDF 문서를 보내주고 인터뷰에 올 때 지참하고 오라는 공지를 메일로 받는다. DS160 신청양식에 많은 정보(ex.부모, 배우자의 영문 이름 등 기본정보, 한국 내 컨택이 가능한 사람 두 명 정보 입력, 군대 시작일과 종료일)를 기입해야하므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또한, 미국을 언제,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등의 정보를 찾느라 출입국 증명서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아, 건별로 이건 <미국으로 간 학회, 이건 영국으로 간 학회 등등> 이렇게 정리를 해야만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하지 않고 대행사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수수료 포함해서 100만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모든 서류는 본인이 다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행서비스가 크게 편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9월이 신학기 시작이라서(신청자가 무척 많음) 인터뷰 날짜가 8.14일로 잡혔고, 우편으로 비자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받은 것이 8월 19일 이였다. 출근은 9월 1일인데, K항공으로 8.31일로 출국일을 잡았다. 다행히 미국의 노동절이 9월 1일이라서 실제는 3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 짐가방 : 가능하면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보내고 싶어서, 그때 정리했던 리스트를 열어보니 자꾸 웃음이 난다. 바로 출근을 해야 해서 마트에 갈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이것저것 담아줬다. 욕실용품(치솔, 치약, 샴푸, 수분크림, 면도기, 수건8장, 종이로 된 세탁세제, 손톱 깎기, 선크림 ,비누, 풋샴푸, 양치컵, 물티슈, 인공눈물), 옷장 관련(침대패드, 여름이불, 베개, 속옷, 신발 2개, 룸슬리퍼, 티 10장. 바지, 자켓, 벨트, 옷걸이, 파자마, 우산), 주방 관련(수저, 전기포트, 젓가락, 편수냄비, 양수냄비, 거름망, 세제, 수세미, 소금, 설탕, 한국간장, 일본간장, 액젓, 매실액, 식용류, 집게, 가위, 머그컵, 원형코렐접시 큰 것 3장, 작은 것 3장, 햇반, 반찬통, 비닐팩, 칼, 도마,쟁반), 식품류(누룽지, 소면, 3분짜장, 3분카레, 볶음고추장, 부엇국, 미소된장국, 김자반, 캔김치, 캔장조림, 캔콩자반, 캔깻잎, 쌈장, 라면류), 백팩(여권복사본, 신용카드사본, 비자사진, 여권사진, 폴딩장바구니, 펜, 수첩, 티슈, usb, 외장하드, 마우스, 충전기, 미국 동부 여행책, 자전거자물쇠, 돼지코 110v 3개, 물파스, 포스트잍)
아래는 미국 도착 후 해야 할 일-
* 휴대폰 : 한국에서 30일짜리 유심을 준비해 갔다. 비행기가 땅에 닿자마자 유심 칩을 끼워서 바로 연락을 하자고 했다. 랜덤한 번호로 할당이 되어 20일 정도 사용했다. 미국은 T-mobile의 경우 가족결합할인이 8명까지 된다고 한다(Verizon과 AT&T는 10명까지). 친구분의 플랜에 함께하면 결합할인이 되어서 싸다기에 대신 폰을 준비해 주셨고,남편이 사용하다가 향후 언제든 독립해서 폰을 만들면 된다고 들었다. 혼자 가입하는 것보다 통신요금이 절반으로 할인이 되어서 일단은 그 폰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개인휴대번호를 원하는 번호로 고를 수 있는 것에 반해 미국에서는 지역에 해당되는 번호가 고정되어 있고 뒷자리는 몇 가지 옵션을 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나와 연관 없는 번호라서 랜덤하게 받는다고 한다.
* 미국 은행계좌 생성 : 출근 첫날, 학교 담당자로부터 서류를 받고, 신분증도 받는다. 또한 은행으로 가서 급여를 받기 위한 체킹 어카운트를 만든다. 한국의 은행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1)한국에서는 은행계좌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직장인이 급여(Direct deposit)를 받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2) 계좌 생성 페이백(sign-up bonus)이랄까? Bank of America는 100불, Wellsfargo는 400불, Chase는 250불 정도 준다고 하는데, 우리 남편은 하나도 못 받았다. 3)계좌 유지비 라는 것이 있는데,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 이체를 하는 사람들은 면제를 해준다. 또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bi-weekly로 샐러리를 받는다.
* 미국 medical 보험 :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의료보험이다. 도착하자마자 직장에서 몇 가지 서류 등록을 하는데, 관련된 카드가 집으로 오지 않는다면 다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연유로 아는 지인(같은 학교, 다른 과 소속)은 대략 5개월간 무보험 상태로 있었다고 들었다. 다음과 같은 치과, 안과 등 해당 카드가 우편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남편의 미래를 생각해 빠른 결정을 하였으나, 이제 오롯이 혼자서 딸 세 명을 키우고, 직장맘으로 일도 해야만 했다. 남편이 주말에는 큰 아이 두 명과 여기 저기 산책도 가고, 인형 뽑기도 하러 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줘서 집에서 아기와 편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아쉽게 되어버렸다. 남편의 출국과 동시에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정신이 없어서 초반에는 별로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신기한 사실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남편을 괴롭혀 왔던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매일 페이스톡을 하면서, 미국 적응을 위해 한발 한발 고군분투 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용감하게도 딸 세 명을 데리고 7박 9일로 미국으로 여행 아닌 여행을 가게 되었다. 갑자기 떠나게 된 남편은 여름용 물건들만 간신히 챙겨갔다. 출국 전날까지도 진행 중인 논문 미팅을 모두 마치고 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내일 가는 건가? 준비는 다 해놨니? 공항버스를 탑승하고 나서야 여권, E티켓, 국제면허증, DS2019 등을 일일이 점검할 정도였다. 나와 세딸은 겨울 짐을 챙겨서, 남편이 떠난 지 18일 만에 그곳에 늦은 여름 휴가차 방문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남편이 사는 집에 다녀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아이들도 아빠가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어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지 무척 보고 싶어 했다. 그동안 쌓아둔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3명 왕복표를 예약하고, 19개월 유아(10%지불, 186,200원)랑 같이 캐리어 8개와 유모차, 카시트를 끌고 미국 집에 방문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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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경력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 과학자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나의 첫 포닥 3년 이후로는 경력단절 3년, 경력복귀 7년 반(한국에서의 연구활동)의 일상을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1-37회)에서 공유한 바 있다. 미국으로 이주 후에는 바이오 회사를 다니면서 정착을 위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대하여 소소히 공유해보고자 한다(슬기로운 미쿡생활 38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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