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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왜 죽은 동료 개미를 데리고 가는 걸까
Bio통신원(이탈)
가을 산책을 하다가 개미가 죽은 동료의 사체를 끌고 가는 걸 보았다. 무언가 뭉클한 장면이었다. 개미는 왜 죽은 자신의 동료 사체를 가져가는 것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애도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먹이로 사용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개미를 쓰레기로 간주해 길을 청소하는 것일까? 과연 어떤 이유로 개미는 죽은 개미의 사체를 가져가는 걸까?
이외에도 개미는 자신보다 훨씬 큰 개미의 사체를 옮긴다. 그런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역시 먹이로 쓰려는 것일까? 개미는 몸에서 끊임없이 페로몬을 발산하는데 개미가 죽으면 이게 멈춘다. 대신 죽으면 사체에서 지방산 등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올레산이 나온다.
올레산은 화학식이 C17H33COOH이다. 올리브유에서 혈압 저하 역할을 담당하는 올레산은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이다. 살아있는 개미에 올레산을 칠하면 죽은 개미로 오인해 시체 보관소나 쓰레기장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니, 개미는 분명 죽은 동료의 사체를 옮기는 게 분명하다.
일반적인 붉은 개미들은 집단 감염의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아 일종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다.
사진 = <뉴사이언티스트>
개미 사체에서 나오는 올레산
일반적으로 개미들은 죽은 동료들의 사체를 오염원으로 간주한다. 다른 개미들과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죽은 사체를 사체 저장소나 쓰레기 무덤으로 옮기는 것이다. 화학 물질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개미들은 죽은 개미들 몸에서 나오는 올레산을 인지하고 사체를 옮긴다. 생존 전략이다.
‘사체운반행동(necrophoresis)’은 개미나 벌, 말벌, 흰개미 등 사회적 곤충에서 주로 발견된다. 개체들이 많이 모여 있는 둥지나 벌집에서 죽은 동료의 사체를 옮김으로써 감염을 방지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개체들이 사체를 운반할 수 있지만, 특정 임무를 수행 받은 장의사들이 이 일을 한다. 장의사 개미들은 일반 개미들과는 약간 다른 성장주기를 갖고 있어 사체를 처리하는 데 용이하다.
불개미 집단을 제거하기 위해 불개미를 죽일 수 있는 병원균을 개체군에 넣을 수 있다. 그러면 죽은 불개미는 살아 있는 불개미에 의해 사체가 운반돼 다른 불개미들을 감염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특정 감염원은 동료들의 사체 운반을 지연시켜 감염을 유도할 수 있다. 혹은 사체가 저장되는 저장소의 위치를 바꿔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 개미들이 죽은 동료를 멀리 데려가면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거기엔 많은 에너지와 노동력이 투입된다.
매장을 하거나 죽은 동료의 사체를 먹는 것 또한 사회적 곤충들에게서 종종 발견된다. 흰개미는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야 하는 경우, 죽은 동료를 묻기도 한다. 일꾼 흰개미를 사체운반에 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체 운반은 대개 장의사 개미나 일개미들의 몫이지만, 여왕 고동털개미(asius niger)는 직접 죽은 개미들의 사체를 처리한다. 아마도 죽은 개미들이 자신의 군체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개미들이 죽은 동료의 사체를 옮기는 데는 감염원 제거, 먹이 대체, 매장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려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사진 = 김재호.
급하면 죽은 개미를 그냥 묻기도 한다
유럽불개미 혹은 일반 붉은 개미들 중 장의사 개미는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개별 장치를 보급 받지 못한다. 심지어 손을 씻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장의사 개미들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개미굴 밖에 머물거나 안에서 쉴 때도 입구 근처에 모여 있다. 본받을 만한 개미들의 행동이다.
사회적 협력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마타벨리 개미(Matabele ant)는 흰개미를 포식하기 위해 습격대를 보낸다. 그런데 부상당한 동료 개미들이 있으면, 둥지로 데려와 다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을 때까지 치료해준다고 한다. 5마리 마타벨리 개미 중에 1마리 정도는 흰개미로부터 상처를 입거나 죽는다. 특히 다친 개미들이 특정 페로몬을 분비해 구조 요청을 하며, 중상자보단 경상자 위주로 구조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감염원을 제거하는 건 인간 사회나 개미 집단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죽은 동료의 사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개미군은 일반적인 상태보다 더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유럽불개미 혹은 일반 붉은 개미들이 굴에 있던 죽은 동료의 사체를 처리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참고 7.)
보통 크기의 곡물인 쌀알만한 작은 개미들은 바위 아래나 통나무에서 밀집해 산다. 하나의 둥지엔 1천 마리 이상의 일개미들이 있다. 모여 사는 만큼 집단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과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두 개의 개미굴을 만들어, 한 곳은 출구를 넓게, 다른 한 곳은 출구를 좁게 만들었다.
각각의 개미굴에 죽은 개미의 사체 10마리를 넣은 결과, 50일 후에 출구가 좁은 곳에선 사망률이 6%에서 1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사체에서 발생한 미생물이 갇혀 있는 개미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결과는 프레리도그 등 사회적 동물들에게도 유의미하다.
최근 국내에 개봉한 <낙엽귀근(落葉歸根. Getting Home)>(장양 감독)은 죽은 친구를 고향에 데리고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개미들이 죽은 동료를 데리고 가는 장면과 유사하다. 인간의 장례 의식이 그토록 소중한 건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개미들 역시 무의식적 혹은 본능적으로 죽은 동료들을 애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참고 문헌 및 사이트>
1. https://namu.wiki/w/개미
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29032&cid=40942&categoryId=32315
3.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2647466
4. https://en.wikipedia.org/wiki/Necrophoresis
5. https://www.newscientist.com/lastword/mg24632841-100-do-ants-bury-their-dead/
6. http://ecotopia.hani.co.kr/449378
7.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news/2014/7/140708-corpse-removal-ants-social-animal-survival-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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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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