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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코로나19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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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많은 대학원생의 피땀눈물]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들
오피니언 변서현 (2020-09-22)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들

(https://www.ema.europa.eu/en/news/ema-commissions-independent-research-prepare-real-world-monitoring-covid-19-vaccines)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지 어느덧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일상이었던 것들이 일상이 아니게 되었고, 언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대신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야 하기도 하다. 올해 초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썼던 글만 해도, 재난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급박한 변화에 따른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그 변화에 적응하고 대안을 찾으며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과학 연구실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의료계나 병원, 보건 등과 직접적인 관련을 보이는 곳이다. 특히 필자가 있는 면역학 연구실은 더욱 그렇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이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고, 주삿바늘이나 포셉, 채혈튜브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과 너무 똑같다. 뉴스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실험실 장면이 나오면 우리 연구실에 쌓여 있는 것들이 비춰져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실에서 필요한 물건들 중 구하기 어려워진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연구실에서 마스크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품질이 제일 좋은 유한킴벌리 사의 덴탈 마스크를 쌓아 놓고 말이다. 동물실에서 나올 때는 당연히 마스크를 바로 벗어 폐기물 통에 넣었다. 냄새가 강한 화학물질을 마주할 때는 덴탈 마스크를 두 개씩 겹쳐 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라 전체에서 요일제를 실시할 정도로 마스크가 품귀해진 이후, 동물실에서 쓰고 나온 마스크는 곱게 연구실로 가지고 돌아와 책상 한쪽 구석에 비축해두고 있다. 그것도 그나마 실험동물실에서 마스크를 끊김없이 구비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대학의 동물실에서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각 연구실 별로 마스크를 구매해 동물실에 비치해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는 유한 킴벌리의 로고가 그리워질 지경이다. 70% 에탄올을 만들 때 쓰는 공업용 에탄올도 마찬가지다. 에탄올은 살균소독제를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보니, 대중과 병원에게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모두 팔려 나가 연구실에서 구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차라리 순도 99.99% 연구용 수입 에탄올이 더 구하기 쉬운 지경에 이르렀다. (보통 DNA나 RNA 분리에 사용하는 그 에탄올이다.) 하지만 실험대에 거침없이 뿌리는 용도로 만드는 70% 에탄올 말통에 비싼 연구용 에탄올을 넣자니 차마 손이 안 떨어져, 오랜 시간 수소문 끝에 겨우 공업용 에탄올을 구해 소독용 에탄올을 만들 수 있었다. 

마스크나 에탄올은 사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실험 재료 중 인터루킨-2 (IL-2) 단백질이 있는데, 마우스 T세포 배양 용도로 첨가해 주는 재조합 단백질이다. 지금까지 이 물질은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의 프레드릭 국립암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 at Frederick)에서 비영리적 목적으로 배송비만 받으며 보내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면역학 분야에서 선두로 꼽히는 NIH에서 품질을 보증하고, 다른 상업적 제품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해 믿고 이용하던 제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NIH가 필수적 기능만 남기고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말았다. IL-2와 같이 여러 연구실로 보내주던 제품들의 공정도 모두 중단되었다.[1]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했지만, 우리나라 연구실이나 산업계나 큰 규모의 과학 관련 분야들은 대부분 어쨌든 일을 하고는 있으니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탓에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정말 당황스러웠다. 최근 몇 년간의 실험들이 모두 이 물질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구하질 못하니 재현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다른 수입 제품을 주문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재현 실험을 진행할 것 같다.

분야를 막론하고 미팅, 세미나, 학회는 모두 축소되었다. 여름마다 갔었던 연구실워크숍은 취소되었고, 연구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삼겹살 회식도 못 한지 오래다. 대구경북 유행이 정리된 이후 랩미팅은 다시 시작되었는데, 8월 중순 다시 수도권에서 유행이 시작되며 모든 미팅이 다시 미뤄졌다가, 발표자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한 상태에서 소규모로 미팅을 진행하라는 대학 본부의 지침이 내려온 후 미팅이 재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학회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우스개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11월에 열리는 대한면역학회 추계학술대회도 온라인 학회로 바뀌었다. [2] 강연장 두 개는 채널 두 개로 바뀌고, 포스터 발표도 온라인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대신 ‘면역’학회답게 코로나19를 주제로 하는 교육세션이 추가로 열린다. 온라인 수업은 몇 번 경험해봤지만, 온라인 학회는 모두에게 낯선 일일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와 걱정이 모두 된다. 연구실 사람들이 다같이 서울에 도시 냄새 맡으러 가는 유일한 기회가 없어진 것이 좀 아쉬운 것은 덤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많은 학회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싼 체류비를 부담하지 않고도 최신 연구결과를 자기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학계에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지방의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주로 열리던 하루짜리 워크샵 등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최신 연구 성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생명과학 분야, 특히 바이러스, 미생물, 면역학, 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들은 몇 달째 코로나19 관련 논문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Science, Nature, Cell 같은 학술지는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많은 학술지들이 COVID-19, SARS-CoV-2를 주제로 한 논문들을 셀 수 없이 많이 게재하는 걸 볼 수 있다. 가끔 한국 언론에 소개된 논문이나 대가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 눈에 띄는 논문들은 직접 원문을 찾아보는데 ‘이런 연구를 이렇게 빨리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내용도 있는 반면 ‘이 내용으로 이 저널에 게재된다고…?’ 싶은 내용도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앞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의 마음으로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결과를 내놓고 그 결과를 빨리 검증해서 방어법을 찾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필자가 알림을 받아보는 미국의 한 학술지는 아예 당분간 모든 논문을 Open Access로 전환했고, 편집자와 리뷰어들이 재택근무 중이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3] (아래 사진) 코로나19 재난의 한쪽 전선에 서 있는 학계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들



그나마 이렇게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부드럽게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특히 의학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의 해외 유학 길이 막히고 있다. 비자를 받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워진 것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비용 등의 여러 문제로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4] 국외 박사후 과정이 필수가 된 시대에, 한국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 오래전에 Offer Letter를 받았다가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국내 기업들의 채용도 급격히 감소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나라 간 물리적 연결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박사학위자의 적체 문제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등교’가 불가능한 학생들에 비하면 연구실은 어찌 보면 변화가 크게 없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긴 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뒤흔든 재난 상황에서 연구실과 학계도 나름의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가끔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4차 산업 혁명이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이하는 가운데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의 경험과 대처를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서로가 변화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번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댓글로 코로나19를 맞이한 연구실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참고문헌>
[1] Preclinical Biologics Repository, Biological Resource Branch, National Laboratory at Frederick, NIH
https://ncifrederick.cancer.gov/Research/Brb/Home#/preclinicalRepository (2020-09-20)
[2] KAI International Meeting 2020 Virtual, Korea Society of Immunologists
http://www.ksimm.or.kr/abstract/2020_fall/info1_en.html (2020-09-20)
[3]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Rockfeller university Press. 
https://rupress.org/jem (2020-09-20)
[4] Nature, <Junior researchers hit by coronavirus-triggered hiring freezes> (2020-06-0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1656-3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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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현 (포항공과대학교 융합생명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논문으로 이미 출판된 지식이 아닌, 지식이 만들어지는 연구의 과정을 현장의 연구자이자 대학원생인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소개합니다.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 연구자들 간의 대화 등을 소재로 한국의 연구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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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회원작성글 MoonLightP..  (2020-09-22 20:55)
1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혹시 해외로 나오고 싶으신 분들은 미리 겁먹지말고 지원해주세요. 제가 있는 곳도 새로운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복잡해진 비자문제와 그 랩의 재정문제는 인터뷰 후에 생각하셔도 됩니다. 다들 꺼려하는 지금이 더 기회 일 수 있습니다. 원하는 분야에 원하는 랩에 지원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께요.
회원작성글 sunny622  (2020-09-23 10:10)
2
맞아요... 동물실험실에서 마스크 꼬박꼬박 쓰고서 실험실로 가져나와서 재사용2-3번씩 합니다...저희도 알코올 구하는데 애먹고 했던지라 이번 글 더 공감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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