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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임의 정부과제 수행기] 4화_수행해야 할 사업계획서를 리뷰한 이 주임
Bio통신원(이 주임)
이 주임은 정부과제사업계획서를 공부한 후,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의 사업계획서를 살폈다. 저번에 공부한 사업계획서 양식과 순서 정도만 다를 뿐, 전체적으로 담긴 내용과 맥락은 비슷했다.
첫 항목은 예상대로 ‘기술개발의 개요 및 필요성’ 이다.
하부숫자로 세분화됐다.
1-1 개발기술의 중요성(필요성)
1-2 국내외 기술현황
1-3 기술개발 시 예상되는 파급효과 및 활용방안
1-1 개발기술의 중요성(필요성)에는 대상기술에 대한 기본개념이 서술되어 있었다.
빛의 성질 중 하나인 ‘흡광’에 대해 설명했다. ‘흡광’은 빛이 어떤 물질을 통과할 때 물질에 따라 특정파장만 흡수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흡광’을 이용해서 여러 곳에서 나오는 수질의 오염물질을 분석한다. 또한 흡광을 이용해 수질이 특정 색깔을 띠게 하기 위해서는 수질(물)에 ‘발색 시약’을 넣어야 된다고 한다.
이 주임은 영업사원 시절 흡광으로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자외선 가시광선 분광광도계’란 장비를 몇 차례 팔러 다녔다. 그래서 다행히 ‘흡광’이란 단어는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분석을 위해 측정 물에 첨가하는 ‘발색시약’이란 단어는 어색했다.
이 주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그만의 언어로 전환하는 습관이 있다. 좋게 말하면 자기만의 관점으로 승화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새로운 것을 소화하지 못한 체 기존에 성립된 지식 테두리 위에 얹혀 버리는 것이다.
그가 반신반의하며 정리한 결과는 이랬다.
‘물(水)은 투명해서 깨끗해 보이지만, 이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해로운 물질들도 물에 꼬이기 시작했다. 꼬인 물질이 어떤 거고, 얼마큼인지 알아야만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문명의 발달로 알아낸 ‘빛의 흡광성질’과 ‘발색 시약’을 사용해야만 한다. 특히 발색 시약은 물에 꼬인 해로운 물질에만 딱 달라붙어서 물에 색감을 불어넣는 기찬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주임은 만족해 했다. 정리한 것이 눈앞에 나름 묘사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떤 해로운 물질들이 물에 잘 꼬이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1-2’국내외 기술현황’ 이다.
여기엔 대체로 ‘국내/외 관련기술 현황’에 대한 내용이 채워져 있었다.
요약하면, 사업을 통해 개발하려는 제품은 국산화율이 낮고, 해외의존도가 높으므로 이번 사업을 통해 꼭 국산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3’기술개발 시 예상되는 파급효과 및 활용방안’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하여 수질관련 시장은 규모가 크고, 관련분야도 많으니 파급효과와 활용 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큰 두 번째 항목은 ‘2. 수요현황 및 사업화 계획’이다.
시장현황, 경쟁업체 현황, 사업화 계획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 주임은 표 안을 채우는 금액과 수요량을 보면서 과연 이게 실현 가능한가? 의아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 이유는 전에 사업계획서양식를 공부했을 때, 시장규모와 사업화 계획이 커야 사업에 선정될 확률이 높다고 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 번째 큰 항목은 ‘기술개발의 목표 및 내용’이다.
‘최종 목표 및 평가방법’과 ‘개발목표 및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되어있다.
이 주임은 긴장했다. 바로 여기에 앞으로 만들어야 할 장비의 설명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여기서 설명하는 장비를 개발하지 못하면 어렵게 들어온 연구소를 떠나야 할 수 도 있다. 아직까지 장비를 개발한 적이 없는 이 주임 입장에서는 겁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개발기술 개요를 보고 예상했듯이 최종목표는 흡수분광 분석법으로 수질 오염물을 측정하는 장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빛을 내는 광원, 광원에서 나온 빛을 이송시키는 빔 이송부, 시료를 채취하고 측정 부까지 보내는 유체 이 송부, 빛이 시료를 통과한 신호를 검출하는 검출기(spectrometer)와 열거된 이 모든 것들을 제어할 수 있는 제어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바로 밑에 표로 정리된 정량적 목표 항목이 있었는데,
표 안에는 파장선택, 분석성분, 측정범위, 재현성에 대한 목표가 분명하고 뚜렷하게 있었다.
이 주임은 분석성분 항목에 총인, 총질소라고 명시된걸 보고, 궁금했던 해로운 물질들이 이것들이란 걸 알았다. 총인과 총질소가 우리에게 과연 어떤 해로움을 줄까? 궁금해서 찾아보려고 했으나 리뷰의 리듬을 깨고 싶지 않아서 찾지 않았다.
다음 장에는 앞으로 개발해야 할 장비의 시스템 개략도가 그려져 있다.
여러 가지 색깔로 치밀하게 그려져 있는 게 뭔가 복잡했다.
위쪽에는 여러 시약통, 펌프, 연결선 들이 긴밀했고, 중간에는 빛을 쏘고 측정하는 것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맨 밑에는 컴퓨터 몇 대가 이들을 받들었다.
시스템 개략도 만큼 이 주임의 머리도 복잡했다. 겉만 이해한 머리가 몸에게 과연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몸은 도리어 너라면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이 둘은 서로에게 책임을 건네고 싶어했다.
이 주임은 한참 동안 이 둘의 싸움을 바라만 봤다. 차마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이 주임은 머리와 몸과 다툼을 뒤로 하며 개념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화 작업에 들어갔다.
전체 부분을 쪼개서 ‘시료 채취 및 이송 장치부’,, 광학 시스템 구성’으로 나눠서 살펴봤다.
먼저 ‘시료 채취 및 이송 장치부’ 를 살폈다.
왼쪽의 ‘sample’은 측정할 물(수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sample’는 펌프를 통해 ‘sample vessel’이란 곳에 임시 저장되고, 임시 저장된 물은 일정량을 뽑아낼 수 있는 정교한 ‘Syringe Pump’에 의해 일정량이 뽑혀져 ‘Mixing vessel’로 보내진다.
Vessel이란 것은 일정량을 담아 놓을 수 있는 통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오른쪽에는 ‘발색시약’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reagent’ 통이 있다. 이들 ‘reagent’도 ‘syringe pump’에 의해 일정량이 뽑혀져 ‘Mixing vessel Mixer(혼합통)’로 보내진다. 이쪽의 ‘syringe pump’ 머리에는 ‘8way Valve’라는 것이 붙어 있다. 아무래도 여러 개의 시약(reagent)에서 필요한 것만 선별할 때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종국엔 ‘Sample(물)’과 ‘reagent(발색시약)’가 ‘Mixing vessel’에서 만난다.
아울러 ‘mixing vessel’에는 ‘Magnetic Stirrer (자석형 교반장치)’이 들어가 있어 이 둘의 만남을 점철 하려고 한다.
풀어보면 결국 ‘시료 채취 및 이송 장치 부는 물과 발색시약을 일정량씩 잘 섞어주는 것인데, 이를 자동화 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 광학 시스템 구성’를 살폈다.
크게 A와 B로 나누어져 있다.
A 구획은 빛을 쏘는 광원과 광원 구동에 필요한 부품들로 채워져 있다.
B구획은 측정물(물+발색시약)을 담을 수 있는 구조물로 되어있다. 쏘아진 빛은 이 구조물을 통과한 다음 빛을 파장 별로 나누는 분광기를 거쳐 CCD센서에 도달한다.
이 주임은 쉽게 다시 정리했다.
‘잘 섞은 물과 발색시약을 빛이 투과할 수 있는 용기에 담고, 여기에 빛을 쏴준다. 용기를 통과한 빛을 검출기로 측정하여 어떤 파장의 빛이 얼마만큼 줄어들었는지? 를 가늠한다.’
이렇게 이 주임은 사업계획서에 담긴 ‘개발기술의 개요’ 와 ‘기술개발의 목표 및 내용’에 대한 리뷰와 개념정리를 했다. .
이번 리뷰를 통해 이번 정부사업에서 어떤 장비를 개발하며, 개발한 장비가 어떤 목표성능에 도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개발경험이 없어 ‘펌프’, ‘syringe pump’, ‘8way Valve’, ‘광원’, ‘분광기’, ‘검출기’ 등과 같이 구성에 필요한 부품들을 어디서 구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걱정됐지만, 앞으로 차근차근히 알아보기로 다짐하며 이번 사업계획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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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비 제조업체에서 연구개발과 더불어 정부과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정부과제 업무를 '이 주임'이란 가상인물을 통해서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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