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생활 속 과학상식 바로잡기] 물도 에너지원이다
Bio통신원(서규원)
해안가에서 일교차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관찰해보면 낮에는 해변의 온도가 더 높기 때문에 해변에서 상승기류가 생겨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해풍이 불고, 밤에는 해변이 바다보다 더 빨리 차가워져 육지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육풍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1년 단위로 확장해서 생각하면, 여름에는 대기보다 물의 온도가 낮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물의 온도가 높다. 대기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온도차이가 크지만 물은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가 작다. 따라서 물이 대기보다 여름에 더 시원하고 겨울에 더 따뜻하다.
사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냉방을 위해,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전력량이 급증한다. 한국전력에서 매월 공개하는 전력통계속보(2020년 6월)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의 일반용, 주택용 판매전력량이 더위가 심한 8월과 추위가 심한 1월에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1]. 연간 전력 사용량은 산업용 시설에서 가장 크지만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일반 상점과 주택이며 이는 냉난방에 사용되는 전력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경험한 우리나라의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현상이 있었고, 이는 전력사용측면에서도 이전 년도에 비해 많은 전력이 냉방을 위해 사용되었다.
한국전력, 2020년 6월 전력통계속보 (2019.06~2020.06)
이제는 각 가정마다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시설이 대부분 갖춰져 있고, 매년 여름이 되면 에어컨의 판매수요가 급증한다. 그런데 가정 내 에어컨 보급이 흔하지 않았을 때는 여름철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은 차가운 물을 즐겨 찾았다. 물을 이용하여 더위를 이겨냈던 예들은 꽤 많았다. 대야에 찬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더위를 이겨내려고 했고, 더워도 밖에서 공차기를 하며 뛰어노는 것이 좋았던 아이들은 등목을 하며 한여름 더위를 식혔다. 그리고 아스팔트 거리가 내리쬐는 태양으로 뜨거워지면 동네 상가에서는 거리에 물을 뿌려 뜨거운 열을 식혔다.
한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의 기온은 섭씨 30도를 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때 온도의 단위로 사용되는 섭씨 온도는 물의 어는점과 끓는점을 기준으로 한다. 대기압(1기압) 조건에서 물의 어는점을 0도, 물의 끓는점을 100도로 정하고 이 두 온도 사이를 백등분하여 기본 단위로 사용한 것이 섭씨 온도이다. 섭씨 온도는 미터법의 사용으로 표준온도 단위로 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절대온도 단위인 켈빈(Kelvin, K)과 같은 크기의 단위값을 가진다. 물과 공기는 여름철에 같은 태양에너지를 받더라도 다른 온도를 나타내는데, 그 이유는 물과 공기의 비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열이란 1g 의 물질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J)을 나타내는데, 물의 비열은 공기보다 약 4배 이상 크다(공기: 1.01 J/g‧℃, 물: 4.18 J/g‧℃). 물과 공기가 갖는 열량은 열용량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데, 열용량은 비열에서 물질의 질량을 곱한 값과 같다. 동일 부피에서 물은 공기에 비해 훨씬 더 큰 질량을 갖기 때문에 같은 부피의 공기와 물의 열용량을 비교하면 물이 훨씬 더 큰 값을 갖는다. 따라서 여름철 기온은 수온에 비해 훨씬 높은 값을 나타내게 된다.
우리 몸은 주변 환경의 온도변화에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물은 상대적으로 큰 비열로 인해 온도 변화가 공기에 비해 훨씬 덜 일어난다. 또한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이 대부분 수용액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도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안정적인 반응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더위에 대한 자연스런 생체 반응은 땀을 흘리는 것인데, 피부 표면으로 흐르는 땀은 주변 공기와 접촉하여 열을 흡수하여 기화가 된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뿌린 물 역시 같은 원리로 아스팔트와 공기의 열을 흡수하여 기화되기 때문에 열을 식힐 수 있는 것이다. 건조한 기후의 여름보다 습한 기후의 여름이 더 견디기 힘들게 느껴지는 원인 역시 공기 중의 수증기의 비열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데 습한 기후에는 같은 기온이라도 수증기 때문에 공기가 가진 열량이 훨씬 높다.
Sweat(땀이 열을 흡수한다), Photo by Hans Reniers on Unsplash
이렇듯 물은 함유할 수 있는 열량이 크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물의 온도차를 이용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물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에너지를 수열에너지라 하는데 대표적으로 수열에너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해수와 하천, 지하수를 이용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2]. 여름철에는 차가운 해수를 사용하여 뜨거운 공기와 직접 열교환을 통해 냉방에 이용할 수가 있고, 심해 열수구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해수를 활용하면 겨울철 난방에도 활용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해수의 온도차를 사용한 에너지는 천연 에너지원으로 환경오염의 위험이 거의 없다. 하천수의 경우 역시 수열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한데, 여름철에 대기보다 차가운 하천수를 사용하면 냉방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가 있고, 겨울철에는 대기보다 높은 온도의 하천수를 이용하여 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수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 발표를 통해 강원도 춘천에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였다.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강원도가 그린뉴딜 정책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춘천이 새로 조성될 산업단지의 대상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지역균형 발전 뿐 아니라 자연적인 조건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춘천은 전국에서 평균기온이 낮은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로 삼성SDS의 춘천 클라우드 센터와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인 ‘각’과 같은 시설들이 이미 들어서 있다. 이들 시설물은 춘천지역의 차가운 자연풍을 활용하여 데이터 센터의 냉방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3].
정부가 계획 중인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에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 물기업 특화단지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4].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에 들어서게 될 많은 데이터센터들은 데이터 서버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소양강의 차가운 물을 사용하게 되며, 이는 기존에 자연풍을 사용한 냉각시스템보다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주택가로 조성될 친환경 생태주거단지의 냉난방은 소양강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환경부, 수열에너지 냉난방 공급 모식도
현재 물은 에너지 자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에 물을 이용한 발전방식은 댐을 건설하여 물을 저장하고 저장된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수력발전과 지구의 내부에너지 때문에 깊은 바다에서 분출되는 열수를 이용한 수열에너지가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열량을 저장할 수 있는 물의 특징을 이용하여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열은 고에너지에서 저에너지로 이동을 하고 그 반대로는 이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방향이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과정을 비가역과정이라 하며, 열역학 제2법칙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수열에너지의 활용도 열역학 제2법칙을 철저하게 따른다. 대부분의 화학반응에서 발생한 열은 다시 회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내연기관에서 배출되는 열은 열손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이렇게 손실된 열조차도 차가운 물과의 열 교환을 통해 유용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의 계절별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는 그 자체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에너지원으로서 고려해볼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게다가 소양강과 같은 차가운 하천수는 비용도 들지 않으며 자연상태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다. 수열에너지의 활용을 통해서 너무 흔해서 소중한 에너지 자원으로 인식하지 못한 우리의 물자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 한국전력공사, 2020년 6월 전력통계속보(제500호)
[2] 김명화, “그린뉴딜’에 친환경 수열에너지가 주목받는 이유”, (2020. 08. 05), 환경미디어
https://www.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5672513102
[3] 김디모데, “홍원표 "삼성SDS 야심작 춘천클라우드센터는 글로벌사업의 중추". (2019. 09. 22), BusinessPost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44139
[4] 이재현, “소양강댐 냉수활용 춘천 수열에너지 예타 통과…사업추진 본격화“, (2020. 07. 13),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713063700062?input=1195m
*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신 한상민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과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이라는 말이 주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생활에서 과학이 주는 유익함을 아주 많이 알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글로 독자들과 일상생활에서 알 수 있는 과학적 상식에서부터 엄연히 실존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크고 작은 세상의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