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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과학읽기] 감염의 전장에서 (토마스 헤이거 저, 노승영 역/ 동아시아)
Bio통신원(LabSooniMom)
“과학자의 실험실을 생각해보라. 과학자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 플라스크 하나에 다른 플라스크의 용액을 섞는다. 이내 투명하던 용액은 갑자기 빨간색이나 노란색 혹은 녹색으로 바뀐다. “한순간”에 변하는 용액의 색깔은 화학 평행이 일어나는 시점으로 화학반응이 일정한 지점에 도달한 순간이자 ‘마법’의 순간이다. 갑자기 모든 것이 변화된 시점. 그 시점이 1932년 설파제가 발견되던 순간이다”이 책의 저자 토머스 에이거는 한 강연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공중보건의 황금기가 시작된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물과 음식, 하수관 등 기본적인 공중위생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이 황금기의 큰 물결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세균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질병을 확인하는 실험법이 확립됨으로 세균학의 전성기까지 도래하게 만들었다.
과학은 한 가지 ‘발견’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결국 인류의 과학의 역사는 발견을 통해 인류를 이롭게 하는 목적의 또 다른 발견을 이끌어 낸다. 현미경의 발명은 눈에 보이지 않던 세균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세균은 다양한 모양과 종류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그 세균들을 분리할 수 있는 배양법이 발명되었고,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균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알아냈으며, 그를 통해 목숨을 위협하는 세균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치료법에까지 과학은 그 역사를 끊임없이 써 내려갔다.
이 책의 주인공인 독일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세균(연쇄상구균)과 세균을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방법들, 화학 염료와 화합물 합성의 과학이라는 도구와 전쟁과 나치 시대의 독일이라는 사회적 필요성을 통해 ‘최초의 항생제(프론토실)’라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의 과학은 현재의 과학자도 그렇듯 끊임없는 노동의 반복이었다. 바이엘 사에서 항균 물질을 합성하는 것은 그의 동료 화학자인 요제프 클라러와 프리츠 미치의 반복되는 노동이었으며, 그들이 만든 물질이 실제 항균 작용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동물에 접종하고 해부하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일은 도마크의 노동이었다. 도마크의 실험 노트에는 클라러가 만들어낸 Kl이라고 시작되는 화합물 번호 옆에 수많은 oW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W는 Wirkung으로 독일어로 효과라는 뜻이고, oW는 Ohne Wirkung으로 효과 없음이란 뜻이다. Kl로 시작되는 화합물의 번호가 700 언저리까지 갔으니 얼마나 많은 화합물을 합성했으며 얼마나 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 없음’을 입증했는가가 그의 실험 노트에 오롯이 담겨있다.
‘우리는 더는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해부했고, 더는 볼 수 없을 때까지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라는 도마크의 말은 왜 이 책의 영문 제목이 [The Demon under microscope]인지를 이해하게 해 준다.
도마크가 이루어낸 성과는 도마크와 화합물을 만든 화학자 동료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한 연구의 과정을 이해하는 회를라인이라는 보스가 있었으며, 물론 상업적 목적이 있었지만 개발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바이엘 사가 있었다. 그의 업적은 임상 의사들과 환자들을 통해 증명되었으며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과학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은 특허를 낼 수 없는 너무 평범한 황이었음을 밝힌 것은 프랑스 학자들을 통해서였다. 프랑스, 일본, 중국, 네덜란드, 브라질, 체코, 크로아티아, 헝가리, 폴란드, 미국에서 경쟁적으로 설파제를 출시했고 연쇄구균으로 시작했던 항생제 연구는 각종 설파제를 통해서 결핵균이나 임질로 범위를 넓혀갔다.
당시 바이엘 사의 프론토실
도마크의 항생제를 향한 여정과 현시점이 오버랩되는 것은 세계 대전과 같은 세계 혼란의 시기인 팬데믹 속에 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란 프레임에 세균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였다면, 현재는 현대화와 발전이란 프레임에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세균을 박멸하는 만병통치약의 역할과 더불어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생산으로 인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첫 항생제는 사회 불평등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건강 불평등이란 또 다른 짐을 지워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경쟁적으로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있어서 인류는 도마크의 여정을 뒤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안정성 그리고 항생제 내성으로 그가 노벨상을 받을 때는 이미 설파제의 마법은 끝이 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세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항생제가 나와도 인류는 세균과의 싸움에서 한순간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째면 코로나 백신 이후의 인류의 삶도 함께 살아가며 싸우며 때로는 승리의 깃발을 때로는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도마크는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뮌스터 대학에서 이런 말을 했다.
“두 번의 참혹한 세계대전과 뉘른베르크 재판을 겪으면서 배운 교훈을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독일의 대학들이 다시금 올바른 길을, 확고한 지식뿐 아니라 새로운 인도주의적 길을, 인간의 존엄과 과학의 존엄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길 바랍니다”
코로나를 뒤에서 바짝바짝 쫓고 있는 인류에겐 바이러스 연구와 경쟁적인 백신 개발과 더불어 정치가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한 인도주의적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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