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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많은 대학원생의 피땀눈물] 제도가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오피니언 변서현 (2020-08-19)

제도가 설명할 수 없는 존재

(https://www.thesavvyscientist.com/how-much-does-a-phd-student-earn/)


얼마 전,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발의한 한 법안이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1] 대학원생이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개정하는 안으로 대학원생을 ‘노동자’의 범위에 포함하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갑질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었다. 그중 근로자의 정의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조 1항(‘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에 ‘(대학원생을 포함한다.)’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대학원생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부분을 보고 한쪽에서는 “드디어 대학원생도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대학원생 대상의 가장 큰 장학금 재원인 BK21이나 다른 국가/민간 장학금이 요구하는 ‘근로자가 아닌 전일제 대학원생’이라는 수혜 조건과 충돌하여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7월 16일에 발의된 이후 현재 소관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논쟁거리인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낯선 이북 출신의 초선의원을 다시 보게 된, 신선한 법안이었다.

이렇듯 ‘대학원생’은 사실 국가의 제도들 사이 갈림길, 또는 중간 어딘가에 서있는 애매한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은 사실 당사자인 대학원생조차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으니 차치하고, ‘돈’이 개입하는 순간에도 이도 저도 아닌 모습들이 많이 발견된다. 대학원생이 근로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이라서 4대보험미가입확인서를 내고 장학금을 받는데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별개로 ‘연구 수당’ 또는 ‘인건비’라는 이름의 소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타소득’에 대한 세금을 낸다. 반면 장학금으로 정의된 소득은 ‘비과세항목’으로 인정되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필자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수 학생이었을 때에는 통장에 입금되는 모든 금액이 장학금이 아닌 인건비여서 꽤나 높은 금액의 세금을 냈었던 기억이 있다. 한편 대학 시스템에서는 대학원생의 통장에 입금되는 돈을 증명하는 서류로 ‘급여명세서’와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하는데, BK21장학금의 수혜분은 비과세이고 연구 수당 부분만 과세된다. 그 급여명세서에는 ‘등록금’과 ‘생활비’, ‘연구 수당’의 항목이 구분되어 있다. 즉, 대학원생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면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받는 사람’인 이중적 존재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납세 제도에서 ‘기타소득’은 주로 계약을 통해 인건비를 받는 프리랜서나 일용직 노동자를 포함한다. 기타소득의 분류 중 ‘인적 용역 소득’이 그것인데, 국가 또는 민간의 연구과제에 의한 대학원생의 인건비가 명확히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밖에 고용관계없이 수당 또는 이와 유사한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용역’으로 판단해 기타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2] 이렇게 해석해보면 납세 제도에서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이 프리랜서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와 비슷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이르지만, 답은 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대학원생이 받는 돈이 100% 장학금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100% 인건비인 경우도 있어 대학원생 집단 안에서도 국세청에 신고하는 소득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같은 연구실 안에서도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차이는 대학원생이 스스로 국민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로 가입했을 때 보험료의 금액으로도 드러나는데, 100% 인건비로 받는 경우 전부 소득으로 인정되어 꽤 높은 금액을 보험료로 내야 하지만, 100% 장학금인 경우 수 천원 이내를 내기도 한다. 똑같은 금액이 통장에 들어와도 그 재원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회적 지출이 다르게 발생하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받는 돈이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코로나 유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에 또 한 번 느꼈다. 중앙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1가구 당 가족 수를 기준으로 모든 가구에 지급되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각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른 지역 재난지원금이 문제였다.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은 대부분 모든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지만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상북도는 ‘중위소득 100%’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동 주민센터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소득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대학원생 또한 급여명세서와 소득 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급여명세서에는 등록금 납입을 위한 장학금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등록금 명목의 장학금은 입금되는 그날 바로 다시 대학의 등록금 계좌로 입금되는, 스쳐 지나가는 비과세 항목이지만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에 적힌 모든 금액이 소득으로 포함되었다. 주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의 경우 등록금만큼의 금액이 빠지면 중위소득보다 낮지만 등록금이 더해지면 중위소득보다 높아지는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자체가 결정한 기준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초과 학기인 대학원생들은 필요로 하는 등록금 액수가 적어 전체 지급 금액이 정규학기 대학원생들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같은 대학원생이고 실제 사용 가능한 금액은 동일하게 받지만 급여명세서 상의 금액이 달라 재난지원금 지급여부가 달라지고 만 것이다. 주변 동료 대학원생들과 “당연히 등록금은 제외하고 판단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당황스러움과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생이 많이 거주하는 또 다른 지역인 대전광역시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대학원생이 받는 금액 중 과세소득의 비율에 따라 건보료 액수가 달라져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중위소득 44% 미만인 사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주거급여’ 등 다른 국가 복지제도에 있어서도 대학원생이 지급받는 금액을 명확히 할 수 없어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필자가 다니는 대학의 대학원생 인건비 하한선을 기준으로 등록금 명목의 장학금을 제외하면 1인 가구의 기준에 충족하는데,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지자체가 소득을 판단할 때 모든 금액을 소득에 포함해 기준을 초과하게 되어 신청할 수 없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학생연구원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지급되는 소득이 근로소득으로 인정되는 등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 방법이 대학원생의 소득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 

대학원생이 학생인가, 노동자인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논쟁이 많이 있다. ‘학생 노동자’라는 중간의 위치를 새로 정의하자는 목소리도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원생, 대학, 교수, 정부 등 여러 관점을 가진 서로 다른 집단들이 모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빤히 보이고, 그전에 이 글을 읽고 있을 대학원생 독자분들이 졸업하고 신분을 바꿀 것 또한 빤히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대학원생이 ‘장학금’, ‘수당’, ‘인건비’ 등의 이름으로 지급받아 생활에 사용하는 돈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깔끔하고 투명하게 정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학금과 인건비를 분리해서 지급하거나, 장학금은 대학 회계에서 사전 감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딱 떨어지게 장학금만 받고 공부하거나 자기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대학원생이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 복지제도나 납세에 있어서도 예외가 되는 것이 맞겠지만, 한국의 대학원생 중에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제도의 정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원생 또한 소득만큼 국가에 정확히 세금 내고, 받을 수 있는 복지는 받아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국민일보, <태영호, 대학원생 보호법 발의…“갑질 교수 처벌”>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817963 (2020-07-19)
[2] 국세청 – 성실신고지원 > 연말정산 > 원천징수(연말정산)안내 > 상세정보 > 기타소득
https://www.nts.go.kr/support/support_view.asp?cinfo_key=MINF4920100726151013&cbsinfo_key=MBS20180529092023240&menu_a=30&menu_b=200&menu_c=3000 (2018-05-19)
[3] 매일경제, <대학원생들, 주60시간 일해도 35시간만 인정…장학금도 못받아>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5/354965/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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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현 (포항공과대학교 융합생명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논문으로 이미 출판된 지식이 아닌, 지식이 만들어지는 연구의 과정을 현장의 연구자이자 대학원생인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소개합니다.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 연구자들 간의 대화 등을 소재로 한국의 연구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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