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빠르게 천국에 간 신약 (New drug) 이야기
Bio통신원(Mr. S)
약을 빨리 천국에 보내세요.
어떤 바이오 연구자든 신약을 개발하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연구하는 이 단백질, 유전자를 앞으로 계속 연구하면 신약이 나올 거야.”
“이 천연물은 인도에서 가져왔는데, 어쩌면 근육에 효과가 있을 수 있어!”
오늘날 누구나 통증에 특효약처럼 사용하는 셀레콕십 (브랜드명 Celebrex, 쎄레브렉스)이라는 약은 “빨리 천국에 보낸 약”이다.
1988년, 워싱턴 의과대학의 약학과 교수였던 필립 니들만은 눈꺼풀이 움찔하기 시작했다. 뭔가 발견한 것이다.
피가 나지 않은 진통제를 찾는 모험
1853년 프랑스 화학자 샤를 프레드릭 게라르트 (Charles Frédéric Gerhardt)에 의해 발견된 진통제 아스피린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아스피린은 통증을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많은 사람은 상부위장관 출혈로 응급실까지 와서 목숨을 잃었다 [1].
1961년 22세 나이에 아스피린과 염증에 대한 논문을 썼던 필립 니들만은 염증반응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 교수로 있으면서 토끼 모델을 이용한 염증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이미 1971년 영국 약리학자 존 베인 (John Vane)에 의해 아스피린은 염증 물질 프로스타글란딘 (Prostaglandin)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 1970년 중반 필립은 동료들과 연구를 하며, 토끼의 신장 (Kidney)에 염증을 일으키니 염증이 있는 신장에서만 프로스타글란딘 유사물질이 증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Prostaglandin-like substance) [3,4].
필립 니들만은 계속된 연구를 하며, 토끼 뇌를 이용하여 염증물질을 만드는 효소가 2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하 COX1, COX2 또는 유전자명 PTGS1, PTGS2) [5]. 당시 연구를 진행할 때는 COX1, 2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염증제 (인도메타신,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밖에 없었는데도, 다른 종류의 프로스타글란딘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함을 통해서 2가지 다른 효소가 있을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하였다 [5].
신약을 위해 대학을 그만두고 제약회사에 들어가다.
당시 여러 연구자들이 COX2의 존재를 하나둘씩 밝혀내기 시작했다 [6]. 필립은 약대학장으로 있던 교수직을 그만두고 큰 대형 제약회사에 들어간다 [1,7]. 그 제약회사는 대학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100년 기업 몬산토였다 (지금은 화이자에 인수되었다).
당시 COX2를 이용한 약을 만들려던 것은 필립 말고도 아스피린의 프로스타틴에 대한 억제효과를 보였던 존 베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있었다 [8]. 디클로페낙, 멜록시켐 등 다양한 약물이 나와서 출혈 위험성을 줄였으나, 아직도 COX-1을 건드리고 있었다 [8].
필립이 들어간 몬산토의 CEO는 필립의 발견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50명의 분자생물학자, 세포 생물학자를 붙이고 몬산토 산하의 설 (Searle)의 약물 화학자 삼분의 1을 모두 붙였다고 한다. 이전 제약회사 설이 개발했던 마지막 약물에 걸렸던 84개월의 절반에 해당하는 39개월 만이었다.
빠르게 천국에 간 신약(New drug)의 묻혀진 10가지 비밀
쎄레브렉스를 개발했던 제약회사 설은 듀퐁에서 만들어진 Dup-697이라는 선도물질 (Lead)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에서 1992년 1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키스톤 미팅이 있었는데, 첫째 미팅에서 듀퐁이란 회사에서 Dup-697이란 물질이 위장관출혈을 일으키지 않는 다는 것을 보였다. 두 번째 미팅에서 일본에서 온 연구자들이 NS398이라는 다른 구조이지만 출혈이 낮은 약물을 보여줬다.
이걸 본 제약회사 설과 머크란 회사는 신들린 듯이 이 약물들의 구조를 바꿔서 실험하기 시작했다 [9].
필립 니들만의 약물 개발에 대한 열 가지 비밀 (십계명)은 널리 알려져 있다 [10]. 이미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았지만 인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올바른 모델을 통해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것일까?
첫 번째 비밀: 노벨상은 과학에 주고 약을 개발한 사람은 뒷전이다.
“노벨상은 하나다”라는 말을 의역하였다 [10]. 필립은 과학자로서의 삶을 중간에 그만두고 기업에 들어가서 약을 개발했다. 세계 GDP 순위 22위인 스웨덴의 재단인 노벨재단은 그동안 기초과학에 초점을 맞췄던 적이 있는데, 2018 노벨상에는 면역 항암제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다스쿠 혼조와 제임스 엘리슨에 노벨상을 주었다. 어쩌면 필립의 말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필립이 존 베인과 경쟁을 해서 COX 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받으려 했다면, 약을 못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2].
약을 만들려면 산업계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 비밀: 보이는 것과 약학 작용은 다르다.
현재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전체 데이터가 흘러넘치고 있다. 누구나 유전자 이름만 누르면 어떤 조직과 종양에 어떤 유전자 발현이 있는지 무료로 공개적으로 알 수 있다 [11,12]. 또한 대규모의 데이터베이스는 유전자별 효과적 약물을 보여주고 있다 [13]. 그렇지만 어떤 약이 정말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1. 실제로 약물이 타겟에 들어가고
2. 타겟에 들어가서 약물이 원하는 작용을 일으키는지 봐야 한다 [14].
세 번째 비밀: 멈춘 것은 죽은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가 예산이 없어서 멈춘 것이라면, 바로 멈춰야 한다. 정말 신약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다면 나가서 연구비를 지원할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필립은 몬산토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1].
네 번째 비밀: 처음부터 완벽한 실험을 계획하라.
처음부터 맞다 틀리다를 결정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멈출지 알 수 있다. 완벽한 실험을 준비해서 프로젝트가 문제가 있다면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한다.
다섯 번째 비밀: 미리 다음 계획을 세워라.
필립은 COX1, 2를 판별할 수 있는 실험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리고 회사에 가서 약물 만드는 것을 책임지고 관리했다고 한다. 게다가 나중에는 미국 식약처에 가서 공무원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고 한다. 필립은 자신의 인생 내에 약을 개발 완료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여섯 번째 비밀: 인생 내에 해결할 문제에 도전하라.
그렇지 않다면 다른 곳에 힘과 돈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신약은 개발에 짧아도 8년 길어도 15년이 걸리고, 대부분의 신약은 임상시험의 과정에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 “죽는다” [14]. 수년의 시간을 바쳤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이런 문제를 찾는 것은 연구자의 “느낌”에 의한다고 한다 [1]. 그 연구자가 가진 모든 능력을 집중해서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일곱 번째 비밀: 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으라.
요즘 많은 실험실은 설치류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립이 개발해낸 쎌레브렉스는 토끼 모델이 첫 시작이었다. 고지혈증 치료제 같은 경우 처음 모델인 쥐에서 실패하여 닭이나 개를 이용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정말 몇 개의 모델에서 효과가 있다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덟 번째 비밀: 데이터로 이야기하자.
실험을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씩 놀라운 것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통계적으로 이야기하면 20번 시도하면 1번 정도는 우연히 P value가 0.05 아래인 것이 걸려들 수 있는데, 다른 모델에서 실험도 하고 검증을 해야 한다. 한번 우연히 발견한 것이 있다면 꼼꼼히 앞뒤로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면 정말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비밀: 기전을 정확히 아는 것은 인생 일대의 기회다.
뉴스에 기전을 발표하였다는 내용이 가끔 나온다. 정말 유의미한 기전이라면 환자를 돕는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약물 스크리닝을 하다 보면 기전을 몰라도 된다고 동료 연구자들이 이야기한다. 종종 기전을 모르는 약들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확한 기전을 알고 시작한다면 그 약이 이후에 실패했을 때 검증을 할 수 있기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닐까? [14]
마지막 열 번째 비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 방향에 집중하자.
신약을 개발할 때 여러 약물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이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약물을 개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빠른 신약개발을 위한 결론:
요즘 대학교수님들과 많은 사람들이 바이오 제약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임상까지 가기 위해 100억 원씩 투자를 받으며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 제약회사 연구가 성숙하게 되면 필립과 같이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내가 만든 것도 좋지만 남들이 만든 것을 잘 모방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게 아닐까? 수많은 멋진 영화와 소설은 “모방”이라고 하지 않았나, 잘 만든 약물도 더 연구하고 조금씩 바꿔서 연구하다 보면 내 약이 되는 것 같다.
참고자료:
[1] Needleman P. FROM A TWINKLE IN THE EYE TO A BLOCKBUSTER DRUG. Research Technology Management 2001;44:38-41.
[2] Vane JR. Inhibition of Prostaglandin Synthesis as a Mechanism of Action for Aspirin-like Drugs. Nature New Biology 1971;231:232-5.
[3] Nishikawa K, Morrison A, Needleman P. Exaggerated prostaglandin biosynthesis and its influence on renal resistance in the isolated hydronephrotic rabbit kidney. J Clin Invest 1977;59:1143-50.
[4] Smith WL, Bell TG, Needleman P. Increased renal tubular synthesis of prostaglandins in the rabbit kidney in response to ureteral obstruction. Prostaglandins 1979;18:269-77.
[5] Lysz TW, Needleman P. Evidence for two distinct forms of fatty acid cyclooxygenase in brain. J Neurochem 1982;38:1111-7.
[6] LI JJ. BLOCKBUSTER DRUGS; 2014.
[7] Yoon P. 미국 회사 직급 체계 이해하기. DECEMBER 21, 2012. Available from: https://www.bayer.com/en/monsanto-acquisition.aspx.
[8] Brune K, Hinz B. The discovery and development of antiinflammatory drugs. Arthritis Rheum 2004;50:2391-9.
[9] Flower RJ. The development of COX2 inhibitors. Nat Rev Drug Discov 2003;2:179-91.
[10] Booth B. Phil Needleman's Ten Commandments of Drug R&D. Mar 27, 2013.
[11] Tang Z, Li C, Kang B, Gao G, Li C, Zhang Z. GEPIA: a web server for cancer and normal gene expression profiling and interactive analyses. Nucleic Acids Res 2017;45:W98-w102.
[12] Puchalski RB, Shah N, Miller J, Dalley R, Nomura SR, Yoon JG, et al. An anatomic transcriptional atlas of human glioblastoma. Science 2018;360:660-3.
[13] Wishart DS, Feunang YD, Guo AC, Lo EJ, Marcu A, Grant JR, et al. DrugBank 5.0: a major update to the DrugBank database for 2018. Nucleic Acids Res 2018;46:D1074-d82.
[14] Morgan P, Van Der Graaf PH, Arrowsmith J, Feltner DE, Drummond KS, Wegner CD, et al. Can the flow of medicines be improved? Fundamental pharmacokinetic and pharmacological principles toward improving Phase II survival. Drug Discov Today 2012;17:419-24.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필명으로 항상 궁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존재인 Mr. S를 사용하고 있다. 의학의 가장 재미있는 임상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기 위해 "BRIC 연재: 의학계의 Spectaculum"를 집필 중이다. 참고로 Spectaculum은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