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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90회> 마음 독성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20-06-26)

마음 독성

ⓒ Pixabay License

독소루비신(Doxorubicin)은 유방암, 폐암 등 여러 종류의 암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암제이나 부작용으로 심장독성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다. 심장독성을 유발하는 많은 항암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독소루비신은 특히 악명이 높다. 왜냐하면 독소루비신은 일부 암환자에서는 심정지까지에도 이르는 심장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암연구자들이 독소루비신의 심장 손상 작용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 심장을 보호할 수 있는 시험단계의 약(the experimental drug, BAI1)을 개발했다. 이들은 쥐 실험을 통해, 이 약이 독소루비신이 유발하는 심장손상을 막아내면서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독소루비신의 능력은 약화시키지 않음을 확인했고, 이 연구 결과를 지난 3월 저널(Nature Cancer)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BAI1이 BAX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과 이 BAX 단백질이 독소루비신을 투여한 한 쥐에서 심장세포 사멸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BAX 단백질은 독소루비신에 의해 활성화되면, 심장세포를 사멸시키는 두 가지 생물학적 프로세스인 세포 자살(Apoptosis)과 세포 괴사(Necrosis)를 유도하는데, 연구팀은 BAI1이 이 두 프로세스 모두를 막는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유방암과 백혈병 쥐 모델 실험을 통해, 독소루비신을 단독 투여하면 종양은 수축되나 심장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독소루비신과 BAI1을 함께 투여하면 심장손상 없이 종양이 수축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심장세포의 사멸을 컨트롤하는 중요한 경로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독소루비신의 암세포 사멸능력을 보존하면서도 심장세포 사멸 경로를 방해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독소루비신을 처방받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독소루비신 유발 심장독성 고위험군에 속하는 암환자와 암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1)

심장(Hearts)은 마음이기도 하다. 네이버 사전에는 ‘감정, 특히 사랑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마음’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다치는 깊숙한 상처를 입는 것이다. 예전에 나도 마음에 그런 깊은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아마추어 합창단 세미나. 강연 시작 전 내가 속한 중창팀이 노래를 한곡 부르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피아노 전공자였던 반주자에게 일이 생겨, 대신 비전공자이지만 나름 실력 있는 반주자를 급히 섭외하여 함께 사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섰다. 연습 때는 괜찮았는데, 본 무대에서 피아노 실수가 이어졌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노래한 것에 만족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 유명 강사가 온 다는 소식을 듣고 가득 자리를 메운 많은 청중들 앞에서, 화려하고 완벽한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강사는 쓴소리를 뱉었다. ‘아까 그 중창팀, 노래를 그런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반주자와 맞춰보지도 않았나요?’, ‘반주자는 이 곡을 잘 알지도 못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잘못한 부분을 짚어내는 일견 타당한 지적이었으나 듣고 있던 단원들과 반주자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팠었다.

항암제로 암세포를 죽이는 것도 중요하나, 멀쩡한 심장세포를 함께 죽여선 곤란하다. 남에게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맞는 말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살펴 가며 해야 한다. 세미나 직후 나 또한 남에게 ‘아주 정확한 지적의 말’로 상처 준 것이 생각나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었다. 다 잘 되라고 하는 얘기들이지만 마음이 다쳐서는 잘되려야 잘 될 수가 없다.

항암제 주고 또 심장 약 주는 것은, 그야말로 약 주고 병 주고 약 주는 일이겠으나, 때론 그렇게라도 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몸이 지치는 여름. 나로 인해 마음 다친 사람을 초대하여 시원한 곳에서 맛있는 밥 한 끼라도 대접해야겠다. 어느 선인의 묘비명2)을 기억하며....

 

남에게 베푼 것이 우리가 가진 것이고,
써 버린 것은 한때 가졌던 것에 불과하며,
남겨 놓고 가는 것은 다 없어지는 셈이다.

 


※ 참고자료
1) https://www.cancer.gov/news-events/cancer-currents-blog/2020/doxorubicin-target-bax-prevent-heart-damage
2) 로마제국 쇠망사 6권, p209, 에드워드 기번,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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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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