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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ure of life: 생명] '모야모야병'을 아시나요
Bio통신원(울림)
한달 여 만에 BRIC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 동안 나는 대학원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여 여러 세미나들에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모든 할 일들을 마친 후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더랬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드라마를 보던 와중, 내가 좋아하는 등장인물 중 한명인 채송화 교수님께서 모야모야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었다! (5화의 내용이다. 궁금하면 찾아보시길!) 나는 당시 ‘다시보기’로 침대에 누워 보고 있었는데, ‘모야모야’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말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탄성을 내질렀다.
어감이 다소 귀엽게 느껴지는 이 ‘모야모야병’은 다름아닌 내가 연구하는 주제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놀랄 만하지 않은가! 갑자기 드라마에서 내가 연구하는 내용을 설명해주니 말이다. 조금은 희귀한 병이기에 드라마에서 해당 병이 언급된 것이 반가웠고, 감사하기도 했다.
앞서 ‘어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무언가 젤리 이름 같기도 한 이 ‘모야모야병’의 실체는 그리 귀엽지 않다. 이 병은 희귀 난치병으로 아직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 말단 부분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에 막히게 되면서, 비정상적으로 미세한 혈관들이 자라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혈관들을 ‘모야모야 혈관’이라고 부르고, 이 혈관들이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게 보여,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모야모야’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출처: R. Michael Scott et al.,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9
이 질환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주로 이 병이 발병하는 연령대로는 5~9세의 어린이들과, 40대 정도의 성인으로 크게 구분이 된다. 대부분의 모야모야병 환자들은 만성두통을 호소하고, 일시적인 마비, 감각이상, 언어장애, 어지러움등의 증상이나, 심하게는 급성 뇌경색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은 땀을 쏟으며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장시간 사우나 등을 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혹은 풍선이나 리코더 같은 악기를 불거나, 뜨거운 음식을 ‘후’하고 불어 먹다가 해당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이 모야모야병의 수술법은 직접법과 간접법, 이렇게 크게 두가지가 있다. 우선 직접법은 1970년대부터 시행된 수술 방법이고, 천측두동맥과 중대뇌동맥을 문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쉽게 말하자면, 단순하게 두 혈관을 합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 직후에 바로 혈류가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술 난이도 자체가 꽤 높은 편이고, 약 28% 정도는 과관류 증후군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앞서 설명했던 주 발병 연령층 중 하나인 5-9세에 해당하는 어린이들의 경우, 혈관 자체가 얇고 약하기 때문에 직접법이 위험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다행이, 앞서 설명한 방법들 중 간접법이 어린이들에게 비교적 적합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간접법은 쉽게 말하자면 건강한 혈관을 모야모야 혈관들이 많이 분포한 곳에 위치시켜서, 건강한 혈관으로부터 새로운 혈관들을 신생하도록 하여 모야모야 혈관들로 인해 부족해진 혈류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술 자체가 직접법에 비해서 시간도 적게 들게 되고, 난이도도 쉽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수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법은 건강한 혈류에서 새로운 혈관들이 생성되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증상 자체가 개선되기까지는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분들께, 지금이 숨 돌릴 틈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린다. ‘모야모야 병’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모야모야 병의 역사부터 수술 방법까지를 총망라해서 단숨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설명을 열심히 한 이유는, 아래에 나오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린이들에게 보다 적합한 수술 방법인 간접법의 문제점은 증상 개선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만히 두고 본다면 우리는 과학자가 아닐 것이다. 나는 바로 이 간접법의 증상 개선을 촉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나의 연구 소개는 오늘은 여기까지 이다. 연구 결과를 제시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연구하는 이 ‘모야모야 병’자체가 너무나 생소한 병이고, 마침 요즘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드라마에도 소개가 되었기에 이 기회를 통해 이렇게 소개를 해 본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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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과학의 울림을 전달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울림입니다. 화학공학과 기계공학,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연구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3년 만에 돌아왔는데요, 여전히 앨리스를 그리고 유쾌함과 개그를 좋아하며! 과학, 국어, 음악을 좋아하는 공학도랍니다. 우리의 생활은 과학 그 자체이고, 그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전달할 수 있을 많은 기회들을 애정하고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다채로운 생명과학 기술과, 제 삶에 대해 진솔하게 적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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