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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미국 생활] EP 2. XX는 구매하셨겠어요?
종합 이승원 (2020-06-08)

미국에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생활한다고 하면, 앞서 말한 영어의 유창함 여부를 묻는 질문 외에도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뭐냐고부터 시작해서 집이나 심지어 재산까지 여쭈어 보는 분들이 꽤나 많으시더군요. 그런데 심심치 않게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총은 사셨나요?"

일단, 오해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총기류의 개인 소지에 대한 자유를 반대하고 총기로 인한 사건/사고를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많은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for self-protection) 총기를 소유한다"라는 말이 현대 사회에서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타당한 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아니오, 산 적은 없습니다."입니다. 군대 기간 나름 총기에 익숙한 보직을 경험했기에 총에 꽤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총기의 무서움을 미국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았기에, 사실 총기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이야기를 피하는 편입니다. 박사과정을 보내었던 볼티모어(Baltimore, MD)는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건으로 유명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우스갯소리로 말하길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병원이 발전한 것도 다 이런 지역 분위기 때문이다라고도 하죠. 제 지인 중 총기로 위협받으며 갈취 당한 경험을 호소하기도 했었고, 저 역시 일상생활 중에 간혹 총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박사 졸업 후 첫 postdoc fellow를 했던 필라델피아(Philadelphia, PA)도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고, 현재 살고 있는 신시내티(Cincinnati, OH) 역시 과거 갱들의 활동이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박사과정과 두 번의 postdoc fellow를 시작하던 오리엔테이션에서 지역 경찰이 직접 강연대에 올라와서 "하지 말아야 할 수칙 XX 가지 (Things you should avoid)"를 한 시간씩 강조하며 이야기했던 것을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말하면 좀 더 피부에 와닿을지도 모르겠군요. 실제로 지역을 막론하고 "저녁에 함부로 혼자 돌아다니지 마라"는 미국 생활의 공공연한 불문율입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 의대와 병원은 볼티모어의 동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East Campus라 불린다

<그림 1> 존스 홉킨스 대학 의대와 병원은 볼티모어의 동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East Campus라 불린다 (좌측, 그림 출처: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Hub [1]). 그리고 East Baltimore는 미국에서 손꼽는 치안이 좋지 못한 곳 중 하나이다 (우측, 그림 출처: The Guardian [2]).

 

좀 무섭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미국의 행정 지역의 이름, 예를 들어 뉴욕시나 LA 같은 곳을 아는 대로 말해보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대부분 엄청나게 큰 대도시이거나, 좋은 학교라던가 랜드마크가 있다던 가하는 특정 대상으로 유명한 곳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부의 캘리포니아(CA)주의 LA나 샌프란시스코(San Fransisco), 네바다(NV)주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 워싱턴(WA)주의 시애틀, 동부의 뉴욕(NY)주의 뉴욕시(New York City), 매사추세츠(MA)주의 보스턴(Boston), 수도인 워싱턴 DC (Washington DC), 플로리다(FL)주의 올랜도(Orlando)나 마이애미(Miami), 중부인 일리노이(IL)주의 시카고(Chicago), 그리고 남부인 조지아(GA)주의 애틀랜타(Atlanta), 텍사스(TX)주의 댈러스(Dallas)와 샌안토니오(San Antonio), 휴스턴(Houston) 등등 (더 많이 들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적어보겠습니다)...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의 자료에 따르면 1910년부터 꾸준히 미국의 인구는 도시 근교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특정 도시들은 더더욱 규모가 커지고 비대해진 교외 지역(suburban area)을 영향권으로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서울-수도권과 같은 모습이죠.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86%가 도시-도시 근교(urban-suburban) 지역에 몰려있다고 하죠 [3].

 

미국의 2000년도 인구분포도

<그림 2> 미국의 2000년도 인구분포도 (그림출처: United States Census Bureau [4])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도시들만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저는 조심스럽게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일단 '도시권'이라고 하더라도 시내를 벗어나면 차량 없이 이동하거나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비도시권에 사는 사람들은 반대로 말하면 더 넓은 지역의 미대륙에서 삶을 지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가끔씩 와이프와 함께 시카고에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운전으로 휴식 시간 제외하면 대략 5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를 달리다 보면 선간판(billboard)으로 "바로 다음 출구에 편의점이 있다. 남은 거리 30km"라는 표지를 본다던가,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집 한두 채를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지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가까운 식료품 매장을 가기 위해서 최소한 한 시간 정도는 달려야 하는 건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입니다. 행여 전기가 끊기거나, 단수가 되기라도 한다면 이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혹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지만 수리를 받을 수 있겠지요. 물론 그들이 얼마나 부자일지도 모르고, 혹여 관리인을 고용해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찌 되었건 사회의 민영 혹은 공공서비스를 받는 것에 꽤나 제약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 시스템이 제공하는 혜택을 받는 것은 극소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대부분의 경우 자유에 기반한 본인의 가치관과 그에 대한 행동과 결과물을 믿는 분위기가 제가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인의 일반적인 정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좀 더 다른 이야기로 다음 글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시카고에 가다 보면 쉽게 마주치는 끝없는 옥수수밭. 사실 이런 광경은 비단 이 지역 말고도 미국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흔한 모습이긴 하다

<그림 3> 시카고에 가다 보면 쉽게 마주치는 끝없는 옥수수밭. 사실 이런 광경은 비단 이 지역 말고도 미국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흔한 모습이긴 하다.

 

자, 다시 총기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만약 사회 시스템 특히 공공 안전망이 본인을 지켜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까요? 도둑이나 강도 사건과 같은 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는 예외 상황이라고 치더라도, 곰이나 코요테와 같은 야생동물로부터의 위협은 아주 흔한 일상인 삶에서 가장 간단하면서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은 총을 소지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이런 상황에는 총기 소지를 권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비용과 노동력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총기 반대론자조차도 이런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보통 공공 안전망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일단은 자신의 재산과 안위는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결국 사회보장에 대한 낮은 믿음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와 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좋은 도시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겁니다. 실제로 총기에 대한 반대 여론은 도시지역에서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슬프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자의 현황을 보면 대부분이 중규모 이상 혹은 대도시가 수위권에 위치합니다.

 

미국 도시의 총기 사망자 연간 순위. 내가 거쳐 간 두 도시와 현재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도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 4> 미국 도시의 총기 사망자 연간 순위. 내가 거쳐 간 두 도시와 현재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도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출처: The Trace [5])

 

미국 의료보험 체제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이 들어 보셨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사회보장과 공공 안전망이 많은 사람을 커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빈틈은 유독 특정 계층 그리고 그들이 모여 사는 커뮤니티를 지나가기 마련이죠. 물론, 이런 현상에서 미국의 공업발전 역사와 그에 따른 인구이동, 그리고 대도시의 탄생 이후 벌어지는 공업의 쇠락과 맞물린 계층 간 경제 불균형의 영향, 그리고 미국을 관통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무시한 채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요인과 더불어 사람들의 가치관 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제도와 안전망의 차별적 적용과 그에 따른 불신, 그리고 극심한 현실적 한계가 주는 비극들이 모이고 모여서 폭발한 것이 지금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George Floyd 사망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개인의 총기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 총기 소유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와 <조커>에서 보여주듯, 사회제도와 안전망의 바깥에서 살고 있는 연약한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장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총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어쩌면 총기 소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사회제도가 개인을 어디까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런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미국 생활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아닐까 합니다.

 

[구매와 관련한 조금 다른 미국 생활의 사소한 팁]
1. 미국으로 유학 오시는 분들은 미국은 공산품의 나라라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웬만한 제품은 한국보다 저렴합니다. 단, 경험상 수건 만큼은 한국제품이 최고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2.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웬만한 대도시에는 한국식품 매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의 맛을 그리워한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3. 인터넷 뱅킹과 같은 금융 관련 일을 하셔야 하는 분들은 반드시 한국에서 사용하시던 노트북을 가져오시길 권합니다. 추후에 미국에서 업무용 노트북을 사시더라도 말이죠.
4. 차와 대중교통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도 풀어보겠지만, 대중교통이 잘 구축된 대도시에서 6개월 미만의 생활을 하신다면 꼭 얽매이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출처
[1]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https://hub.jhu.edu/at-work/2017/06/30/east-baltimore-campus-vehicular-escort-service-to-continue/)
[2]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cities/2018/apr/18/gentrify-or-die-inside-a-universitys-controversial-plan-for-baltimore)
[3] Pew Research Center (https://www.pewsocialtrends.org/2018/05/22/demographic-and-economic-trends-in-urban-suburban-and-rural-communities/)
[4] United States Census Bureau (https://www.census.gov/population/www/cen2000/censusatlas/pdf/2_Population-Distribution.pdf)
[5] Mirabile F AND Nass D. SWhat’s the Homicide Capital of America? Murder Rates in U.S. Cities, Ranked. 2018. The Trace (https://www.thetrace.org/2018/04/highest-murder-rates-us-cities-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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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University of Cincinnati College of Medicine)

과학이 생활 속에 녹아드는 삶을 바라는 소시민이자 생명과학 노동자. 현재 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Postdoctoral researcher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분야를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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