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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회복기 혈장 실용화, 어디까지 왔나?
의학약학 양병찬 (2020-05-29)

회복기 혈장은 COVID-19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보다 확정적인 답변을 제시할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Schematic of the use of convalescent sera for COVID-19. Credit: Arturo Casadevall and Liise-anne Pirofski

Schematic of the use of convalescent sera for COVID-19. Credit: Arturo Casadevall and Liise-anne Pirofski, JCI (참고 1)

COVID-19 팬데믹이 선언된 직후인 지난 3월 13일,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아르투로 카사데발은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다고 여기는 논문을 발표했다.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린 논문에서,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감염병 전문가인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리세-안네 피로프스키와 함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한 가지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했다(참고 1). 그것은 COVID-19에서 회복한 사람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풍부한 혈장(plasma)'이었다. 그 전략은 다른 감염병에서 효과를 발휘했으며, 혈장의 수집 및 투여에 필요한 인프라가 존재했다. 게다가 알려진 위험은 비교적 낮았다. "우리는 의료기관들에게 이 방법을 가능한 한 빨리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그들은 말했다. "한시가 급하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미국의 수백 개 병원에 입원한 16,000여 명의 환자들이 그 실험적 치료제를 투여 받게 되어, (제대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희망이 곧 증거로 바뀌는 듯했다. 5월 22일 출판전 서버에 업로드된 논문에서, 뉴욕 소재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서 혈장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성공사례가 보고되었으며, 다른 곳에서 수행된 소규모 연구에서도 희망적인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었다. 그러나 보다 확정적인 답변을 제시할 무작위대조 임상시험(RCTs)은 아직 진행 중이다.

회복된 환자에게서 채취된 혈액이나 혈장은, 최소한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 이후 치료법으로 시도되어 왔다. 그 팬데믹 때 나온 보고서들은 그 가능성을 시사했으며(참고 2), 홍역, SARS, 그보다 덜 알려진 아르헨티나출혈열(Argentine hemorrhagic fever)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그 방법이 사용되었다. 1970년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188명의 환자 중에서 혈장을 수혈받은 사람은 1%만 사망한 데 반해 대조군 환자는 16.5%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나는 역사에 기반하여,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었다"라고 카사데발은 말했다.

그러나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감염병 전문가인 마릴린 아도에 의하면, 일부 사례들은 다소 미흡하다고 한다. 2015년 발표된 84명의 에볼라 환자들(아프리카 기니)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참고 3), 의사들은 회복기 혈장(convalescent plasma)의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데, 아마도 강력한 항체가 별로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 치료법에는 위험이 수반되는데, 수혈 과정에서 혈액매개병원체(blood-borne pathogen)가 전염될 수 있으며, 드문 경우 수혈관련급성폐손상(TRALI: transfusion-related acute lung injury)과 같은 희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TRAIL이란 전이된 항체들이 폐혈관을 손상시키거나, 수혈관련 순환기과부하(TACO: transfusion-associated circulatory overload)가 생겨 환자들의 신체가 혈액량 증가(최대 0.5리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호흡곤란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순환기 혈장을 사용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개념이지만, 나는 아직 조심스럽다"라고 아도는 말했다.

중국의 의사들은 일찌감치(지난 1월부터) COVID-19 환자들에게 회복기혈장을 시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학술원회보》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4), 그들은 10명의 혈장 수혈자 중에서 10명의 예후가 향상된 데 반해, 10명의 대조군 중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그 밖의 소규모 연구에서도, 회복기 혈장 수혈은 전망이 밝아 보였다.

마운트 사이나이의 사례는 지금껏 발표된 것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연구자들은 무작위 임상시험을 설계할 시간이 없었는데,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니콜 부비에는 《Science》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 이유는, NYC에서는 시간을 쓴다는 게 사치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데믹 초기에는 혈장이 귀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없어, 연구팀은 39명의 시험군(회복기 혈장을 수혈받은 중증 COVID-19 환자들)을 네 배 많은 대조군 환자와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참고 5).

사망률의 차이—시험군은 12.8%, 대조군은 24.4%—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지만, 수혈 이후 환자에게 보충한 산소량을 비교한 결과 시험군의 예후가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비에는 대조군의 설계에 편향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회복기 혈장에 약간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275명의 환자들을 추가로 치료한 후 그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보스턴 대학교의 나히드 바델리아(감염병전문의)는 지금까지의 데이터가 긍정적임을 인정하면서도, RCT만이 최종적인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엄밀한 임상시험을 필요로 한다"라고 독일의 혈액제품 규제기관인 파울 에를리히 인스티투트(Paul Ehrlich Institut)의 클라우스 시추테크 소장은 말했다. 현재 독일, 영국, 미국에서 RCT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는 몇 달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자들은 이미 합병증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수집했는데,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합병증은 드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논문은 최초의 수혜자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분석에서 36건의 심각한 부작용(TRALI와 TACO 포함)을 발견했지만(참고 6), 그중 일부는 COVID-19 자체의 결과일 수 있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에 따르면, 수혈과 명확히 관련된 합병증은 2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중 23건은 수혈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possibly 또는 probably)고 한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된다"라고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메이요 클리닉의 바이클 조이너는 말했다.

또한, 회복기 혈장은 고위험군의 감염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존스 홉킨스의 지휘로 실시되는 한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적절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COVID-19에 노출된) 150명의 건강한 보건의료종사자들을 둘로 나눠 한쪽에는 '회복기 혈장'을 투여하고 다른 쪽에는 '작년에 수집된 혈장'을 투여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각각의 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COVID-19에 감염되는지를 비교할 것이다.

"만약 회복기 혈장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훨씬 더 많은 혈장이 필요할 텐데, 그렇다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바델리아는 말했다. 1회 헌혈량—공여자의 체중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한 명당 헌혈량은 통상적으로 690~880mL다—은 겨우 한두 명의 환자에게 충분하며, 공여자의 혈액형이 수혜자의 혈액형과 일치해야 한다. 뉴욕시의 경우에는 혈액량이 충분한 편인데, 그 부분적 이유는 COVID-19 집단발병이 일어난 정통 유대교 공동체에서 수천 명이 헌혈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일관성 부족이다. "항체의 구성과 농도는 공여자마다 다른데, 회복기 혈장을 둘러싼 임상적 증거가 빈약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일본 다케다 제약에서 병원체의 안전성을 담당하는 토머스 크레일은 말했다. 현재 다케다는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초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라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것은 수백 명의 회복환자들의 혈액을 모아 항체의 농도를 약 10배로 증가시킨 것을 말한다. 초면역글로불린의 반감기는 혈장보다 길며, 고농도 때문에 TACO의 위험 없이 더 많은 항체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케다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이번 여름에 효능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케다가 마지막으로 초면역글로불린을 생산한 것은, 2009년의 H1N1 인플루엔자 팬데믹 때였다. 다케다는 16,000리터의 회복기 혈장으로부터 항체를 농축하여, 수천 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충분한 제품을 생산했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미약했기 때문에, 초면역글로불린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생존자의 항체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부비에는 말했다. "내 생각에는, 사용 가능한 백신보다 초면역글로불린이 먼저 조제되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jci.org/articles/view/138003
2. https://www.acpjournals.org/doi/full/10.7326/0003-4819-145-8-200610170-00139
3.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05.12.20099879v1
4. https://www.pnas.org/content/117/17/9490
5.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05.20.20102236v1
6.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51181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5/can-plasma-covid-19-survivors-help-save-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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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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