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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88회> TNM vs TND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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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License

암은 진단 당시 그 크기와 전이 정도에 따라 병기(病期, Stage)를 나눈다. 암전문의는 암의 병기를 파악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환자의 생존율을 가늠하며, 최선의 치료전략을 세울 수 있다. 또한 병기를 알아야만 치료 옵션으로서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적합한 임상시험이 있는지도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암이 진행되면서 그 양상이 변하더라도, 암의 진단 당시 병기는 변하지 않는다.

암을 0~4기로 나누는 간단한 방법에서부터 암종에 따라 특이한 기준과 방식으로 구분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병기 시스템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TNM 병기 시스템이다. T는 원발종양(primary Tumor)의 크기를, N은 암이 전이한 근처 림프절(regional lymph Nodes) 개수를, M은 원발부위에서 몸의 다른 부위로 원격전이(distant Metastasis)했는지 여부를 나타낸다. 각각의 영문자 다음에는 숫자를 사용하여 좀 더 상세한 정보를 담는다.*

어느덧 직장 생활 경력 20년이 넘다 보니, 얼마 전 신입사원 교육 강사로 나설 일이 생겼다. 직무 설명을 마치고 교육을 마칠 무렵 여담을 늘어놓았다. TNM 세 가지 특징으로 암의 병기를 나누듯, 문서작업을 주로 하는 행정 직원으로서 슬기롭지 못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도 TND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고....

T는 Typo(오타).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에 화룡점정과 같은 문구는 고사하고, 오타가 많다거나 진지한 문장 속 한두 개의 어처구니없는 오타는 문서 전체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암도 원발종양(T)에서부터 시작되듯, 행정 직원 직장 생활의 문제도 문장 속 오타(T)에서 시작된다. 나중에 손을 쓰는 것은 늦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간단한 한 페이지 문서라도 작성 후에는 반드시 출력해서 읽어보고 교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오타 있는 문서를 무덤덤하게 내미는 사람이 된다.

N은 Number(숫자). 예를 들어 연구비 예산/결산/정산 관련 문서에서 숫자는 사실 그 자체이며 가장 사실적인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놓는 숫자에 대해서는 항상 자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성실히 숫자를 계산하거나 인용한 결과 값을 내놓는 것이기에, 어떠한 꾸밈도 없기에 틀림이 없고 정확해야 한다. 숫자를 내놓고도 자신 없어 하는 사람은 평소 일처리의 성실성이나 진정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숫자)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문서는 자신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확실한 숫자와 오타 없이 깔끔한 문장으로 작성된 문서는 보는 이의 호감을 살 기본 요건을 갖춘 것이다.

D는 Deadline(기한). 데드라인은 문자 그대로 하면 죽음의 선이다. 그 선을 넘으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라인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한두 번 넘어보고, ‘죽지는 않는구먼.’ 하고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완벽하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임의로 기한을 넘기지 말고, 먼저 이해당사자와 협의하여 기한을 연기해놓고 작업하는 것이 좋다. 관리자는 직원이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기한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빠른 반응을 해주길 바란다. 얼마 전 한 직원이 업무 기한을 넘겨 일을 하기에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관리자로서 제때 챙기지 못한 내 책임도 있지만, 종종 ‘미처 생각 못 하는 일’이 많은 그 직원도 원망스러웠다. 직장 생활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한은 넘기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곧 원고 마감일인데, 아이디어는 안 떠오르고, 참고할 자료는 별로 없고, 업무 마감일도 다가오고, 참 고민스럽긴 하다. 신입사원들 앞에서 폼은 잡았지만, 항상 이런 기본을 지키며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해내는 것이, 나에게도 쉽지만은 않다.

어느새 푸르러진 숲에서 새들이 노래로 응원해준다......힘을 내야겠다....

 

※ 참고자료
* https://www.cancer.gov/about-cancer/diagnosis-staging/staging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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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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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회원작성글 만박사  (2020-11-23 20:55)
1
너무 재밌네요. TNM을 저렇게 재해석 하실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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