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조금 다른 미국 생활] 연재를 시작하며
Bio통신원(이승원)
28년 평생 단 한 번도 한반도를 벗어나 보지 못했던 어수룩한 청년이 유학이라는 기회로 운이 좋게 미국에 나왔습니다. 그동안 학업과 직업을 위해 거쳐 간 주(state)는 미시간(Michigan, MI), 매릴랜드 (Maryland, MD), 펜실베니아(Pennsylvania, PA), 그리고 오하이오(Ohio, OH)까지 총 4개였네요. 돌이켜보건대, 그동안 많다면 많을 수도, 혹은 적다면 또 적을 수도 있는 그런 이동 경로였습니다. 석사 2년, 박사 7년의 학위 과정과 첫 번째 postdoctoral fellow 2년, 그리고 현재 포지션인 두 번째 postdoctoral fellow로서 3년. 이렇게 미국에 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사진 1] 2005년 디트로이트 공항(DTW)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다짜고짜 붙잡고 부탁해서 찍은 사진. 교과서로 배운 영어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것이 신기했던 시절.
그러던 와중, 부족한 게 많고 아직도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BRIC에서 연재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연재할 글들을 통해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
사실, 유학을 나오는 분들께 좋은 지침이 되는 글들이나 정보는 여러 곳을 통해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을 통해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죠. 사실 미국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 하나만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실보다 훨씬 다양하고 최신의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장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나 개인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Vlog 같은 콘텐츠들이 대표적이지 않은가요. 그렇다고 내가 공부해온 과학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적기에는 나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좋은 기고문들이 이미 연재되고 있기에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커리어에 대한 글을 적기에는 속된 말로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거나 공감을 드리기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밟아온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삶을 지내온 사람들의 삶과 그들과 나누었던 경험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고 그분들과 비교했을 때,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유니크한 점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생각의 끝에서 저는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정말 조금 다른 것뿐이구나. 그런데 그 조금 다른 것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는구나"라고.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하지만, 저는 한 사람의 성공담을 바탕으로 하는 자기계발서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축적되는 것이고 자의가 반영되지 않는 타의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마디로 확률에 기반한 결과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개개인의 노력은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노력에 비례해서 결과가 반드시 따라오지는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 영어도 잘했으며, 더 젊고 유망했던 사람 중에서도 시험 때문에 좌절하고 중도 포기했던 사람들도 있고, 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학교를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불행한 사고 때문에 유학 생활을 접는 슬픈 경우도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박사학위는 운칠…. 아니 더 나아가 운구기일(運九技一)이라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비단 학위 과정 말고 다른 유학생들에게도 대부분 적용되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저는 이 연재 글을 통해서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의 생활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미국 생활의 단면을 적어보려 합니다. 그것이 일상생활이 되건, 아니면 저의 실험실 생활이 되건 말이죠. 혹은 미국이라는 나라 내에서도 서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런 것들 역시 다루어 보려 합니다. 아시죠? 미국(美國)이라는 한자식 표현은 약식이고 사실 미합중국(美合衆國),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것을. 대한민국 면적에 98배의 크기이고, 시간대만 6개(EST-CST-MST-PST-Alaska-Hawaii)인 대륙이라는 것을. 당장에 동부에서의 가치관이 중부에서 통하지 않는 것이 아주 당연한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바꾸어 말하면, 저의 경험담 역시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조금은 다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저의 생각과 경험이 맞는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제가 지냈던 도시들--Ann Arbor, Baltimore, Philadelphia, Cincinnati 그리고 그곳에서 학위 과정과 연구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개인적 소고와 아주 조금 다른 미국 생활에 대해 지금부터 조금씩 풀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연재 글을 통해서, 한국과 미국의 삶 두 가지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비교우위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미국 상황이 한국보다 더 좋으니 빨리 도미하라던가, 미국 삶은 힘드니 나오지 말라와 같은 선정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한국에서 자라온 저라는 개인이 미국에 적응하면서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니까요.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도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과학이 생활 속에 녹아드는 삶을 바라는 소시민이자 생명과학 노동자. 현재 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Postdoctoral researcher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분야를 연구 중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