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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86회> 자체 백신 효과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 Pixabay License
67세 여성 희귀 육종암 환자. 이미 몸 여러 곳에 암이 전이 되어 있었고 더 이상 시도해 볼 치료법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담당 의사는 그저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환자를 편안하게 해줄 목적으로 몸 안 가장 큰 암 덩어리에 양성자 빔을 쪼이는 방사선치료를 시도했다.
그런데 한 코스의 치료 후 담당 의사는 놀라운 현상을 목격한다. 양성자 빔을 쪼인 암 덩어리가 줄어들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빔을 쪼이지 않은 환자 몸 다른 부위의 암 덩어리까지 줄어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간이 지나, 암 덩어리들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결국 모두 사라져버렸다!
담당의사는, 3년이 지난 시점에도 해당 환자가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치료 경험을 압스코팔 효과(Abscopal effect) 사례로 보고하였다.
동떨어진(ab) 목표 범위(Scope)에서 효과가 일어난다는 뜻의 어원을 가진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한 곳의 암 덩어리에 방사선을 쪼이면, 암세포로부터 특이 물질이 분비되고 이것이 몸 안 면역 시스템을 일깨워서 다른 곳 암 덩어리들까지 인지하여 공격하는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암 치료 중에 이런 현상은 굉장히 드물게 일어나는데, 방사선종양학전문의가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한다.
방사선이 쪼여진 암 덩어리가 일종의 백신 역할을 하며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를 ‘자체 백신 접종(in situ vaccination)’ 효과라 부른다. 최근에는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방사선뿐만 아니라 박테리아나 독감 백신을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인데, 특히 이러한 유도제와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을 통해 다양한 면역반응의 장벽들을 극복함으로써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독감 백신이 암 치료제로도 사용될 수 있을까? 조만간 이를 검증하게 될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도 한창인 요즘. 백신이라는 약의 기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결핵균을 직접 잡는 결핵약과는 달리 독감 백신은 반쯤 죽인(?) 독감 바이러스(항원)를 넣어줌으로써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던 면역시스템을 일깨워(항체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우리 인체는 애초에 병원성 바이러스나 암세포 같은 유해한 것들이 나타나면 이를 제거하는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러 원인에 의해 이런 면역시스템이 무력화되더라도, 이를 다시 일깨워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작년에 학교 지각과 결석으로 부모 속 좀 썩이던 둘째 녀석이 요즘 집에서 그야말로 ‘천혜의 백신’을 맞으며 푹 쉬고 있다. 하루 종일 먹고 자고 핸드폰만 하는 ‘극강 자유 백신’, 신종 감염병 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방학이 계속되는 ‘코로나 방학 백신’, 학교만큼은 보내겠다며 올해 직장에 휴직을 신청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엄마 후원 백신’까지. (아빠는 여전히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ㅜㅜ)
독감백신까지 동원하여 최적의 조건을 찾아 암을 치료하듯, 아이도 이런 다양한 백신들의 최적화된 도움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
양성자 빔이나 독감바이러스가 우리 몸 면역반응을 일깨워 암을 치료하듯, 이러한 백신들이 아이를 일깨워 곧 시작될 등교 개학과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러니 집에만 있지 말고 학원이라도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꾹 참아야한다. 대신 해주어야 할 말을 마음 담아 해줘야 한다.
사랑한다... 언제나 사랑해...
<참고자료>
* https://www.cancer.gov/news-events/cancer-currents-blog/2020/cancer-abscopal-effect-radiation-immunotherapy 링크내용을 기반으로 편집 기술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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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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