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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통통] 배신의 세계
Bio통신원(과학통통)
으른들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 가 요즘 인기입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봐온 진부한 불륜 복수 막장 드라마 와는 다르게 신선하고, 파괴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금, 토요일 밤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극 중 주인공 지선우는 남들이 보기에 사랑받는 아내이자 엄마, 존경받는 의사이자 동료,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지만요. 극 중 남편 이태오는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는 척, 바람 따위는 피지 않는 척, 이전처럼 행동했고, 이전처럼 말하며 그녀에게 배신을 숨겼습니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믿었던 누군가의 배신 이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굳게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음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고, 배신하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부정하고, 지워버려야 하니까요. 배신이 상처가 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믿어왔던 신념을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은 때때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배신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되돌릴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는 합니다.
과학에서도 배신은 항상 존재했고, 배신은 때때로 우리에게 더 많은 놀라운 사실을 가져오기도 했고, 과학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던 과학 중 우리를 배신한 과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바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유사 과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사 과학이란 말 그대로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 없는 주장’ 입니다. 너무나 쉬운 예로, 양파도 칭찬해주면 예쁘게 잘 자란다더라, MSG는 몸에 안 좋다,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 된다 등등 아주 그럴듯한 과학적 주장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사 과학은 사람들 사이에서 ‘꽤 쓸모있는 과학지식’ 정도로 뽐내기 좋도록 간단하고, 친근하여 전파가 쉽고, 대중매체에서 자극적인 소재로 자주 사용되기에 신뢰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산성비부터 살펴보면,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에 의하면 [1] 일반적인 비는 pH4~6 정도로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pH3) 보다 염기성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밖에서 비를 맞는 것보다는 산성이 높은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이 더욱 두피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비오는 날 산성비를 맞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피가 축축한 채로 오래있는 행위는 두피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또한, 뿌주부, 요리연구가 백종원 님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레시피를 공유하고 계시는데요, 백종원 님은 맛있는 요리를 위해 MSG와 설탕을 넣으면 더 맛이 좋아질 것이라 하면서도 ‘그렇다고 제가 MSG를 안 넣고 요리하시는 분 들을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입니다. MSG, 글루탐산나트륨은 90년대부터 ‘화학적 합성품’이라는 무시무시한 닉네임을 갖게 되었고, ‘우리는 화학적 합성품을 넣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시작으로 ‘내 아이에게 MSG를 먹이는 것은 무서운 화학물질을 먹이는 것과 같다’라는 공포감을 주입했습니다. 이전과 추후의 연구 결과를 통해 MSG는 유해성이 없을뿐더러,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의한 위 손상을 막아준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나[2], 아직도 많은 수의 우리는 MSG를 무서워하고, ‘순수재료 그대로의’, ‘합성첨가물은 첨가하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좋게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양파에게 이쁜 말해 주기 실험은 꽤 유명세를 탄 유사 과학입니다. 마치 식물도 귀가 있고, 마음이 있어서 예쁜 말을 해주면 예쁘게 자라고, 못된 말을 해주면 못되게 자라기 때문에 예쁜 말을 해줘야 한다는 꽤나 교훈적인 유사 과학입니다. 저는 심지어 대학생 때 교양수업 과제로 밥을 밀폐 용기에 넣고 이쁜 말, 나쁜 말 구분하여 칭찬하고, 혼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유사 과학은 욕을 한 양파가 더 잘 자라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하며 그저 ‘이왕이면 좋은 말을 해주는 게 낫지’와 같은 교훈을 남기는 것으로 족하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나쁜말을 해주면 더 잘자라는 강한 양파
그러나 제대로 된 통제 없이, 반복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진 실험과 이를 대중화 시키는 행위는 아주 위험한 행위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논제를 참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 ‘유사 과학’이 대중들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이 행위는 결국 과학 그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정치, 경제적으로, 종교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의 예로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는 아직까지도 세계 이곳저곳에 가짜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가령, 코로나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써야 막을 수 있다,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 감염이 된 것은 아니다, 김치를 먹으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와 같은 정보들이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 퍼져있고, 이를 맹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KF80 이상부터 충분하고, KF94는 의료기관용일 뿐 아니라, 산소투과율이 낮아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서 일상적으로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김치에 유산균이 많다는 보고는 많지만, 김치의 유산균이 직접적으로 코로나를 예방한다고 보고된 자료는 없고, 폐렴 예방 백신은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기에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3]
이러한 유사 과학은 잘못된 과학지식 전달로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하고,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유사 과학이 있는지 잘 살피고, 이를 바로잡는 과학자들의 역할과 함께 많은 과학적 주장들을 일단 의심하고, 근거를 찾아보려는 대중들의 노력도 필요한 때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는 ‘배신’도 있습니다.
우리는 식물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다른 개체 혹은 동물과 소통한다는 보고를 보았지만, 소리를 낸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Itzhack Kahait 연구팀은 토마토와 담배에서 물이 부족할 때 에나 줄기가 잘릴 때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약 10 정도 떨어진 곳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각기 다른 킬로헤르츠의 초음파 소리를 측정하였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토마토와 담배는 시간당 한 번 이하의 소리를 낸 반면,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은 같은 시간당 약 35배, 11배의 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곤충과 포유류가 듣고, 반응할 수 있는 소리로 이를 듣고 곤충들이 식물에 알을 안 낳거나, 물 부족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Figure 1. Plants emit remotely-detectable ultrasounds under stress.
또한, 우리는 뇌세포가 손상되면 복구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뇌세포 죽으니 머리 때리지 말라고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 신경계 질병으로 인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복구하기 위해 신경세포 이식 등의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손상된 세포를 복구시킬 이렇다 할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독일의 뇌과학자 막달레나 괴츠 (Magdalena Götz) 연구팀은 뇌 안에 있는 astrocytes(성상세포)가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킨다는 징후를 발견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Astrocytes - 출처 Wikipedia
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반가운 배신’ 이였습니다.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안타깝게만 여겼던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신경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에 입니다. 그동안 뇌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성상세포가 망가진 세포를 회복시킨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발표 이후, 많은 연구진이 성상세포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저 세포의 구성을 돕는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인 줄만 알았던 세포가 사실은 손상된 뇌세포의 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히든카드였다니, 이처럼 반가운 과학적 배신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의 과학사를 되돌아보면 과학자들은 수많은 ‘진실로 여겨지던 발견’을 번복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발전해왔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공부했던 교과서의 밑줄 쫙, 별표 세 개! 내용에 해당했던 어떤 과학적 사실들은 10년 후 혹은 단 몇 년 후라도 사라지거나, 변경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학설을 엎는 발견이란 드물고, 드문 만큼 반감이 드는 것 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참일 때, 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배신이란 이렇게 동전처럼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 같은 점이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갈 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주 금, 토요일에 방영되는 불륜-배신-복수극은 고구마 100개와 화병을 불러오지만, 오늘 소개한 ‘반가운 배신’은 우리에게 더 희망적인 내일을 불러올 것 같습니다.
과학을 연구가 아닌 소통으로 배신배신!
과학으로 소통소통, 과학통통
- 소통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댓글, 이메일, 메세지, 전화, 자필편지, 자택 방문)
- 꽃샘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
[1] KBS 뉴스 - 국립환경과학원
[2]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식품안전 총서 10 이광원 편저 Monosodium Glutamate and Food Safety
[3]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4] I Khait, O Lewin Epstein, R Sharon, K Saban , R Perelman, A Boonman , Y Yovel , L Hadany (2019) Plants emit informative airborne sounds under stress. bioRxiv , DOI: 10.1101/507590
[5] Science News Reprogrammed cells could tackle brain damage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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