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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like] 『기억』 Stolen moment ; 건망증
Bio통신원(쏘르빈)
Stolen moment ; 건망증
하루 속, 많은 것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날의 온도, 바람, 하늘의 색깔, 거리의 소리들. 이 많은 것들이 제각각 잠깐의 감정을 느끼게 하곤, 그대로 떠나간다. 분명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일이라 기억하고 있을 법 하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 망각이다. 이렇듯 망각이란 존재는 하루에 몇 번이고 내 머릿속을 청소해 준다.
생각해보면 망각의 항목은 참 다양하다. 외출할 때만 생각해봐도 핸드폰 잃어버리기는 기본이고, 문은 잠그고 나왔는지, 가스불은 잠갔는지, 두고 온 물건은 없는지 등등. 필자는 두고 온 물건들로 인해 외출 전 최대 3번까지 집에 다시 방문한 경험이 있다. (망각은 우리를 다시 집으로 뛰어가게 하여 운동을 시키는 기능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작은 망각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는 몸이 고생하게 되는 건망증의 늪에 빠지게 된다. 특히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건망증 증세가 많이 나타나며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이번 글에선 영츠하이머들을 위하여 ‘건망증은 왜 우리를 괴롭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건망증은 의학적으론 단기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 능력 장애로 정의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사고 후 겪는 기억장애와는 다른 장애로,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일상에서 건망증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치매를 의심해보곤 한다. 건망증은 치매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이므로 이 의심은 해볼 법 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건망증과 치매는 서로 구분 가능한 질병이다. 둘 다 기억을 담당하는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지만,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건망증은 휴대폰 액정이 약간 금이 갔지만 이상은 없는 상태라면, 치매는 휴대폰을 고층 빌딩에서 있는 힘껏 던져서 박살이 나버린 상황인 것이다. 또한 건망증은 유사한 키워드를 들으면 망각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반면, 치매는 키워드를 들어도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떠올리지 못한다.
이런 건망증은 뇌가 여러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릴 때 일어난다. 기억은 ‘입력-저장-인출’의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일시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인출’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예시가 바로 ‘인터넷 미아 증후군’이다. 인터넷 검색창을 켰지만 검색하려던 내용을 까먹는 상황을 일컫는다. 망각의 순간, 본래의 목적을 잃고 이곳저곳 링크들을 떠돌아다니며 우리는 ‘인터넷 미아’가 된다. 이 또한 무언가를 검색하려고 생각은 했었기에 입력과 저장은 성공했지만, 이를 떠올리는데 실패한 ‘인출’능력의 장애라고 볼 수 있다.
건망증을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다.
뇌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정보를 저장하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고,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뇌가 효율적인 저장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정보들을 제거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처리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당장에 덜 중요한, 혹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들을 뇌가 잠시 지워 놓는 건망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관점에선 건망증이 실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절실히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이 현상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에게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뇌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은 모조리 인터넷에 저장해 놓을 수 있고, 복잡한 계산이나 일들을 컴퓨터에게 맡길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당장 필요하지 않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의 영역으로 넘어가 핸드폰 속에 저장되게 된다. 물론 남은 뇌의 영역으로 나에게 당장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효율을 위해 나의 소중한 것들, 소중한 사람들을 미뤄두고 미뤄두다 어느 순간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큰 문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바쁜 삶에 치여서 나와 내 주변을 돌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건망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음주 혹은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이다. 그러니 건망증은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이다. 자신이 잦은 음주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건망증을 경험하고 있는지, 그래서 나와 내 주변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보자. 만약 그렇다면 건망증의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술을 덜 마시고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힘들지라도 사라지는 것들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삶이 바쁘고 힘들지라도 나와 주변을 위한 조금의 관심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바쁨을 핑계 삼고 건망증의 뒤에 숨어 관심을 저버리지 말자.
Reference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Guo, Joan T. Erber, Lenore T. Szuchman, Xiaohui. "Age and forgetfulness: Can stereotypes be modified?." Educational Gerontology 25.5 (1999): 457-466.
McGill, Natalie. "Memory loss: Just a sign of aging, or something more?." (20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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