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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범(汎)유행병 되려나? 코로나바이러스, 위험한 새 국면에 진입할 조짐
의학약학 양병찬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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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D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조만간 막을 수 없는(unstoppable)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중국 밖에서 발생하는 집단발병의 수(數)와 규모가 신속히 급증하는 것을 우려한 과학자들은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심지어 'p'로 시작되는 단어, 즉 범유행병(pandemic)을 들먹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900명 이상이 감염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대구의 집단감염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며칠 동안 이탈리아 북부에서 300여 명이 감염되어 약 10명이 사망하자,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혼비백산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란의 집단감염에서 최소한 15명이 사망했으며, 숫자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중동의 다른 나라에 이미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최근의 갑작스러운 감염자 급증—이중 상당수는 중국과 무관한 게 분명하고, 일부는 몇 주 동안 탐지되지 않고 진행되었다—현상은, COVID-19을 초래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함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이란과 이탈리아에서(그리고 한국에서) 기존에 인식되지 않은 감염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게 진짜로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라고 홍콩 대학교의 벤 카울링(감염병역학)은 말했다.

작금의 사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신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런 전략에는, 중국 밖에서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s)을 제한하기 위한 훨씬 더 광범위한 조치, 이를테면 휴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시행하려면, 연구자들은 집단발병에 대한 핵심의문을 해결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어린이들이 어른만큼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가'이며, 또 하나는 '어린이들이 감염에 취약한가'이다.

범유행병의 가능성

「범(汎)유행병」은 '여러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감염'으로 대략적으로 정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당국자들은 2월 24일, 글로벌 코로나바이러스 집단발병은 아직 범유행병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가 범유행병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까?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단계에 진입했을까? 우리의 평가에 따르면, 아직 아니다"라고 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말했다. WHO는 이탈리아와 이란에 전문가팀을 파견하여, 집단발병의 통제를 돕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세계적 감염사례의 급증을 지적하며, 그것은 이미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집단발병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WHO가 뭐라고 말하든, 나는 범유행병의 역학적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버드 의대의 마크 립스티치(감염병역학)는 말했다. "거의 모든 합리적인 정의에 따르면, 현재 범유행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당국자는 2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지역사회 확산이 과연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다"라고 CDC 산하 국립 예방접종 및 호흡기질환센터(NCIRD: National Center for Immunization and Respiratory Diseases)의 낸시 메소니어 소장은 말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란에서 발생한 사망이 특히 골칫거리라고 한다. "만약 첫 번째 사례가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건 감염이 이미 몇 주 동안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라고 카울링은 말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레바논, 이란, 그리고 (이란에서 확산된) 그 밖의 나라에서 많은 사례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교의 앤드루 테이텀(지리학)는 말했다. 테이텀이 이끄는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을 모델링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란인들은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데, 이는 이란에 수많은 미확인사례가 존재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유포되어 왔음을 시사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란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현재 보고되고 있는 것은 최악의 사례이기 때문이다"라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데비 스리다르(공중보건 연구자)는 말했다.

방역망의 구멍

범유행병의 자격이 있든 없든, 립스티치와 다른 과학자들은 "지난 1개월여 동안 중국 밖에서 집단발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것으로 보이는) 억제수단들이, 조만간 실행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노력들 중에는, 감염자와 밀접접촉자(close contact) 들을 신속히 확인하여, 더 이상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격리하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 감염자들이 방역망에서 빠져나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지만, 기존의 방역망은 그들을 확인하지 못했다. 내 생각에는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사회 들이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지 않아, 그들을 추적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립스티치는 말했다.

글로벌 집단감염을 '범유행병'으로 지정하는 것을 연기하기로 한 WHO의 결정은 부분적으로, '중국에서의 감염이 1월 23일 ~ 2월 2일에 정점을 찍었다'는 데이터에 기반한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도시들의 부분적 봉쇄와 같은 통제수단이 주효하여, 새로운 사례의 발생을 방지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카울링에 따르면, 그런 수단들은 보다 큰 범위와 규모에서 먹혀들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봉쇄는 고작해야 몇 주 동안 효과를 발휘하며, 완화된 격리로 인해 감염된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감에 따라 새로운 집단발병의 씨앗을 파종할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시를 완전히 봉쇄하거나 사람들의 이동을 중단시키지 않고 전염을 감소시킨다'는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수단을 신중히 모색해야 한다"라고 카울링은 말했다.

어린이들의 역할

카울링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수단'에는 사회적 거리 유지(social distancing)가 포함된다. '사회적 거리 유지'란 사람들이 서로 만날 평균적 기회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내 생각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거리 유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은 '감염된 사람이 누구인지'에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립스티치는 말한다.

"예컨대, 1918년에 일어난 인플루엔자 범유행병(일명 '스페인독감')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참고 1), "초기에 학교·교회·극장과 같은 공공장소를 폐쇄한 도시들은, 뒤늦게 그런 조치를 취한 도시들보다 감염률과 사망률이 낮았다"고 한다.

그러나 역학자들에 따르면, 현재의 집단발병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워낙 빈약하여, 그런 사회적 거리 유지 수단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조치를 시행할 적기(適期)를 결정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카울링은 말했다. 가장 흔한 수단 중 하나인 휴교는, '어린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학을 수행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보될 경우에만 시도할 가치가 있다. 일부 보고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감염될 경우 심각한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연구자들은 '어린이가 어른보다 감염에 취약한지'나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쉽게 퍼뜨릴 수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문 중 하나는 바로 그것이다"라고 카울링은 말한다. "계절성 및 범유행성 인플루엔자의 경우, 어린이들이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라고 립스티치는 말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내가 아는 범위에서 그것은 미지수다."

"어린이가 COVID-19의 확산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결정하는 최선의 방법은," 립스티치는 말한다. "긴밀히 연관된 사례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하나의 가정을 대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된 과정'과 '어린이가 제일 먼저 감염되어 다른 구성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면역력의 문제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보편화되어 지역사회에서 널리 전파된다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력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싶어 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감염된 사람들은 「특정한 기간 동안의 재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한다'고 가정한다"고 립스티치는 말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불투명하다. 보통감기(common cold)를 초래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후의 면역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면역력의 지속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는 방법은,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간경과에 따라 항체의 수준을 검사하는 것이다.

"COVID-19에 대응한다는 것은, '억제'나 '완화'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데이비드 헤이먼(역학)은 말한다. "이탈리아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가능한 한 감염을 억제하고 전파자를 추적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완화조치를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장의 실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발병의 성격과 대처방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 참고문헌
1. Hatchett, R. J., Mecher, C. E. & Lipsitch, M. Proc. Natl Acad. Sci. USA 104, 7582–7587 (2007); https://doi.org/10.1073%2Fpnas.0610941104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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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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