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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는 왜 오리너구리일까?
Bio통신원(이탈)
최근 전 세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다. 바로 새끼 오리너구리 사진이다. 사진만 보면 진짜 새끼 오리너구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다. 세르비아의 한 예술인이 만든 새끼 오리너구리는 보는 이를 넉 놓게 만든다. 귀엽고 진짜 같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선 의도치 않게 진짜로 오해를 받았지만, 오리너구리가 얼마나 독특한 동물인지 알고 나면 더욱 놀랄 것이다.
SNS로 퍼진 새끼 오리너구리의 사진.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은 한 예술인이 만든 작품이다. 사진 = <사이언스얼럿>.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엔 오리너구리를 닮은 니플러가 등장한다. 니플러는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를 연상케 한다. 영화에선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물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영락없이 닮았다. 오리너구리는 큰 주둥이로 바위 밑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다. 오리너구리의 영어 이름인 'platypus'는 평평한 발(flat feet)을 뜻한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이지만 알에서 부화해 어미의 젖을 빠는 정말 흔치 않은 단공류 동물 중 하나이다. 단공류(monotreme, 單孔類)는 다른 포유류들과 다르게 배설하고 생식하는 기관들이 '총배설강'이라는 하나의 구멍으로 연결돼 있다. 오리너구리 같은 단공류 동물은 가시두더지(혹은 바늘두더지)가 유일하다.
새끼 오리너구리는 가죽처럼 질기고 단단한 알에서 태어난다. 그런데 어미는 젖꼭지가 없다. 대신 어미의 젖은 복부의 유선관(乳腺管)에서 나온다. 이 유선관을 통해 젖이 어미의 피부로 흘러간다. 새끼들은 어미의 피부의 주름을 빨며 성장한다.
호주 동부 및 태즈메이니아에서만 살아가는 오리너구리는 몸길이가 30∼45㎝, 꼬리길이 10∼14㎝다. 오리너구리는 척삭동물문에 오리너구리과에 속한다. 오리너구리는 매해 1∼3개의 알을 낳는다. 이 특이한 동물은 곤충의 애벌레나 하천의 민물새우 등을 잡아먹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오리너구리를 관심대상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에 나오는 니플러. 니플러는 오리너구리를 닮았다. 사진 = <워너 브라더스>.
알에서 부화해 어미젖 빠는 독특한 오리너구리
기괴하게 생겼지만 은둔형 삶을 사는 오리너구리는 부리가 오리처럼 생겼다. 오리너구리의 꼬리는 비버를 닮았으며, 물갈퀴의 발을 갖고 있다. 비버는 경고 차원에서 물을 내리치거나 물살을 가르는 데 꼬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오리너구리의 꼬리는 비버와 같이 꼬리를 적극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오리너구리의 꼬리는 먹이가 부족할 때 필요한 체지방을 신체의 절반 정도까지 저장하는 데 쓴다.
수달을 닮기도 한 오리너구리는 털이 많이 나 있다. 오리너구리를 처음 접했던 영국의 동물학자 조지 쇼는 다른 동물들을 정교하게 합쳐놓은 가짜가 아닌지 의심했다. 1799년 그가 저술한 내용에 따르면, 오리너구리는 가장 기괴한 동물이었다. 파충류와 포유류의 어떤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지 쇼는 생각했다.
오리너구리는 물과 물 밖에서 동시에 생활한다. 소심해 보이는 오리너구리는 물속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지낼 수 있다. 숨쉬기 위해 물 밖으로 최대한 적게 나오면서 말이다. 오리너구리는 물속에서 최대 10분간 잠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리너구리가 물속에 들어가면 몸속에 산소를 묶어주는 단백질, 즉 미오글로빈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은 오리너구리의 폐에 있다.
오리너구리는 팔다리가 짧아 육지에서 활동할 때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에 비해 30% 가량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리너구리 앞 발톱 사이의 촘촘한 물갈퀴는 헤엄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육지에서 느긋하게 걸을 때는 날카로운 앞발톱을 드러내며 물갈퀴가 수축된다. 걷기 편하게 바뀌는 것이다.
오리너구리는 장거리 시력은 매우 탁월하나 눈이 머리 위를 향하고 있어 코 바로 아래 있는 물체를 보기는 어렵다. 오리너구리는 신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학 반응으로서의 신진대사를 잘 제어할 줄 안다. 신진대사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하여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오리너구리는 털이 없는 꼬리나 뒷발, 주둥이 부분에 혈액이 덜 흐르도록 해 열을 제어한다. 오리너구리의 모피는 방수가 된다. 오리너구리는 물 밖에선 대부분 강둑 굴에서 지낸다. 굴의 입구는 보통 물의 수위보다 높다. 오리너구리는 포식자 및 극한의 온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개의 굴들을 동시에 이용한다.
정말 특이한 점은 야행성 오리너구리가 전기를 이용해 사냥한다는 것이다. 오리너구리의 주둥이에는 전기수용기가 있다. 즉, 오리너구리의 부리는 레이더처럼 수천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서 모든 생물이 생성하는 전기장을 탐지할 수 있다. 오리너구리는 눈, 귀, 코를 막고 수면 아래로 다이빙한다. 그리고 곤충이나 갑각류를 잡아먹기 위해 조용히 뒤쫓는다. 오리너구리는 먹이의 신경이나 심장에서 발생하는 희미한 전기 신호를 감지한다.
오리너구리의 부리에는 이빨이 없어서 먹이를 씹지 못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오리너구리가 아니다. 그들은 벌레, 곤충, 갑갑류 등 먹이가 되는 것은 모든 강바닥에서 자갈과 함께 물어온다. 오리너구리는 뺨에 있는 주머니에 먹잇감과 자갈을 몽땅 담아 물 밖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이빨 대신 자갈 조각으로 딱딱한 먹잇감을 부순다. 오리너구리는 이빨이 없지만 턱의 위아래 표면에 있는 연마판(grinding plates)을 사용해 음식을 씹는다. 오리너구리는 위가 없어서 먹잇감을 먹으면 식도에서 바로 내장으로 간다.
오리너구리의 주둥이에는 수 천 개의 세포가 전기수용기 역할을 한다. 즉, 먹잇감의 전기장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 <사이언스얼럿>.
전기 이용해 먹잇감 사냥하는 독특한 능력
오리너구리는 다른 포유류에선 발견되지 않는 여분의 어깨뼈가 있다. 즉, 오리너구리는 네 발로 수영하는 게 아니다. 이 신기한 동물은 앞다리에 힘을 주고 꼬리로 방향을 조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뒷다리는 흐물흐물 뒤에 매달린 채 말이다.
수컷 오리너구리는 몸집이 커지고 성인이 되면 발뒤꿈치에 독샘을 갖게 된다. 이것도 정말 특이한 점이다. 수컷 오리너구리의 독은 작은 동물들을 죽이거나 사람한테 해를 끼친다. 하지만 원래 수컷 오리너구리의 독은 번식 기간 동안 다른 수컷과 경쟁하기 위한 무기이다. 독샘은 계절에 따라 활성화 되는데, 짝짓기 시즌에 주로 독이 나온다. 한편, 2016년, 과학자들은 수컷 오리너구리의 독에서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을 발견한 바 있다. 오리너구리는 호르몬 변이를 일으키도록 진화했다. 그 결과 오리너구리의 호르몬은 인간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연구에선 암컷 피부에서 땀처럼 나오는 우유가 약물에 내성이 있는 슈퍼 버그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암컷 오리너구리의 젖에 있는 단백질이 놀랍게도 항균 성질이 있다는 걸 밝혀냈다. 새끼 오리너구리는 암컷의 젖을 빨며 항균력을 키워간다.
2013년에 발견된 오리너구리의 치아 화석을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오리너구리에 비해 그 옛날 오리너구리는 두 배나 더 큰 모습을 보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리너구리는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2008년 과학자들이 오리너구리의 전체 DNA를 해독한 결과, 오리너구리는 파충류, 조류, 포유류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괴상한 모습이 유전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셈이다.
오리너구리의 최대 위협은 토지 개간과 댐 건설 때문에 발생하는 서식지 감소이다. 또한 쓰레기 더미들과 낚싯줄, 민물가재 덫 등은 오리너구리의 익사로 이어진다. 오리너구리의 포식자들은 뱀, 물쥐, 고아나(큰도마뱀), 여우, 고양이, 개 등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물속을 위협하는 인간의 부산물들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sciencealert.com/the-incredibly-cute-baby-platypus-that-went-viral-has-a-dark-secret-you-ought-to-know
2. https://www.sciencealert.com/platypus-weirdest-creature-australia-science-sweat-milk-see-electricity-venom
3. https://www.sciencealert.com/this-quirky-australian-critter-best-hope-against-antibiotic-resistance-platypus-antimicrobial-milk
4.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speaking-of-science/wp/2015/04/01/the-platypus-is-so-weird-that-scientists-thought-the-first-specimen-was-a-hoax/
5. https://www.mentalfloss.com/article/63062/10-curious-and-quirky-platypus-facts
6. https://www.environment.nsw.gov.au/topics/animals-and-plants/native-animals/native-animal-facts/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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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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