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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81회> 연결의 시대(1)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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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지난 달 국내에서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간 데이터의 수집, 활용이 어려워 침체됐던 여러 산업분야가 활력을 띄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데이터를 통한 암의 정복도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6년 말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제정을 통해 의료분야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고, 작년에는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 CancerLinQ라는 획기적인 암 데이터 플랫폼을 선보임으로써 이 분야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ASCO는 미국 내 종양학 진료(Oncology Practices)의 15%만이 서로 다른 진료 기록을 참조하며 이루어지고, 40%는 서로를 전혀 참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이는 바로 병원마다 제각기 다른 전자의무기록 시스템(Electronic Health Records, 이하 EHRs)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여러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미흡이 핵심 문제였다.
많은 이들이 기존의 틀에서 데이터 표준화를 이루고,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ASCO는, 마치 그 옛날 알렉산더 대왕이 아무도 풀지 못하던 매듭을, (푸는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칼로 잘라 버림으로써 풀어버렸다는 고디안 매듭(Gordian Knot) 전설과 같이, 아예 새로운 차원의 플랫폼(CancerLinQ)을 개발해 버림으로써 상호운용성 문제를 극복했다.
CancerLinQ는 현재까지 46개 종양학 의료행위(Oncology practices)에 대한 데이터 흐름 체계(Data flows)를 구축하였는데, 이는 미국 내 총 98개 의료기관, 전체 종양전문의 중 20%가 참여하여, 7종의 EHRs 시스템으로부터 85만 명 암환자 데이터의 핵심요소를 추출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야말로 “EHR에 종속적이지 않은”(“EHR agnostic”)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상호운용성 문제를 극복했다. 참여한 종양전문의들은 의료행위별 최적의 처치 법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며 본인의 의료행위에 참조(benchmark)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을 개선시키는 최초의, 중요한 학습 의료 시스템(a Learning health system)을 개발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정착되어 암환자를 치료하는데 적절히 사용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이터의 연결이 나의 삶에도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얼마 전 참석한 부부 세미나에서도 느꼈다.
비슷한 또래의 부부 여러 쌍이 모였다. 어떤 상황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어떨 때 나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지 등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싸우면 이혼하자는 말을 쉽게 한다는 남편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아내, 시댁문제가 힘들어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 아내와 피하기만 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남편, 밖에선 좋은 남편이지만 자기에겐 아니라고 하는 아내, 남편의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언변이 좋아 결혼했지만 결혼해서도 계속 그러니 이젠 실없는 소리로 들려 싫다는 아내, 아이들 방 정리 안 되어 있는 꼴을 못보고 화만 내는 남편이 밉다는 아내 등.... 어느 한 부부의 사례로만 쌓여 있던 결혼생활 데이터가 서로 공유되고, 연결되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이로운 경험이었다.
ASCO가 이룬 성과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상호운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서, 단일 EHR 도입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HRs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기득권 대립으로 인해 극도의 맞춤제작(Extreme customization)은 오히려 표준화를 저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내부 상호운용성”(“Intra-interoperability”) 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부 문제도, 여러 부부를 대상으로 한방에 통할 법한 단일 해결책 제시는 어림도 없다. 다행히 세미나 진행자도 그런 점에 유의하여, 여러 사례들로부터 핵심 교훈만을 이끌어 내 공유하려 노력하였다.
세미나 후 아내가 내게 한 말은 또 다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여보, 난 말이야, 당신이 내 말에 집중 안 하고 공감 안 해주면 너무 화가 나. 왜냐하면....”
곧 봄이 오면 저 문제를 풀 수 있으려나....(다음 회에 계속....)
※ 참고자료
* 이 글은 글쓴이가 다음 링크 내용을 참고하여 기술한 것임
https://ascopubs.org/doi/pdf/10.1200/JOP.18.00612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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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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