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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적응기] 안녕 (Bye) 옥수수, 안녕 (Hi) 생쥐
Bio통신원(세오)
안녕 (Bye) 옥수수, 안녕 (Hi) 생쥐
그림1. 유리 보석 옥수수 (Glass gem corn)
<출처: http://m.news.zum.com/articles/9226644>
“아, 진짜 덥다.”
넓은 옥수수밭을 보니 더 덥다. 마무리해야 할 실험용 옥수수 수정이 아직 많이 남았다. 석사 졸업 논문의 주제는 옥수수의 종자 성숙 (seed maturation)에 관련된 유전자의 분자 유전학적 연구이다. 간단히 말해, 석사 연구는 옥수수 재배에 달려 있다. 자연재해 (태풍, 홍수, 폭우 등) 없이 옥수수 재배가 잘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날이 너무 더운 날이면 비가 한바탕 와서 옥수수 수정 작업을 하루쯤은 쉬고 싶다. 그렇게 뜨거운 3번의 여름을 보내고, 4번째 겨울에 석사모를 썼다. 이젠 옥수수는 안녕 (Bye)이다.
“우와, 진짜 귀엽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생쥐를 보관하는 방에 들어설 때 약간은 낯선 냄새(?)가 났지만, 상자 안에 있는 흰 생쥐와 까만 생쥐를 보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포닥을 따라 생쥐를 보관하는 시설의 여기저기를 따라다녔다. 생쥐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 더는 생쥐에 대해 귀여움이 사라졌을 즘에 생쥐를 보관하는 곳이 내부 공사로 인해 건물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다른 건물로 옮겼다. 그래서 5분 정도 걸어서 실험에 필요한 생쥐를 가지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생쥐가 있는 상자를 박스에 넣고 그 박스를 천으로 덮은 다음 가지고 와야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날이었다.
‘아, 박스를 덮을 천을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았네.’
다시 돌아가서 천을 가지고 오자니 귀찮아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상자에 넣어서 가면 문제 없을 거야. 누가 보겠어? 설사 본다 한들 무슨 일 있겠어?’
이때 귀찮더라도 천을 가지고 왔었어야 했다. 당당히 (?) 생쥐가 있는 상자가 들어 있는 박스를 들고나왔다. 마주 걸어오다가 그냥 지나치기 어색했는지, 수의대 직원이 인사를 건넸다. 간단히 대답하고 실험실로 가서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잘 마쳤다. 다음날 [동물 복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주의의 이메일을 받았다. 생쥐를 옮길 때 천으로 덮지 않았고, 거기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좀 더 보온을 갖추고 생쥐를 옮겼어야 했다는 내용이다. [동물 복지]에 관한 내용을 다시 숙지해야 했다.
미스터리 (mystery)
‘실험은 완벽했는데, 왜, 결과가 다르게 나오지?!’
큰일이다.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논문의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추가 실험을 하는데 실험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 분명 포닥이 준비한 생쥐의 조직으로 실험을 할 때에는 문제없이 잘 나왔는데, 내가 준비한 생쥐의 조직으로 실험을 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포닥이 준비한 생쥐의 조직이 다 떨어졌고, 포닥은 이미 다른 곳을 옮겼다. 몇 차례의 연락에도 불구하고 포닥에게 답마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제껏 나온 모든 결과는 포닥이 준비한 생쥐의 조직으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 실험의 결과가 재현이 되지 않는 것이다. 프로토콜을 또 읽고 읽었다.
‘약물을 새롭게 준비를 한 다음 10 mg/kg 용량으로 6 주 정도 자란 생쥐 (암, 수)에 복강 주사를 하고 24 시간 뒤에 생쥐의 조직을 수집한다. 대조군에는 Phosphate Buffered Saline (PBS) [1]를 주사를 한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한 암수를 다 사용해야 하고, 나이도 맞춰야 한다. 어려울 것도 새로운 것도 없다. 프로토콜대로 했다. 그런데 결과는 재현되지 않는다. 테크니션과 나 이렇게 둘이서 생쥐 실험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일단 용량을 10 mg/kg, 25 mg/kg, 50 mg/kg, 70 mg/kg, 100 mg/kg로 해서 실험을 했다. 다행히 테크니션과 나의 결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00 mg/kg 용량으로 주사를 한 생쥐들은 다음날 상태가 좋지 않거나 죽어있었다. 생쥐를 관리하던 곳에서 왜 생쥐가 상태가 좋지 않고 죽었는지 이유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약물을 가지고 여러 농도를 이용해서 실험했는데 그 중에 가장 높은 농도 (100 mg/kg 용량)에서는 생쥐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죽었다고 보고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실험실에서 제출한 프로토콜에 따르면 가장 높은 농도가 50 mg/kg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왜 100 mg/kg을 사용했는지 설명을 하라고 했다. 그렇다. 프로토콜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약물의 최대 용량을 얼마까지 사용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다. 거기다 나는 이미 [동물 복지]를 지키지 않아 주의를 받은 요주의 인물이다. 프로토콜을 새로 제출하고, 승인이 나기 전까지 동물 실험을 중지하라고 연락을 받았다. 뙤약볕의 옥수수가 그리운 날이다.
그림2. 까만 생쥐와 흰 생쥐
<출처: https://www.genetargeting.com/transgenic-mice/a-new-mouse-line-for-tissue-specific-expression/>
포닥의 약물 10 mg/kg을 생쥐에 투여한 결과와 나의 약물 70 mg/kg을 생쥐에 투여한 결과가 비슷하다. 7배의 용량의 차이가 난다. 왜 7배나 더 많은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어서 더 궁금했다. 유추하기로는 바로 약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차이였을 것이다. 약물을 만들 때 파우더를 1.5 ml tube에 넣고 저울을 이용하여 준비를 하는데, 이때, 같은 1.5 ml tube를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1.5 ml tube로 영점을 잡고, 영점을 잡은 같은 1.5 ml tube에 파우더를 넣고 무게를 해야 한다. 기억으로는 포닥이 약물을 준비할 때 1.5 ml tube를 2 개를 준비해서, 하나의 1.5 ml tube로 영점을 잡고, 미리 파우더를 넣어 둔 다른 1.5 ml tube의 무게를 재었다. 1.5 ml tube의 무게를 같다고 가정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1.5 ml tube의 무게를 재어보니 조금씩 차이가 났고, 그 무게의 차이가 약물 스탁을 만들 때 실제 실험에서는 아주 큰 농도의 차이가 생겼을 것이다. 떠난 포닥이랑 연락이 닿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다. 포닥이 준비한 생쥐의 조직으로 실험해서 만든 2 년 동안의 결과들은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생쥐 실험을 통해 [동물 복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스탁을 만들 때 작은 무게의 차이가 실제 실험에서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추가로 배운 것은, 같은 용량이라도 생쥐 실험에서는 생쥐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생쥐를 임의로 제외하면 안 된다. 배양 세포를 이용한 실험과는 다르게, 생쥐를 이용한 실험은 생쥐마다 약물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마디도 빼지 말고 다 넣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게 잡은 조건으로 동물 실험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졸업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참고>
[1] PBS: 생리식염수에 pH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인산염을 첨가한 용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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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고분자 공학을 전공 후 Iowa State University에서 식물 생물학으로 석사, 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생명 과학 분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이 분야를 진학하려는 학생들 혹은 유학 준비생들에게 나누고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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