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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like] 『기억』 Stolen moment ; 꿈
Bio통신원(쏘르빈)
어느 순간 우리 곁을 떠나가 버린,
Stolen moment ; 꿈
‘꿈’이란 단어를 들으면 미래에 되고 싶은 ‘꿈’이 떠오를 수도, 어젯밤 내가 꾸었던 ‘꿈’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두 개의 ‘꿈’이지만, 반대로 많은 공통점을 가진 ‘꿈들’이다. 둘 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쉽게 사라져버린다.
우리의 꿈들은 언제부터, 왜 사라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
나는 자면서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매일 밤 3~4개 정도의 꿈을 꾸는 편이고, 그중 가장 마지막으로 꾸었던 꿈은 일어나서도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 꿈은 보통 1분 후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나의 꿈들 속에서 논리나 인과관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질 뿐이다. 때로는 해적선의 선두에 인질로 묶여 바다를 떠돌아다니고, 때로는 끝없이 높은 산을 자전거로 오르내린다. 그리고 바다에서 산으로 도약하기도 하고 하늘에서 땅속 세계로 갑자기 장면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꿈의 내용에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왜 공간이 변했는지는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비현실적인 세계를 흘러 다닐 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세계도 결국 ‘뇌’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뇌의 인지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또한 잠들게 된다. 즉, 일의 인과관계를 생성하는 전전두엽의 반성적 사고가 약해져서 비현실적인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기억의 연상작용을 담당하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마구잡이로 분산되어 있던 꿈의 장면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상한 스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밤새 열심히 만들어진 이런 이상하면서도 찬란한 꿈들은 어느새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답은 ‘렘수면(REM : Rapid eye movement)’에 있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잠들어있는 누군가를 관찰하다 보면 감긴 눈꺼풀 아래서 눈동자가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는 수면 단계 중 뇌가 가장 깨어있는 때이며 주로 이 시기에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자는 동안 이 렘수면만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수면 중에는 뇌 활동이 줄어들어 깊은 잠을 자게 되는 ‘서파수면(slow wave sleep)’과 ‘렘수면’이 돌아가며 발생하게 된다. 긴밀히 말하자면 뇌에 주로 분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따라 서파수면 또는 렘수면이 나타나게 된다. 자는 동안 뇌 속에선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등 다양한 물질들이 분비되고 또 억제된다. 그중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은 두뇌를 자극해 주의를 집중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것이 억제되면 우리는 주의가 분산되면서 렘수면에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꿈을 꾸게 되는 렘수면 시기 동안에 우리는 주의를 집중할 수 없어 꿈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이란 말처럼 우리 뇌는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것을 더 잘 기억한다. 하지만 꿈은 실제 행동이 아닌 뇌 속의 생각에 머무르는 단계이므로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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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꿈을 꾸게 함과 동시에 꿈의 기억을 앗아가는 렘수면.
갓난아기들은 전체 수면시간 중 약 80%를 이 렘수면으로 보낸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총 수면시간의 20~25%만을 렘수면에 투자한다. 평균 7~8시간을 잔다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가량만 꿈을 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야기한 ‘꿈’은 잠을 자며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꿈’을 미래에 대한 ‘꿈’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이들은 삶의 대부분을 다양한 ‘꿈’을 꾸며 보낸다. 그 꿈이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없을지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열린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꿈을 꾸는 시간을 줄여가게 된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좀 더 현실적, 이성적,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해졌고 이를 위해 꿈꾸던 시간을 쪼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또한 인간 수명 80년 중 우리가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약 15~20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마음 한편에 못다 이룬 꿈이 있을 것이다. 허나 20대 ~ 30대에 접어들며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길 포기하고 현실을 위해 살아간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벅차지면서 나의 꿈이나 내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에 귀를 기울일 여력이 점점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꿈’과 ‘꿈’은 많은 면에서 닮아있다. 그렇다면 사라져가는 나의 이 ‘꿈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Stephen Macknik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에서의 꿈에 대한 기억력은 개인의 인지능력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꿈에 대한 강한 인지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뇌 안의 전두극피질이란 부위에 큰 회백질 영역을 갖고 있다. 허나 꿈에 대한 인지력이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작은 회백질 영역을 갖고 있다. 개인의 회백질 영역은 여러 방법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꿈에 대한 인지력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꿈을 꾼 직후 이를 글로 기록하는 ‘꿈 일기’를 작성하면 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간혹 기억하고 싶은 꿈을 꾸면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하면 뇌를 잠시 스쳐 사라졌을 꿈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뇌 속에 길게 머물게 된다.
이 방법은 꿈을 기억한다는 커다란 목표에 비해 굉장히 간단하다. 그저 인식하고 조금의 노력을 들이면 된다. 미래의 ‘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미래이자 희망이었던 그 ‘꿈’을 그저 못다 이룬 것으로 남기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똑같은 방법으로 조금의 인식과 조금의 노력을 들여보자. “내가 이런 꿈을 꾸고 있고 이런 일을 하고 싶다”를 마음속에 한 번만 더 되새기자. 그리고 이 꿈을 어떻게 이루어낼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사라져가던 꿈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Stolen moment ; 꿈
출처
Choe, Won-Seok. "Science Technology-신비로운 꿈의 세계." TTA Journal (2010): 28-29.
Siegenthaler, Eva, et al. "Task difficulty in mental arithmetic affects microsaccadic rates and magnitudes."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39.2 (2014): 287-294.
채규영. "수면의 생리." Korean Journal of Pediatrics 50.8 (2007): 7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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