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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적응기] 미운 오리 새끼
Bio통신원(세오)
그림1. 미운 오리 새끼
미운 오리 새끼[1]
“여기 값들의 평균값을 구하고, Standard Error를 구해야 해. 그 다음 구한 평균값과 Standard Error를 엑셀 테이블에 넣고 막대그래프를 그리면 돼. Error bar도 넣는 거 잊으면 안 돼.”
QPCR를 통해 [3] 얻은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하는지 설명을 해준다. 어느덧 박사 4년 차다. 새로 실험실에 온 rotation 학생 [2]의 실험을 도와주고 있다.
새로 온 학생들은 QPCR 결과 분석이 처음이라 옆에 앉힌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여 주면서 설명을 해준다. 처음에 시간이 좀 들더라도 핵심어로 분석 절차를 간단히 적은 것을 출력한 것과 함께 빠짐없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경험상 새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으면 가끔 대학원 첫 학기에 들었던 통계학 수업을 들으면서 고생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STAT 587: (3-0) Statistical Methods for Research Workers. (3-2) Cr. 4. F.S.SS. Methods of analyzing and interpreting experimental and survey data. Statistical concepts and models; estimation; hypothesis tests with continuous and discrete data; simple and multiple linear regression and correlation; introduction to analysis of variance and blocking. This course is offered every semester. IG2 students should register for biological science Sections (usually A and E in the fall, A in the spring, and B in the summer. On-line sections maybe generic or listed as biological sciences).
STAT 587 연구자를 위한 통계 방법
<출처: https://www.genetics.iastate.edu/bbmb-404-and-stat-587>
개설된 통계학 수업 (STAT 587: 연구자를 위한 통계 방법 [4]) 중에 생물 과학 관련 섹션을 들으라고 되어 있지만, 석사 과정에서 통계학 수업을 들을 때에는 섹션의 전공 구분이 없었다. 아니면, 섹션 구분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다.
‘S T A T 587 !?’
STAT이 statistics의 약자라는 것을 과목 설명을 통해 알았다.
‘이거는 통계 과목인데?’
해당 전공 홈페이지에 가면 석, 박사 학위를 마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과 그 일들의 마감을 적어 놓은 핸드북이 있었다 [5].
대학원에 들어가서 이 핸드북을 다운받고 출력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이, 핸드북을 처음 들어본다면 [대학원 생활 적응기] 읽기를 잠시 멈추고 핸드북부터 출력하는 것이 대학원 생활에 진짜 도움이 된다. 핸드북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바다에서 등대와 같이 대학원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 핸드북을 보다가 대학원 과정 동안에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과목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필수 과목으로 통계학이 있었다. 왜 관련 전공 (유전학)도 아닌 통계학이 필수 과목으로 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들어야 하는 통계학 과목을 1과목이 아닌 2~3 과목으로 늘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때 배웠던 통계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학원 다닐 때 필요에 의해서 통계학을 2 과목을 들었는데, 그때 조금 더 통계학에 공부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통계학 수업을 들었던 당시를 생각하니 통계학을 2 과목 들은 것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통계학 수업에서 수업마다 과제를 줬다. 그나마 과제를 하면서 수업 내용은 본의 아니게 따라가게 되었다. 통계학 수업을 들을 당시 석사 첫 학기이고, 아는 학생이 없어서 수업 때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을 마치면 홀로 도서관에 갔다. 같은 문장을 3 번째 읽어도 해결이 쉽지 않다. 혼자서 풀기에는 어려워 다른 학생이랑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느끼는 절박함은 겪어 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쉽지 않다. 때마침 수업 시간에 안면이 있는 학생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어느덧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이 2명이 더 모여서 4명이 통계 공부를 같이했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은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각자 공부를 하고 과제를 푼 다음, 다 같이 모여서 문제를 풀기 위한 자신의 접근법을 말하고, 거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같이 공부를 하고 과제를 같이 한다고 해서, 같이 공부를 한 사람들과 문제 풀이 과정과 답이 다 똑같으면 과제를 서로 베꼈다는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림2. 단원풍속도첩-우물가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Danwon_Umulga.jpg>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통계학과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4명이 머리를 맞대어도 풀 수 없는 문제는 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보면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문제를 끊임없이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실마리가 보인다. 그 떠오른 좋은 생각은 바로 통계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도움을 줄 대학원생을 찾는 것이다. 통계학과 학생 명단에서 마우스로 몇 번 내리자 한눈에 눈에 띄는 라스트 네임 (성)이 있었다. 해당 학과 홈페이지에서 재학 중인 학생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지금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다. 일단 한국 성씨를 하나 찾은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도서관에서 이메일로 유전학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만나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날 밤은 아주 편안히 잠을 잤다.
“아, 이렇게 생각하면 되네요.”
“아, 요렇게 접근하면 되겠네요.”
무릎을 몇 번이나 쳤다. 이런 기세라면 통계학을 계속 공부해도 될 것 같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통계학과 학생의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며칠 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 (?)들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내용을 배웠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첫 학기의 통계학 과제를 통해서 배운 것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혼자서 고민하며 해결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포기하지 않고, 같이 공부할 학생을 찾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들을 찾는 적극적인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거지.”
도움이 필요할 때의 절박함을 알기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아주고 있다.
<참고>
[1] 안데르센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아기 오리 사이에서 외모가 다른 모습을 한 아기 오리의 이야기이다.
[2] Rotation 학생: 박사과정에 들어온 가을학기가 시작하는 8월부터 다음 해 봄학기가 끝나는 5월까지 3개의 실험실을 선정하여 연구하게 된다. 봄학기가 끝날 무렵 rotation 학생과 실험실의 교수가 서로 동의를 하게 되면 그곳에서 박사과정 연구를 시작한다.
[4] 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STAT401이었는데, 지금은 과목명이 STAT587로 바뀌었다.
[5] 핸드북: https://www.genetics.iastate.edu/files/page/files/handbook2018-1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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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고분자 공학을 전공 후 Iowa State University에서 식물 생물학으로 석사, 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생명 과학 분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이 분야를 진학하려는 학생들 혹은 유학 준비생들에게 나누고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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