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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은행나무가 거의 영생(永生)을 얻은 비결
생명과학 양병찬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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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matic representation of the balance between aging and growth. The blue, red, and green boxes represent decreased, increased, and invariant index values in old trees, respectively. (A) Balance diagram; the balance between growth and aging is maintained by decreased cambium activity. (B and C) Old G. biloba trees lack senescence symptoms. (D) Resistance mechanisms delay senescence in old trees. The color gradation shows the values of indices. (E) Variation in growth rate, senescence symptoms, and the resistance ability with age.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살아봤자, 나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예컨대, 은행나무(Ginkgo biloba)의 수명은 3,000년이 넘는다. 이제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식물의 수명에 관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은행나무에게—그리고 아마 다른 나무들에게도—영생에 가까운 수명을 허용한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뭔가'에 대한 알짜배기 유전적 증거를 최초로 제공했다. "식물 수명의 디폴트값은 불멸(immortality)이다"라고 애버리트위스 대학교의 하워드 토머스(식물생물학)는 논평했다.

이런 대담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 중국 장쑤성 양저우 대학교(揚州大學)의 왕리(식물분자생물학)이 이끄는 연구진은 후베이성(湖北省) 안루(安陸)와 장쑤성(江蘇省) 피저우(邳州)에 서식하는 34개의 건강한 은행나무에서 얇은 목편(core)을 추출했다. (목편을 잘라내도 나무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 연구팀이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은행나무의 성장은 수백 년이 지난 후에도 둔화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떤 때는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잎의 크기, 광합성 능력, 씨앗의 품질—이 모든 것은 건강의 지표다—은 나이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잎과 형성층(cambium: 나무의 목질과 껍질 사이에 존재하는 얇은 줄기세포층으로, 평생 동안 다른 조직으로 분화한다)의 유전자발현을 비교분석했다. "나이든 나무의 경우 형성층이 얇아, 연구에 충분한 양을 채취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라고 왕은 회고했다. 연구팀은 3년생부터 667년생에 이르는 은행나무들의 RNA를 시퀀싱하고, 호르몬 생산을 검사하고, miRNA—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예상했던 대로, 죽어가는 잎에서는 노쇠(senescence: 생명의 마지막이자 치명적 단계)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예측 가능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형성층에서 동일한 유전자의 발현을 분석해 보니, 젊은 나무와 늙은 나무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잎과 같은 기관은 소멸할말정, 나무 자체는 나이가 들어도 노환(老患)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상의 결과를 1월 13일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참고 1).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은행나무가 약간의 변화를 겪는다는 증거가 포착되었다. 즉, 나이든 나무의 경우에는 인돌-3 아세트산(indole-3-acetic acid)이라는 성장호르몬이 감소하고,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라는 성장억제호르몬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살이 넘은 은행나무들은 세포의 분열·분화·확장과 관련된 유전자발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나이든 나무의 형성층 줄기세포는 젊은 나무에 비해 새로운 목질과 껍질로 분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약 형성층 세포의 분열속도가 수천 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은행나무의 성장이 느려져 결국에는 노환으로 죽게 수 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베이징 임업대학(北京林业大学)의 린진싱(식물생물학)은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나무들은, 그 이전에 병충해나 가뭄과 같은 사고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스트레스요인(stressor)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병원체저항성(pathogen resistance)과 방어적 항생물질(예: 플라보노이드)와 관련된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나이가 다른 나무들 간에 유전자발현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은행나무가 외부 스트레스요인에 대한 방어능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건 괄목할 만한 능력으로, 은행나무가 수천 년 동안 건강하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노스텍사스 대학교의 덴턴 캠퍼스의 리처드 딕슨(분자생물학)은 말했다.

"나이드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의 세르히 무네-보스크(식물생리학)는 말했다. "나이든다는 것 자체는, 은행나무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스트레스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은행나무의 변이율을 연구하고 노화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편 토머스와 무네-보스크에 따르면, 연구팀과 유사한 방법을 이용하여 (수명이 짧은 편인) 포플러에서부터 (높이 치솟고 오래 사는) 세쿼이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무들의 노화를 연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 참고문헌
1.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916548117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20/01/how-ginkgo-biloba-achieves-near-immort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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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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