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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의 정상체온은 『37°C 고정불변』이라는 편견을 버려
의학약학 양병찬 (2020-01-16 09:25)

인간의 통상적인 체온은 19세기보다 '영점 몇 도'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정상체온은 『37°C 고정불변』이라는 편견을 버려

인체는 점차 식어가고 있는 것 같다. 1860년 이후 미국인을 대상으로 측정된 677,000여 건의 체온을 분석한 도발적 연구에 따르면, 19세기 이후 통상적인 체온이 '영점 몇 도'낮아졌다고 하니 말이다(참고 1).

스탠퍼드 대학교의 줄리 파스넷(감염병역학)이 이끄는 연구팀의 추정에 따르면, 오늘날 인간의 평균 체온은 교과서에 나오는 37°C보다 조금 낮으며, 10년에 '1°C의 백분의 몇'씩 하락해 왔다고 한다. "많은 의사들에게 ‘사람의 정상체온이 몇 도냐’고 물으면, ‘37도’라고 대답할 것이다"라고 파스넷은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체온이 조금씩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것은 '만성감염의 유병률 하락'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구식 체온계의 오류?

'정상체온 = 37°C '라는 공식은 1851년 독일의 의사 카를 라인홀트 아우구스트 분덜리히가 약 25,000명의 체온을 수백만 번 측정하여 "36.2 ~ 37.5°C"라고 보고한 후 확립되었다. "그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후 교과서에서 채택되자, 사람들이 믿게 된 것이다"라고 파스넷은 말한다.

그 이후 아무도 분덜리히의 수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지만, 1992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연구팀이 백신 임상시험 중 148명의 체온을 측정해 보고 "평균 36.8°C"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참고 2). 그리고 2017년 35,000여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평균 36.6°C"인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3).

1992년 연구의 주요저자인 필립 매코위악(감염병 의사)은, 이 같은 불일치를 '분덜리히가 사용한 허접한 체온계' 탓으로 돌렸다. 그는 나중에 분덜리히의 체온계 중 하나—필라델피아주 뮈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를 테스트해 보고, 제대로 된 체온계보다 1°C 이상 높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분덜리히의 '평균 37°C' 뒤에는 측정오류가 숨어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파스넷에 따르면, 그녀가 이끄는 연구팀의 데이터는 '체온이 정말로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한다. 연구팀은 세 가지 데이터세트를 검토했다. 가장 오래된 것은 1862~1930년 남북전쟁 참전병사들에게서 수집된 83,900건의 체온이 수록된 데이터베이스인데, 연구팀은 '먼저 태어난 사람들의 체온이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동일한 기간—이는 체온계를 만드는 기술 수준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에 체온을 측정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체온 저하 경향'이 '체온계 기술 향상' 때문이 아님을 시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체온계의 성능이 비슷하다면, 체온 측정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연구팀은 '남북전쟁 시 데이터', '1970년에 수집된 데이터', '2007~2017년에 수집된 데이터'—뒤의 두 데이터세트를 모두 합하면 수십만 건에 달한다—를 종합하여 체온변화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19세기의 처음 10년 동안 태어난 여성들의 체온은 1990년대 말에 태어난 여성들보다 0.32°C(남성의 경우 0.59°C)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체온은 10년에 0.03°C씩 하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eLife》에 발표했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자세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변화하는 생리학

파스넷은 '낮은 감염률'이 체온저하의 가장 큰 요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인 감염(예: 결핵, 잇몸병)에 대한 염증성 면역반응은 체온을 상승시킬 수 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장담하건대, 19세기 사람들 중 대다수는 만성염증 상태였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의 수명은 40세 안팎이었는데, 그들의 치아건강은 엉망이었다." 2008년 파키스탄—이곳은 요즘에도 결핵이 흔한 편이다—에서 건강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소규모 연구에서, 평균 체온은 36.9°C로 보고되었다(참고 4).

"연구팀의 설명은 흥미롭고 납득할 만하다"라고《eLife》의 논문을 심사한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의 질 월렌(역학)은 논평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데이터세트 중에는 1940년대에 해당하는 것이 없는데, 그때는 항생제가 도입된 시기였다. 그 기간에 체온이 현저하게 하락했다는 사실이 '감염이 체온하락 경향을 설명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할 것이다."

그러나 매코위악은 체온이 하락해 왔다는 주장을 납득하지 않는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설명되지 않은 변수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북전쟁 데이터는 '체온을 구강에서 쟀는지 겨드랑이에서 쟀는지'(똑같은 사람이라도 측정 부위에 따라 체온이 다르게 나온다), '체온을 하루 중 언제 측정했는지'(체온은 하루 내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알려주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내가 납득하는 생물학적 설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매코위악은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 약 200년을 논하고 있는데, 진화과정에서 보면 200년은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리학은 다른 방식으로도 변화해 왔으므로, 인체가 약간 차가워졌다고 해서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파스넷은 말했다. "예컨대 우리는 1850년대 이후 크고 뚱뚱해져 왔다. 체온은 그런 변화의 또 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7554%2FeLife.49555
2. https://doi.org/10.1001%2Fjama.1992.03490120092034
3. https://doi.org/10.1136%2Fbmj.j5468
4. http://ecommons.aku.edu/cgi/viewcontent.cgi?article=1569&context=pakistan_fhs_mc_med_med

※ Nature 577, 306 (202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0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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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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