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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경험에서 동물 표정 읽는 비법 생긴다
Bio통신원(이탈)
<TV동물농장X애니멀봐>의 '난폭해진 고양이 미오... 하이디와 교감 후 변화가?(참고 1)'편을 보면 참 안쓰럽다. 고양이 '미오'는 처음 자신이 집에 올 때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주인이 자기를 내다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동물 커뮤니케이터인 하이디와 교감 후 내막을 알게 된 주인은 진심으로 고양이 '미오'를 대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미오'의 표정과 행동 역시 바뀌었다. 신기한 일이다. 주인이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자 '미오'는 자신의 곁을 내준다.
고양이는 언제나 심드렁해 보인다. 표정 변화가 없어 '포커페이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자세히 보면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 최근 <사이언스>는 '당신은 고양이 표정을 얼굴 표정을 얼마나 잘 읽습니까?'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했다. 고양이기 실제로 풍부한 표정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확인해본 것이다.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20개의 비디오 퀴즈들을 85개국 6천3백 명에게 보여주고, 고양이 얼굴 표정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아봤다.
고양이의 얼굴 표정은 과연 어떤 감정을 드러낼까? 중요한 건 동물을 대한 문화와 교류 속에서 그 비법이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사진 = <사이언스> 제공.
그 결과 응답자의 59%는 고양이 감정적 상태를 올바르고 해석했다. 특히 수의사들이나 동물 관련 일을 하는 13%의 사람들은 75% 이상이 고양이 얼굴 표정을 제대로 읽어냈다. 그만큼 고양이를 오래 보고 교감하며 관찰해온 결과이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수의사나 관련 종사자들은 고양이한테 할퀴거나 물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얼굴 표정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한다.
아울러, 여성들이 고양이의 얼굴 표정을 더욱 잘 알아차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비교적 젊은 성인들이 나이든 성인들보다 더욱 잘 고양이의 얼굴 표정을 이해했다. 실험의 평균 점수는 60% 이하였다. 애묘인인지 아닌지는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번 실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대학교 동물복지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들은 고양이 동영상을 보고 표정을 알아맞추는 실험에 따랐다. 위 두 개의 사진은 긍정적인 모습, 아래 두 개의 사진은 부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 궬프대학교 동물복지연구소.
고양이들의 무표정 속에 담긴 표정들
2010년도의 연구에 따르면, 쥐는 고통스러울 때 얼굴을 찡그리는 것으로 나타냈다. 그런데 과연 찡그리는 표정만 있을까? 연구원들은 의구심을 가졌지만 인간처럼 감정 1만6384개, 얼굴 표정 35개를 전부 알아채려고 하지 않았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유튜브에 있는 고양이 표정들을 수집해서 소리와 배경은 제거했다. 영상들은 주로 수의사들이나 고양이 연구자들의 것이었다.
고양이 영상들 중에 호감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거나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는 경우는 긍정적인 표정으로 분류됐다. 고통 등의 감정들은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또한 교미하는 장면이나 ‘쉿-하악’소리를 내는 영상들은 뺐다. 고양이가 본성적으로 드러내는 얼굴 표정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레곤주립대학교 연구실에서 고양이와 소통을 연구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고양이 표정 퀴즈에서 백점을 받았다. 온라인에 간략 버전 실험이 있어서 누구나 고양이 표정 알아채기 퀴즈에 참여할 수 있다.(참고 4)
이번 실험이 의미 있는 건 첫째, 주인이 잘 알아차리면 고양이는 더욱 풍부한 표정을 짓는다는 점이다. 수의사들이나 교감 전문가들에게 고양이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미묘하지만 더욱 잘 표현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일반인들 역시 좀 더 면밀히 고양이들을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 풍부한 표정을 짓는 개들과 달리 고양이에 대한 얼굴 표정 더 나아가 감정 변화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셋째, 고양이는 새끼 때부터 성묘가 될 때까지 일관적인 표정을 짓도록 진화해왔다. 그걸 알아차리는 건 다른 동물들의 몫이다.
일반인들도 간략 온라인 버전의 고양이 얼굴 표정 맞추기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참고 4 링크에서 캡쳐.
동물의 얼굴 표정 아는 건 문화로 배우는 것
한편, 개의 표정에 대한 연구 역시 계속 진행되고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개를 윤리적으로 대한 문화 속에서 자란 성인은 개의 얼굴 표정을 잘 이해했다. 개를 키우고 있든 키우고 있지 않든 말이다. 그러한 문화 배경 안에서 조금씩 개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개를 이해하는 과정을 겪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진 전문가는 개, 침팬지, 인간의 행복한, 슬픈, 화난, 중립적인, 두려운 표정들의 사진을 모았다. 연구진은 성인 89명과 아이들 77명을 참여자로 모집해 나이 대별로 분류했다. 개를 키우고 있는지 아닌지, 개를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문화에서 살았는지 등도 고려했다. 참여자들은 각 사진들에 대해 얼마나 감정들이 드러나는지 등급으로 표시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개의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은 상대적으로 잘 알아차렸다. 반면에 아이들은 행복과 화남 이외의 표정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요컨대, 개의 표정을 이해하는 건 타고난 게 아니라 경험에 의해서 습득된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동물들과 교감이 가능한 건 동물의 고통이나 즐거웠던 기억까지 파악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표정을 보는 건 그 순간만을 보는 것이 아니다. 얼굴 근육은 무수히 많지만 각각의 생물들은 특정 근육이 발달해 있다. 동물들은 그러한 근육들이 발달하기 위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처했거나 경험을 자주 하면서 얼굴 근육을 썼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슬픈 표정도 여러 근육이 작용하는 것이고 상대의 얼굴을 봄으로써 어떠한 슬픔인지 미묘하게 파악해볼 수 있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youtube.com/watch?v=FyUyoEnia-8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12/how-good-are-you-reading-your-cat-s-facial-expressions
3. https://www.washingtonpost.com/science/2019/11/30/cats-do-have-facial-expressions-you-probably-cant-read-them/
4. https://uoguelph.eu.qualtrics.com/jfe/form/SV_cBGMqIIYSsurKW9
5.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9/11/191111105001.htm
6. https://atrium.lib.uoguelph.ca/xmlui/bitstream/handle/10214/17526/%22%20manuscript.pdf?sequence=1&isAllow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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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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