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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많은 대학원생의 피땀눈물] 아아, 마이크 테스트: 더 크게!
오피니언 써야 (2019-12-23 10:16)

 아아, 마이크 테스트: 더 크게!

(이 글은 위 행사에 참석한 필자의 후기입니다. 사진 출처: https://www.pacst.go.kr/jsp/post/postView.jsp?post_id=1387&board_id=4)

 

  지난 11월 23일, 대전 카이스트에 갈 일이 있었다. 사실 포항에 눌러앉아 있는 사람이라 흔히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대학이지만 방문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처음 방문한 것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포항에는 없는 써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로 급하게 배를 채우고 다다른 곳은 바로, 교수회관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주최한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타운홀 미팅이 11월 23일 카이스트 교수회관에서 있었다.[1] 이공계 대학원생과 교수, 대학 관계자, 그리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자문위원 등 관련된 사람 모두가 원탁에 모여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열흘 전에는 서울에 있는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다.[2] 필자는 반 충동적으로(?) 관심이 생겨서 참여한 것이었는데, 대학원생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계속 느껴왔고, 특히 정부가 주관하는 정책적 개선의 측면에서는 더욱 창구가 없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대전에서 열린 미팅은 주말에 개최되었는데, 평일에 연구실을 빠져나오기 어려운 지방의 대학원생들이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 같았다.

  행사는 ‘타운홀 미팅’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전에 실시한 대학원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1]를 바탕으로 경제적 처우 개선, 보편적 권익 보호, 체계적 고충 관리, 연구실 안전 제고, 연구 윤리 증진 등 총 다섯 가지의 주제로 진행하였다. 각 참가자는 무작위로 다섯 개의 주제 중 한가지에 배정되어서, 필자는 연구실 안전 제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실 안전관리자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이후 정리된 다른 그룹의 의견에 추가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마지막에 각 주제별로 모인 의견을 전체에 공유하여 최종적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정리하도록 했다.

  필자가 앉은 테이블에는 대학원생이 총 세 명, 대학 교수 한 명(필자와 같은 건물 아래층에 계시는 교수님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조금 당황스러웠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한 명으로 구성되었다. 호칭은 ‘님’으로 통일되었고, 다른 참여자보다 대학원생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대학원생과 교수 각각이 현장에서 경험한 위험 사례들을 공유했고,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된 부분은 ‘책임 있는 관리자의 부재’였는데,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안전관리담당자가 학생이고 안전관리업무가 학생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학생이 연구와 노동, 그리고 스스로의 안전 사이에서 타협하여 제대로 된 안전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필자의 연재 글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다. 또한 각 연구실과 학과의 안전관리 담당자가 권력 관계 상 교수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과 처벌, 교육 등이 이루어지기 어렵기도 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논의된 것은 ‘교수로부터 독립된 권한을 가지며,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안전관리자의 의무 고용’이었다. 해외 대학의 경우, 특정 분야의 실험실에서 5년 이상 경험을 가진 Departmental Safety Officer 등을 고용하고 학과의 안전에 대해 총 지휘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3]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제도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주체가 없으므로, 안전점검 시에만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보여주기 식 조치만이 취해질 뿐이다. 이 외에도 연구실 안전 시설 구축을 위한 예산 확대, 임산부나 외국인 등 연구실 내 약자를 위한 안전 관리 체계와 교육 보완, 온라인 교육이 아닌 시뮬레이션, 현장 훈련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전공 분야별 맞춤 교육 등 실효성 있는 현장 교육 마련 등의 의견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대학원생들과 외국 경험이 있는 교수의 의견이 더해져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사례도 들을 수 있었고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관점도 볼 수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대학원생의 경제적 처우, 교수와의 권력관계, 미흡한 기본권 보장, 저자권(authorship) 문제 등 여러 주제로 대화가 오갔는데, 이 내용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4] 각 테이블에서 나온 총 15개의 의견들을 종합해 공감하는 순위를 매겨보니, ‘대학원 민감 정보 수집 및 통계자료 공개(25.0%)’, ‘대학원에 맞는 연구과제 지원체계 개선(15.5%)’, ‘대학원생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학의 역할 강화(11.9%)’가 가장 필요한 개선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첫번째 ‘대학원 민감 정보 수집 및 통계자료 공개’는 현장에서 ‘오피셜 김박사넷’이라고 명명되었는데, 각 학과 및 연구실의 졸업생 수, 낙오자 비율, 경제적 처우, 연구실 분위기 등 그동안 공개되지 못했던 여러 정보들을 정부 차원에서 창구를 만들어 공개하자는 의견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이고 향후 본인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내용이지만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므로, 대학원생의 부당한 피해를 막고 더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쉬웠던 것은 ‘타운홀 미팅’이라는 형식이 주는 한계였다. 타운홀 미팅은 주제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직급, 권력에 관계없이 여러 개의 원탁에 둘러앉아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마인드맵과 같이 모으고 최종적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토론 방식이다. 여러 의견을 폭넓게 받는 데에는 매우 좋은 방식이지만, 개선 방안 만이 아닌 현장의 실태, 그리고 원인까지 깊이 들어가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크다. 때문에 빠르게 대화를 나누고 결론을 도출해내야 했고, 하나의 소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필자의 테이블에서는 더 많은 말을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참여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하나의 주제로 의견을 ‘합산’하기 위해서는 타운홀 미팅과 같이 주제를 나누고 이끌어줄 수 있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 테이블 별 의견 발표 시간에 필자가 앞에 나가서 발표를 했는데, 마지막에 소감을 말하면서 ‘각 대학별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국가에 개선방안을 전달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행사도 필요하지만, 사실 각 연구기관 안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학원생이 스스로 상주하는 공간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연구기관별로 상황과 예산 등이 모두 다르므로, 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도 다를 수 있다. 기관이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한다.

  대학원생의 처우가 교수와 대학에 의해 좌우되었던 과거에 비해 국가가 대학원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학원생의 인권과 처우, 안전의 개선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시작으로 대학원생 인건비의 하한선이 정해졌고, 건강보험과 근로계약 등 연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직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 보인다. 그 희망이 다가오는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대학원생들 스스로도 목소리를 내려고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

p.s. 이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신 대학원생 송민령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에게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참고문헌

[1]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이공계 대학원생 1,330명의 목소리...이공계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타운 홀 미팅 추진 (2019-11-0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310368&Board=news

[2] 서울 미팅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kk8EzYwULU)

[3] University of Minnesota, Department Safety Officer (DSO) (2019-12-22)
https://dehs.umn.edu/department-safety-officer-dso

[4]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 위한 타운홀미팅 개최 결과 (2019-12-03)
https://www.pacst.go.kr/jsp/post/postView.jsp?post_id=1424&board_i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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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현 (포항공과대학교 융합생명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논문으로 이미 출판된 지식이 아닌, 지식이 만들어지는 연구의 과정을 현장의 연구자이자 대학원생인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소개합니다.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 연구자들 간의 대화 등을 소재로 한국의 연구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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