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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갑질을 일삼으며 때로 해롭기까지 한 리뷰어가, 세상에 널려있다.
종합 양병찬 (2019-12-13)

갑질을 일삼으며 때로 해롭기까지 한 리뷰어가, 세상에 널려있다.


학계에 떠도는 말 중에 「리뷰어 2에 관한 조크」가 있다. 그 내용인즉, "저널에서 '출판 가능 여부'를 평가해 달라고 보낸 원고를 띄엄띄엄 읽은 후 잘난 체하거나 노골적으로 모욕적인 코멘트를 늘어놓는 것은 기본이고, 자기 논문을 마구잡이로 인용하라고 강요하는 리뷰어가 있다"는 것이다(참고 1). 그런 '전문가답지 않은 행태'가 만연하다 보니, 25,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리뷰어 2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이름의 페이스북 그룹이 존재할 정도다(참고 2). 그러나 이건 한바탕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천박한 리뷰어의 코멘트가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소외된 그룹'에 속하는 저자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동료심사자(peer reviewer)의 임무는 '원고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내놓음으로써, 저널로 하여금 고품질 과학논문을 확실히 출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Peer J》에 새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참고 3), "46개국에서 14개 분야에 속하는 1,106명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리뷰어들의 코멘트 중에는 그런 임무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응답자—물론 익명을 약속 받았다—중 절반 이상은 "전문가답지 않은 리뷰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문제성 있는 코멘트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전문가답지 않거나 문제성 있는 코멘트는 과학자를 개인적으로 겨냥하거나, 건설적인 비판이 결여되어있거나, 불필요하게 가혹하거나 잔인한 경향이 있다"라고 저자들은 말했다. 예컨대, 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리뷰를 받았다고 한다: "웬만하면 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 논문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돼지에게 립스틱 칠하기(lipstick on a pig)' 또는 '헛소리 때문에 뇌가 고생한다(bullshit baffles brains)'입니다." 또 한명의 저자가 받은 리뷰는 다음과 같다: "저자의 성(姓)에서 스페인 사람 냄새가 납니다. 이 원고에는 '구린 영어'가 넘쳐나,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코멘트는 특정 그룹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저자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았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옥시덴탈 칼리지(캘리포니아주 LA 소재)의 에임버 스터블러(생태학)는 말했다. "그건 그 자체로서 매우 파괴적이다."

그런 리뷰가 응답자 개인에게 미친 악영향은 천차만별이었다. "전문가답지 않은 동료심사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은 사람들은 백인이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니사 실비거(생태학)는 말했다. 그러나 여성, 제3의 성(nonbinary), 유색인종의 경우, 하나같이 "자기회의감(self-doubt)을 느껴 과학적 생산성이 손상되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유색인종 중에는, 그로 인해 경력 상승이 지연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논문은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미시간 대학교 앤아버 캠퍼스의 데니스 세카쾁테와(심리학)는 말했다. "그것은 심리학 문헌에서 많이 발견되는 고정관념적 위협(stereotype threat: 만연한 부정적 고정관점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손상)과 일맥상통한다(참고 4)." 세상에는 '여성이나 유색인종은 지적으로 열등하거나 과학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므로, 그런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리뷰는—정확성과 무관하게—심리적 스트레스(참고 5)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는 자기회의감으로 귀결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경력향상을 지연시키게 된다.

방금 제기된 이슈는, 뉴햄프셔 대학교 더럼 캠퍼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드리아나 로메오-올리바레스(미생물생태학)의 글에서도 언급되었다. 그녀는 《Science》에 기고한 에세이에서(참고 6), 한 저널에 제출한 최초의 논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리뷰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내용인즉, 멕시코 출신인 그녀의 영어 구사능력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나는 리뷰어가 '과학'에 집중하지 않고 '영어'를 비판한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는 그로 인해 내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그 이후 터프가이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번 논문이 '전문가답지 않은 코멘트를 줄일 방법'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번 논문의 저자들은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예컨대, 호주 맥쿼리 대학교의 기후연구자인 린다 보몬트는, 자신이 받은 문제성 있는 코멘트를 '새로운 형태의 왕따'로 간주하며, 공론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녀가 선호하는 방법은 (지금껏 비밀에 부치는 것이 관례였던) 동료심사 코멘트를 최종논문과 함께 출판하는 것인데, 그것은 일부 저널에서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참고 7). 그러나 실비거와 스터블러의 지적에 따르면,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전문가답지 않은 리뷰 중에서 착한 저널(동료심사 코멘트를 논문과 함께 출판하는 정책을 채택한 저널)에 제출된 논문에 포함된 것은 극소수(3% 미만)"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연구자들은 간단한 방법을 제안한다. 즉, 리뷰 절차을 통틀어(또는 리뷰 절차의 마지막에) 리뷰어에게 부여된 익명성의 망토들 벗기자는 것이다. 그런 공개적 동료심사(open peer review)는 리뷰어 코멘트의 질(質)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참고 8).

그러나 로메오-올리바레스와 다른 연구자들에 따르면, 리뷰어의 신원을 밝힐 경우 신출내기 과학자들이 입는 타격이 더 크다고 한다. 왜냐하면, 후배 리뷰어의 비판을 언짢아 한 선배 과학자들이 앙심을 품고 나중에 보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에 반해, 선배 리뷰어의 비판에 대놓고 개길 수 있는 후배는 없다). 그녀가 선호하는 방법은, 모든 저널들이 상호익명제(double blind peer review)를 채용함으로써 리뷰어와 저자로 하여금 상대방의 신원을 모르게 하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그런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노골적인 편견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비거와 스터블러는, 저널의 편집자들이 '부적절한 리뷰를 거부하고, 심지어 문제성 있는 리뷰어를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편집자가 "특정한 리뷰어가 선(線)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코멘트가 전문가답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리뷰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저널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몬트는 저널들에게 "리뷰어를 위한 특별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채택하라"고 요구한다(참고9). 실비거에 따르면, 그런 행동강령에 '위반에 대한 중대한 결과'를 명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세카쾁테와는 허접한 리뷰어의 행동이 과학자와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가 특히 바라는 것은, '저질 코멘트'와 '인종·젠더·민족을 겨냥하는 코멘트'의 악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그건 실비거와 스터블러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고 스터블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academic.oup.com/bioinformatics/article/35/18/3217/5304360
2. https://www.facebook.com/groups/reviewer2/
3. https://peerj.com/articles/8247/
4.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352250X16300483#!
5. http://www.annualreviews.org/doi/abs/10.1146/annurev-psych-073115-103235
6. http://www.sciencemag.org/careers/2019/10/reviewers-don-t-be-rude-nonnative-english-speakers
7. http://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6032-w
8.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the-british-journal-of-psychiatry/article/open-peer-review-a-randomised-controlled-trial/1F81447FC67B3BAFDCCCCE82B6C7A187
9. http://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492-w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2/rude-paper-reviews-are-pervasive-and-sometimes-harmful-study-f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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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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