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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통신원   
가난의 얼굴 『노마병』 조기 치료가 정말 중요해
의학약학 이탈 (2019-12-12)

어렸을 때 동네에 '문둥병' 환자가 있었던 걸 기억한다. 동네에선 그 아저씨를 '곰보 아저씨'라고 불렀다. 피부가 우둘투둘 하고 얼굴이 울퉁불퉁 해 곰보 아저씨라고 불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분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센병에 걸리신 것이었다. 곰보는 천연두라서 한센병과 다른데 왜 섞어서 불렀을까. 피부에 남긴 상처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얼굴에 난 상처는 평생 자존감을 상하게 한다.    

최근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알린 '노마병'을 보고 한센병이 떠올랐다. 가난의 얼굴이라니. 신이 있다면 정말 가혹한 것 같다. 특히 노마병은 어릴 적 영양 결핍으로 인해 얼굴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얼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은 따돌림과 소외를 수반한다. '노마(noma)'는 집어삼키다, 파괴시키다의 그리스어 'momein'에서 파생됐다.

노마병은 괴저성구내암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노마병은 가난 속에 살아가는 5세 미만 아동이 많이 걸리는 비감염성 소외질병이다. 잇몸에 난 염증은 뼈와 조직을 손상시키고, 점점 입과 코, 눈을 무너뜨린다. 노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노마병에 걸렸지만 다행히 수술을 받아 얼굴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었다

노마병에 걸렸지만 다행히 수술을 받아 얼굴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국경없는의사회>.

 

가난의 얼굴 ‘노마병’ 가혹한 신의 형벌인가

나이지리아는 2018년부터 국가 노마병의 날(11월 20일)을 지정해 예방을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이지라아 정부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노마병은 매해 3만-4만 건이 발생하고 있다. 입 주변에 작은 포진들이 발생하며 시작되는 노마병은 점점 얼굴을 뒤덮으며 번진다. 그러다가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참고로 대상포진 역시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 

노마병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치사율이 80%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노마병 치료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나이지리아엔 북서부 소코토 노마 병원이 유일한 치료 시설이다. 나이지리아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 노마병 치료 3개년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WHO는 적극적으로 도움에 나섰다. 

노마병은 혐기성 유기체와 연관된 다균성 감염질병이다. 분자 실험연구에 의하면 노마병과 연관된 미생물은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었다. 67개 세균 종들이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 25개는 아직 시험관 내에서 배양된 적이 없다. 노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푸소박테리움 네크로포럼(Fusobacterium necrophorum)과 프레보텔라 인터메디아(Prevotella intermedia)이다. 이 세균들은 다른 박테리아들과 반응해 주로 구강 내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원인이 밝혀진 건 아니다. 다만, 홍역이나 성홍열, 폐결핵, 암에 걸린 2세-5세 미만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노마병 때문에 얼굴이 무너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무너져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노마병 때문에 얼굴이 무너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무너져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외과 수술과 더불어 상담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진 제공 = <국경없는의사회>.

 

전염되지 않지만 원인은 잘 몰라

노마병은 급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노마병에 걸리면 2주 안에 주로 탈수증이나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노마병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주로 나타난다. 1994년, WHO는 노마병을 공식 공중보건 문제로 지정했다. WHO는 단계별로 노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지침을 내놓았다. 다행히 노마병은 전염되지 않는다. 한편, 노마병이 알려진 건 1000년이나 된다. 

 

어쨌든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WHO는 단계별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WHO>.

 

노마병 'cancrum oris(수암 : 水癌)'이라고도 불린다. 이 이름은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도입되었고, 영국의 이전 식민지 국가인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사용 중이다. 1848년 문서에도 자세히 노마병이 기록돼 있으며, 구강안면의 괴저성 구내염으로 알려져 왔다. 

가난은 어디에서 비롯됐으며, 얼굴은 어쩌다 무너지게 되었을까. 가난은 한 개인이나 한 사회한테만 전적인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노마병인지 모르고 방치했다가 평생 얼굴 때문에 숨어 살거나 주눅 들지 모른다. 아니면 노마병을 알고도 치료하지 못하면 가난의 얼굴이 드러나게 된다. 과학이 치유해야 하는 건 물리적 표면 너머에 있는 건 아닐까.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msf.or.kr/node/4181
2.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1121_0000479331&cID=10101&pID=10100
3.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651286&cid=40942&categoryId=32783
4. https://www.thisdaylive.com/index.php/2019/11/19/fg-moves-to-curb-spread-of-noma-disease/
5. https://www.youtube.com/watch?v=ur99OuVSihA
6. https://www.afro.who.int/sites/default/files/2017-07/Information_brochure_EN.pdf
7. https://www.uptodate.com/contents/noma-cancrum-o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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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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