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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부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의구심, 여전히 남아
의학약학 양병찬 (2019-12-09 09:34)

부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의구심, 여전히 남아


12월 5일 아침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알츠하이머 연구자와 의사들이 운집한 컨퍼런스룸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바이오젠(Biogen)의 임상개발책임자 사만다 버드 해벌라인은 뭔가 설명할 게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굴지의 제약사 바이오젠은 지난 10월, 7개월 전 실패를 선언했던 실험적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부활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이후 과학자와 의약계 애널리스트들은 두 건의 대규모 임상시험의 세부사항이 발표되기를 애타게 기다려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임상시험은 문제의 의약품—아두카누맙(aducanumab)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수행되었기 때문이다.

12월 5일 행한 컨퍼런스 프레젠테이션에서, 버드 해벌라인은 내년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아두카누맙의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를 명쾌히 설명하려고 애썼다. "실망스러운 예비분석 때 사용했던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 용량 중 고용량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78주 후 인지기능 저하율이 위약을 투여 받은 환자들보다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두 건 중 한 임상시험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일부 연구자들은 아두카누맙에 관한 의구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 정도의 데이터를 갖고서 FDA의 승인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지휘한 바 있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로버트 하워드(정신과학)는 논평했다. "당초에 선정되지 않은 환자군에서 나온 긍정적 데이터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바이오젠은 '데이터의 분석 및 보고'에 관한 룰을 모두 어겼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젠이 발표한 임상적 혜택에 대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열린 패널토의에서, 캐나다 토론토 기억 프로그램(Toronto Memory Program)의 행동신경학자로서 바이오젠의 임상시험을 주도한 샤론 코언(행동신경학)은 '일상활동의 범위'를 측정한 점수를 가리키며,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이 약간의 독립성을 유지했음을 시사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성질을 잘 아는 우리들에게, 자신을 조금씩 상실해 가는 환자들이 뭔가를 유지하거나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여겨진다"라고 그는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두카누맙의 성과에 실망하는 이유는, 그게 베타아밀로이드를 겨냥하는 약물의 '최후의 보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신경 주변에 끈끈한 플라크를 형성하는 단백질로, '아밀로이드 축적이 신경퇴행장애를 추동한다'는 유전학적 증거는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시험들이 번번이 실패함에 따라, '플라크 축적은 일단 증상이 나타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중단시키는 표적이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바이오젠과 그 파트너인 에자이(エーザイ)는 여전히 아두카누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중에서도 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여겨지는 형태에 결합하여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한 임상시험에서, 아두카누맙은 '강력한 플라크 파괴자'임이 확인되었다. 이에 고무된 바이오젠은 2015년, (동일하게 설계된) 두 건의 대규모 임상시험—ENGAGE(참고 1), EMERGE(참고 2)에 착수했다. 두 임상시험 모두 1,600명 이상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뇌 속의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됨)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용량의 아두카누맙과 위약의 효능을 비교하도록 설계되었다.

지난 3월,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무용성평가(futility analysis)에서 '아두카누맙은 치매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은 후, 두 건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참고 3; 한글번역). 그러나 10월에는, 아두카누맙의 효능을 인정하며 FDA의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참고 4; 한글번역).  바이오젠의 보고에 따르면, "아두카누맙은 두 건의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 축적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EMERGE에서는 고용량 투여그룹의 78주 후 인지기능 저하율[CDR-SB(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이라는 표준척도에 기반함]이 위약 투여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NGAGE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왜냐하면 고용량 투여그룹의 인지기능이 위약투여 그룹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월의 데이터가 찔끔 공유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은 바이오젠의 갑작스런 번복에 의문을 품었다. "임상시험을 함부로 중단하는 제약사는 없다 ... 그러므로 그들이 보유한 데이터에는 그럴 만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하워드는 말했다. 이에 대한 바이오젠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무용성평가가 끝난 후, 나중에 등록된 환자들이 핵심적인 후속 데이터를 제공하는 바람에 아두카누맙의 전망이 바뀌었다." 그러나 하워드에 따르면, 추가된 소수의 환자들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12월 5일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버드 해벌라인은 두 임상시험의 상반된 결과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녀에 따르면, 핵심적인 요인은 APOE4라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참가자들의 치료방법이었다고 한다. "APOE4는 아두카누맙의 부작용인 뇌부종(brain swelling)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고용량의 아두카누맙을 투여 받은 환자 중 약 1/3은 뇌부종을 경험했다. 뇌부종은 간혹 두통·어지럼증·구역질 등의 증상을 초래하지만, 전형적으로 4개월 내에 해소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연구진은 처음에, 만일을 대비하여 '고위험 APOE4 환자군'에게 저용량의 아두카누맙을 투여했다. 그러나 2017년, 그들은 용량을 늘려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토콜 변경 후 지속적으로 고용량을 투여 받은 환자들(두 임상시험 모두 약 300명씩)을 분석해 보니, ENGAGE와 EMERGE 모두 위약투여군보다 CDR-SB 점수가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ENGAGE는 1개월 먼저 시작되었으므로, 그 결론을 내린 시점에서 EMERGE보다 더 많은 환자를 등록하고 있었다. 그러니, 고용량을 투여 받은 환자의 비울이 낮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

"고용량의 아두카누맙을 장기간 투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두 임상시험의 결과가 갈렸다는 설명은 납득할 만하다"라고 알츠하이머협회(워싱턴 D.C.)에서 발간하는 《Alzheimer’s & Dementia》의 편집장 자벤 캐처터리안은 말했다. "그러나 그 설명이 완벽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며, '장기적인 고용량 투여'에 대한 후속연구가 이번 연구결과를 재현해야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캐처터리안은 '후속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두카누맙의 출시를 늦추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의 입장을 정리하면, "EMERGE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아두카누맙을 조건부로 승인(conditionally approving)하고, 바이오젠에게 '최종 승인이 날 때까지 결과를 재현하라'고 요구하자"는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흠이 많은 약물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타나 그 화합물(또는 전략)을 개선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기회를 주기로 하자.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알츠하이머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 이것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워드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입장을 정리하면, "항아밀로이드 임상시험의 잇따를 실패를 감안할 때, EMERGE의 긍정적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주 《Nature Reviews Neurology》에 실린 논문에서 '임상시험 예비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한 후(참고 5), 하워드는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두 가족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임상시험이 중단되며 아두카누맙을 끊고 나서 갈등과 불안에 휩싸였는데, 이제 와서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하니 ...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에요?" (바이오젠 측에서는, 그 환자에게 '재시작의 옵션이 있다'는 언질을 줬다.) 하워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임상시험에 다시 참가해도, 치료약을 받을지 위약을 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설사 치료약을 받더라도 효능이 너무 작아, 개별 환자가 누릴 혜택은 명백하지 않습니다. 후회나 걱정을 잔뜩 안겨줄 선택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참고문헌
1.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477800
2.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484547
3.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3/another-major-drug-candidate-targeting-brain-plaques-alzheimer-s-disease-has-failed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3468&SOURCE=6)
4.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0/alzheimer-s-drug-resurrected-company-claims-clinical-benefits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0044&SOURCE=6)
5. http://www.nature.com/articles/s41582-019-0295-9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2/skepticism-persists-about-revived-alzheimer-s-drug-after-conference-presen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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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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