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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많은 대학원생의 피땀눈물] 아아, 마이크 테스트
Bio통신원(변서현)
< 수많은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곳은 과연 어디에,
출처: https://www.insidehighered.com/advice/2018/01/25/how-write-effective-diversity-statement-job-candidate-opinion >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한번 되돌아보자. 별 거 아닌 것, 지루한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시간표에는 항상 ‘학급 활동’ 시간이 있었다. 반장이 앞에 나와 학급회의를 주재하고, 여러 가지 결정을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해내는 시간이었다. 건의사항이 있으면 손을 들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변화를 원할 때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생애주기의 위치가 바뀌어 가면서 각자가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는 달라진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기도 하지만, 어쩌다 보니 목소리를 쉽게 내기 어려운 위치에 서게 되기도 한다.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청와대 청원들을 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대학원생이라는 위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학원생이 소속되어 있는 학과와 대학 내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제대로 보장되어 있을까? 대학원생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을까? 필자는 최근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하나 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는데, 대학과 학과 모두에서 라이선스를 구비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각자 구입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등 좋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상황이 여러 이유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대학 본부와 학과 행정팀에 공용 라이선스 구입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사용자수 미달’과 ‘이전 사례 없음’이 각각의 이유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지도 교수님께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라이선스 구입의 당위성과 필요한 비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 드리고 난 뒤, 학과의 정기 교수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필자가 직접 교수회의에서 이 제안에 대해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학과에서 공용 라이선스를 구입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은 교수회의 후 “대학원생이 직접 제안한 것이 아주 강력했다.”라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필자가 발언을 하던 그 순간에도 꽤 많은 교수님들이 제안에 동의하고 힘을 실어 주셔서 아주 신기한 경험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직접 교수회의에서 수많은 교수님들 앞에 서서 학과 운영에 대한 제안을 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고 한다. 어째서 대학원생이 단 한번도 학과에서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학부 시절에는 주임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학과 수업 커리큘럼을 바꾸는 의견을 내기도 했고, 연구 참여 방식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냈다. 학과 학생 대표를 통해서도 꽤 많은 주장들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는 그러지 못했다. 지도교수님을 제외한 다른 교수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가 없어졌고, 학생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모을 시간도 줄어들었다. 학생 대표가 있어도 그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고, 대학원생이 학과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로는 지도 교수님 또는 학과 운영의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 직원을 통하는 것이 전부였다. 필자의 경우 지도교수님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지도교수님을 거쳐 발언할 수 있었지만, 많은 대학원생들과 지도교수의 관계는 권력관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첫 단계부터 벽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 행정 직원과 학과 교수 간에도 마찬가지로 권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대학원생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는 셈이다.
필자가 교수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생각은 ‘교수님들의 시선을 어떻게 감당하지.’ ‘수많은 반대의견을 어떻게 반박하지.’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와서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더 자주 의견을 낼 수 있겠다.’ ‘이렇게 쉬운 걸 왜 그동안 못했지.’ ‘생각보다 대학원생의 의견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교수님이 많다.’ 등 훨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즉, 발언할 수 있는 창구만 만들어지면 대학원생은 발언하고자 할 때 두려움 없이 발언할 수 있으며, 그 목소리에 더 큰 목소리를 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존재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창구의 존재’가 된다. 목소리를 냈을 때 들을 사람이 있음을 알려야 하며, 목소리들이 기록되고 반영될 수 있음을 공지하고 접수를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창구는 대학과 학과, 정부 기관이 만들어야 한다. 약한 목소리를 확대해 줄 수 있는 마이크와 목소리를 듣기 위한 스피커를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대학원생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지도교수님과 학생 간의 의사소통 및 연구 지도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학과 및 대학과 대학원생 사이의 소통 및 대학원생의 학과 운영 참여에 대해서는 논의의 흔적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이공계 대학원 특유의 도제식 문화는 학사 및 학과 운영에 대학원생 의견개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1] 외국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장치를 몇 가지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일리노이 주립대에서는 학과가 대학원생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조언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 [2] 그 내용은 한국의 대학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내용이며, 일부는 이미 정착 중인 것도 있다. 잘 활용하여 대학원생과 학과, 그리고 교수님들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면 더 자유롭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몇 달 전, 지도 교수님이 개인 미팅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는 연구자 대 연구자로 대화하고 있는 거야.”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과학을 이야기할 때, 그 과학 지식이 만들어지는 공간과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과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구하는 공동체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과학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학연장려금(Stipend) 방안에 대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의견서> (2018-08-30)
[2] UIUC Graduate College, IMPROVING YOUR COMMUNICATION WITH GRADUATE STUDENTS. (2019-12-07)
https://grad.illinois.edu/bmp/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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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이미 출판된 지식이 아닌, 지식이 만들어지는 연구의 과정을 현장의 연구자이자 대학원생인 필자가 경험을 토대로 소개합니다.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 연구자들 간의 대화 등을 소재로 한국의 연구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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