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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써봅시다] (2) 설명을 읽읍시다
Bio통신원(Esprit)
지난 시간에 우리는 ‘쓸 것을 모읍시다’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필요한 ‘쓸 것’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시간에 실험을 하는 것만큼이나 논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실험을 하는 것과 논문을 쓰는 것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그림 1). 실험을 할 때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적절한 프로토콜(protocol)에 따라 수행합니다.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저널에 투고할지 명확히 해야 하며, 그 저널에서 제공하는 프로토콜, 즉 Author guidelines에 따라 논문을 써야합니다주1). 실험을 할 때 목표가 명확하지 않거나,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으면 곤란하듯이, 논문을 쓸 때도 목표 저널이 적합하지 않거나, Author guidelines을 따르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설명을 읽읍시다’라는 주제로, 논문을 쓸 때 목표 저널을 어떻게 고르고, 그 저널에 투고하기 위해 꼭 읽어보아야 할 설명서인 Author guideline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림 1. 실험을 할 때 목표와 프로토콜이 있듯, 논문을 쓸 때는 목표 저널과 Author guidelines가 있습니다(이미지 출처: Metrize Icons1)).
목표 저널은 어떻게 고를까요? 목표 저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이 소속된 연구실에서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실에서 면역학을 연구한다면 면역학 관련 저널들을, 세포생물학을 연구한다면 세포생물학 관련 저널들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분야별 저널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로 Clarivate Analytics에서 제공하는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가 있습니다.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는 저널과 관련하여 꼭 언급되는 Impact Factor를 산출하는 웹사이트로서, 저널 별로 검색할 때 분야를 선택하면 해당 분야에 속하는 저널들을 Impact Factor 순으로 나열해줍니다(그림 2). 이러한 방법으로 목표 저널 후보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림 2. 분야별 저널 찾는 방법의 예시. (A)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에 접속하여 ‘Browse by Journal’(빨간색 사각형 내)을 선택합니다. (B) 그 다음 ‘Select Categories’에서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면(빨간색 사각형 내; 여기서는 Immunology를 예시로 했습니다) 해당 분야에 속하는 저널들이 Impact Factor 순으로 나열됩니다(이미지 출처: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2)).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에서 분야별로 저널을 찾는 방법 외에도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소속된 연구실에서 주로 어떤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는지, 투고했던 저널들과 관련된 다른 저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하여 목표 저널 후보를 고를 수 있습니다. 실험을 할 때처럼, 논문을 쓸 때도 이전에 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참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목표 저널 후보들을 선정했으면, 본인의 연구 주제에 맞는 최종 목표 저널 후보를 3-4개 정도로 취합해볼 차례입니다. 본인이 소속된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분야 내에서도 연구 주제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쓸 것을 모읍시다’ 시간에서 본인이 어떤 연구 주제로 논문을 쓰고자 하는지 명확히 했다면 최종 목표 저널 후보는 생각보다 쉽게 고를 수 있습니다. 저널의 소개에서 꼭 나오는 목표와 범위(aims and scope) 부분을 보고, 본인의 연구 주제가 이에 부합하면 해당 저널이 최종 목표 저널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그림 3).
그림 3. 저널의 목표와 범위(aims and scope). 예시에서는 ‘Proteomics’ 저널의 목표와 범위를 보입니다. Proteomics 저널은 proteomics와 다른 omics 분야에서의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적용/기술의 모든 측면을 다룹니다(이미지 출처: Wiley Online Library, Proteomics 저널 홈페이지3)).
최종 목표 저널 후보를 선정한 다음에는 교수님을 포함한 다른 연구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 목표 저널을 선택하게 됩니다. 논의에서 고려될 사항으로는 Impact Factor가 적당한지주2), 해당 저널에 투고해 본 경험을 토대로 게재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는지,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지는 않는지 등이 있습니다.
최종 목표 저널을 선정했으면 이제 Author guidelines을 읽어볼 차례입니다. Author guidelines에서 가장 먼저 읽어봐야 할 것은 해당 저널에서 어떤 종류의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지 입니다. 통상 research article과 review가 있으며, 저널에 따라 letter, communication, dataset brief 등 다른 종류의 논문을 투고할 수도 있습니다. 논문의 종류에 따라 글자수 제한이 있을 수도 있고주3), 시각적 요소(display elements; 그림이나 표)의 개수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논문의 종류마다 출판 비용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이러한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출판 비용의 경우, 특정 학회에 가입할 경우 할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저널에서 논문 종류에 따라 작성 양식을 워드 파일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첫 페이지(title page)에 어떤 것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읽어봐야 합니다. 첫 페이지에는 제목, 저자 정보, 키워드 등의 정보가 들어갑니다. 논문 제목은 논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제목을 잘 지을 경우 인용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짧지만 메시지가 충분히 들어가게 제목을 작성해야 합니다. 제목은 긴 제목(full title)과 짧은 제목(short title 또는 running title)이 있는데, 길이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약자(abbreviations)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좋고, 의문문 형식으로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자 정보로는 저자들의 영어 이름, 순서, 소속, 그리고 제1저자 및 교신 저자가 누구인지가 있습니다. 영어 이름은 모든 저자들에게 꼭 확인을 받고주4), 순서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합니다. 소속은 저자들이 소속한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표기를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제1저자 및 교신 저자가 누구인지는 저자들의 업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므로, 특히 주의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통상 교신 저자의 경우 연락처(연구실 전화번호, 팩스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기입하도록 요구합니다. 키워드의 경우, 다른 연구자들이 특정 연구 주제에 대해 검색할 때 검색어 역할을 합니다. 키워드는 저널에서 개수를 제한하는데, 최대한 많이, 복수형(plural form)으로 해야 다른 연구자들이 논문에 보다 잘 접근할 수 있고, 인용 횟수도 늘릴 수 있습니다주5). 또한 저널에 따라서는 키워드를 자신들이 제시하는 목록에서 전체 또는 일부를 선택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초록과 본문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우선 첫 페이지 뒤에는 초록이 나오는데, 초록은 글자수 제한이 있고, 약자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좋고, 참고문헌을 다는 것이 거의 허용되지 않습니다. 초록은 저널에 따라 구획을 나누는 경우도 있고 나누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록에 이어서 도입(Introduction), 재료/방법(Materials and Methods), 결과(Results), 논의(Discussion), 그림(Figures), 표(Tables)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도입에서는 연구의 도입, 재료/방법에서는 연구에 사용된 재료/방법, 결과에서는 연구의 결과, 논의에서는 연구 결과에 대한 논의를 작성하며, 많은 Author guidelines에서도 그 정도로 설명을 그칩니다. 그림과 표를 작성하는 방법과 본문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의 연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해 관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논문의 이해 관계와 관련된 부분으로 사사(Acknowledgements),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 저자의 역할(Author contributions)이 있습니다. 사사 부분에는 해당 연구를 진행할 때 연구비를 받은 과제에서 지정한 사사 표기를 꼼꼼히 확인해서 적어야 과제의 성과로 활용할 수 있는 증거가 됩니다. 사사는 저자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감사를 표할 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해 충돌은 논문의 내용과 저자들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를 선언함으로서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감안해서 논문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해 충돌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고, 저널마다 어떤 경우에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지를 명시하지만, 저자 중 회사 소속 연구원이 있거나, 연구 과정 중에 회사의 지원을 받았거나, 저자들의 특허 중 논문의 내용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소속 연구원이나 회사의 지원을 받았으면 회사의 이익에 맞게, 특허와 관련된 내용이면 특허를 보강할 수 있게 논문을 쓸 가능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해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해 충돌이 없을 경우 이해 충돌이 없다고 명시하면 됩니다. 저자의 역할은 각 저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시하는 것입니다. 국제 의학 저널 편집자 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권고 사항에 따르면 다음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저자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4).
1) 연구의 구상/디자인 또는 연구 결과의 수집, 분석, 해석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Substantial contributions to the conception or design of the work; or the acquisition, analysis, or interpretation of data for the work; AND)
2) 지적 저작물의 초안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수정을 가하고(Drafting the work or revising it critically for important intellectual content; AND)
3) 출판될 버전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하고(Final approval of the version to be published; AND)
4) 저작물의 모든 부분의 정확성 또는 완전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조사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저작물의 모든 측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동의를 하는 것(Agreement to be accountable for all aspects of the work in ensuring that questions related to the accuracy or integrity of any part of the work are appropriately investigated and resolved).
이는 권고 사항이므로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널에서 저자의 역할을 명시하도록 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저널에서 명시하도록 하는 저자의 역할이 주로 1), 2)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누가 연구의 구상/디자인을 했으며, 연구 결과의 수집은 누가 했고, 분석과 해석은 누가 했으며, 논문은 누가 썼는지 등입니다. 나머지 부분인 3), 4)은 주로 교신 저자의 역할이긴 하지만, 모든 저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건 알아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참고 문헌이 있습니다. 참고 문헌은 저널마다 형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 문헌의 종류로는 출판된 논문, 서적, 게재 준비 중인 논문 등이 있으며, Author guidelines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나열하는지 명시합니다. 참고 문헌을 작성할 때는 EndNote 등의 서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쓰는 게 좋은데, EndNote의 경우 저널에서 EndNote style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유용합니다. 다만 서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지막에는 Author guidelines에 나오는 스타일이 맞는지 최종 확인해봐야 합니다.
한편, Author guidelines에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격언을 따르면 됩니다. 바로 해당 저널에 투고했던 다른 사람들이 최근 어떻게 했는지를 Current issues를 분석해서 따라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저널에 research article을 작성하고 싶다면, Current issues 중 research articles에 해당하는 논문들을 모두 다운로드한 다음, 그 논문들의 형식을 따라하면 됩니다. Current issues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로는 논문 제목과 단락 제목의 대문자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시각적 요소는 평균 몇 개나 되는지, p-value는 어떤 형식으로 쓰는지주6), 제1저자나 교신 저자가 공동으로 있을 경우 어떻게 논문에 표시하는지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설명을 읽읍시다’라는 주제로, 논문을 쓸 때 꼭 읽어보아야 할 설명서인 Author guidelines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목표 저널을 고르고, Author guidelines을 읽어보고, Current issues를 파악해야 논문을 쓸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주1) 저널마다 Author guidelines의 명칭은 ‘Instructions for authors’, ‘Submission guidelines’ 등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2) Impact Factor가 너무 낮아도 연구에 들인 노력에 비해 업적을 인정받기 곤란하지만, 너무 높을 경우 게재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3) 글자수 제한이 있을 때, 통상 첫 페이지, 초록, 참고 문헌, 그림 설명 등은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봐야 하고, 공백도 포함해서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주4) 같은 ‘홍길동’이어도 사람에 따라 ‘Gildong Hong’, ‘Gil Dong Hong’, ‘Gil-Dong Hong’ 등 다양한 표기가 가능합니다.
주5) 다른 연구자들이 키워드를 검색할 때 단수형(singular) 또는 복수형으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둡시다. 우리가 키워드를 복수형으로 작성하면 다른 연구자들이 단수형으로 검색하든 복수형으로 검색하든 모두 검색됩니다. 반면 우리가 키워드를 단수형으로 작성하면 다른 연구자들이 단수형으로 검색할 경우에는 검색되지만, 복수형으로 검색할 경우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stem cell보다는 stem cells로 키워드를 적는 게 좋습니다.
주6) P < 0.05, p < 0.05, P-value < 0.05, p-value < 0.05, P < 0.05, p < 0.05, P-value < 0.05, p-value < 0.05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Metrize Icons. https://alessioatzeni.com/metrize-icons
2) InCites Journal Citation Reports. https://jcr.clarivate.com
3) Wiley Online Library, Proteomics. https://onlinelibrary.wiley.com/journal/16159861
4)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 Defining the role of authors and contributors. https://www.icmje.org/recommendations/browse/roles-and-responsibilities/defining-the-role-of-authors-and-contributo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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