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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단클론항체의 역사: 하이브리도마에서부터 블록버스터 약물까지
의학약학 양병찬 (2019-11-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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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kipedia

1975년 《Nature》에 실린 한 논문은 "세포주(cell line)를 조작하여 '알려진 특이성(specificity)'을 보유한 항체를 생성하게 하는 과정"을 기술했다. 그 발견은 '커다란 생물학적 통찰'과 '성공적인 자가면역질환 및 암 치료'로 이어졌다.

※ 기고자: 클라우스 라예브스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

▶ 면역학자인 게오르게스 쾰러와 세사르 밀스테인은 1975년 8월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기결정된 특이성(predetermined specificity)을 가진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드는 방법』을 기술했다. 그 내용인즉 "면역화된 생쥐(항체분비에 특화된 불멸의 암세포를 가진 생쥐)에게서 채취한 항체생성세포들을 융합함으로서 탄생한 세포주를 지속적으로 배양"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열리는 허접한 학회에 참가하러 가던 도중 세사르에게서 미리 귀띔을 받은 필자는, 면역학 분야가 전환점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항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890년이었다. 생리학자 에밀 폰 베링과 미생물학자 키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는 디프테리아나 파상풍 독소에 노출된 동물의 혈액에서 방어적 항독소(protective antitoxin)를 발견했는데(참고 2 ), 그게 바로 항체였다. 그 이후, 항체는 '후천성면역(adaptive immunity: 침입한 병원체에 저항하는 특이적 면역반응)에서 수행하는 핵심역할'과 '광범위한 특이성' 때문에 주요 연구주제로 급부상하여, 오늘날 화학구조의 세계를 총망라하고 있다.

항체는 애당초부터 단연 돋보이는 '굵직한 유전적 수수께끼'였다. 인간의 '제한된 유전체'가 '외견상 무제한적인 특이성'의 레퍼토리를 코딩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리고 의학적(그리고 산업적) 실무에서, 항체는 발견된 이후부터 줄곧 혈청요법(serum therapy: 면역화된 동물에서 채취한 혈청을 이용하여 감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의 기초, 감염병을 모니터링하는 진단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밖에도 항체가 사용된 맥락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례를 제외하면, 주어진 분자(항체반응의 관점에서, 이를 항원이라고 부른다)에 특이적인 항체는 '단일체'가 아니라 (면역화된 동물이나 감염된 인간이 보유한) 수천 가지 항체생성세포가 만드는 항체들의 '혼합물'이었다. 각각의 세포들은 나름의 항체를 만들므로, '항체의 특이성'이란 통상적으로 '개별항체'가 아니라 '항체그룹'의 속성으로 일컬어졌다. 따라서 "기(旣)결정된 특이성을 가진, 분자적으로 규정된 동질적 항체(molecularly defined, homogeneous antibody)는 없다"는 점은, 과학자들이 극복해야 할 면역학계의 주요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쾰러와 밀스타인의 논문 덕분에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쾰러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의 밀스타인 연구실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합류하여, 항체의 다양화(diversification)에 관여하는 체세포변이(somatic mutation)의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밀스타인의 계획은, 생쥐의 골수종(myeloma) 세포를 이용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골수종 세포란 '항체를 분비하는 면역세포'에서 유래하는 종양세포인데,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마이클 포터(면역학)는 수년 전 "특정 생쥐계열에게 광유(mineral oil)를 주입함으로써 골수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참고 3). 밀스테인 팀은 다양한 골수종에서 유래하는 세포주들을 번식시켜 서로 융합하고 있었다. 그러나 골수종이 생성한 항체들은 특이성의 관점에서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었다.

'면역화된 생쥐에서 채취한 항체생성 세포'를 골수종 세포에 융합하여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세포(continuously dividing cell)를 만듦으로써, 면역화항원(immunizing antigen)에 특이적인 항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을까? 그런 융합세포를 탐지하기 위해, 쾰러는 스위스 바젤 면역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알게 된 접근방법을 이용했는데, 그 방법은 연구소장으로 있던 닐스 예르네가 개발한 것이었다(참고 4). 예르네가 고안한 방법은 간단했는데, 그 내용인즉 "양(羊)의 적혈구(SRBCs: sheep red blood cells)에 반응하는 특이적인 항체를, SRBC를 포함하는 한천판(apar plate)에 형성된 땜통(이를 플라크라고 한다)을 이용하여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쾰러-밀스테인 실험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아래 그림 참조). 마침내 두 사람이 SRBC에 '면역화된 생쥐의 비장세포'를 '골수종 세포'와 융합했을 때, 항(抗)-SRBC 항체를 분비하는 '플라크 형성 잡종세포(plaque-forming hybrid cell)' 군단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융합된 세포들은 비장세포에서 유래하는 단일유형의 '항(抗)-SRBC 항체'의 형질을 획득함과 동시에, 융합 파트너인 골수종의 '불멸성'과 '고속 항체분비 능력'를 보존하고 있었다. 골수종과 비장 세포는 선택된 실험조건하에서 증식할 수 없었으며, 골수종 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항원에 의해 활성화된 비장 세포'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두 가지는 실험의 괄목할 만한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단클론항체의 생성과정

쾰러와 밀스테인은 1975년 8월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단클론항체('알려진 특이성'을 지닌 항체)를 만드는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세포'의 클론을 만드는 방법을 기술했다. 그런 단클론항체를 만드는 능력은 항체연구에 혁명을 일으켰고, 의학발전의 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생쥐에게 양(羊)의 적혈구를 주입한 다음,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포함한) 비장세포를 분리했다. 항체가 상이한 색깔로 표시된 것은, 각각의 항체들이 상이한 분자(이를 항원이라고 한다)에 특이적이며, 상이한 세포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항체를 만드는 (수명이 제한된) 비장 세포를 골수종 세포—'미지의 특이성'을 지닌 항체를 분비하는, 불멸의 암성 면역세포—와 융합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항원을 인식하여 활성화된 비장 세포는 골수종 세포와 우선적으로 융합하여, 하이브리도마(hybridoma)라는 잡종세포로 재탄생했다.

비융합세포와 달리, 하이브리도마 세포는 선택적 한천판(selective agar plate) 위에서 성장·증식하여 쌍둥이 세포의 집락을 형성했다. 양의 적혈구에 특이적인 항체를 분비하는 하이브리도마는, 그 세포를 한천판 위에 첨가했을 때 생성되는 땜통(이를 플라크라고 한다)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오리지널 하이브리도마 세포들은 두 가지 유형의 항체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양의 적혈구를 인식했고, 다른 하나는 미지의 특이성을 보유했다.

융합된 세포는 나중에 하이브리도마(hybridoma)로 명명되었으며, 클로닝을 통해 무제한 번식할 수 있었다. 1세대 하이브리도마들은 두 가지 유형의 항체를 분비했는데, 하나는 바라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융합 파트너인 골수종에서 비롯된 '미지의 특이성'을 가진 항체였다. 그러나 이 문제점(두 가지 항체)은 머지않아 '항체발현 능력을 상실한 골수종 주(株)'가 분리됨으로써 해결되었다(참고 5, 참고 6).

이제 '원하는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라면 뭐든 만들어, 연구할 수도 있고 동질적인 분자실체(molecular entity)로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쾰러, 밀스테인은 포터와 함께 래스커상을 받았고, 같은 해에 쾰러, 밀스테인, 예르네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 쾰러와 밀스테인이 발표한 논문은 생의학, 특히 면역학 연구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논문이 발표될 즈음 달성된 과학적 발견에 의해 가속이 붙었다. 그리하여 "항체의 가변영역(variable region)과 불변영역(constant region)은 각각 별도의 유전자분절(gene segment)에 의해 코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항체의 다양성은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탄생한다. 첫째, 체세포재조합(somatic recombination)이 유전자분절과 결합한다. 둘째, 뒤이어 (항체의 가변영역을 코딩하는) 재결합된 유전자 분절에서 항체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체세포초변이(somatic hypermutation)가 작동한다. 이러한 두 가지 메커니즘(체세포재조합, 체세포초변이)은 광범위한 항체 특이성의 레퍼토리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독특한 클래스(class)의 항체를 만들어냄으로써 상이한 불변영역을 통해 다양한 역할(이펙터기능)을 매개한다.

이러한 통찰에는 새로운 분자 및 유전학 도구의 폭발적 발달이 수반되어, 다양한 방식의 '항체 유전자의 분리 및 조작'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도구들은 하이브리도마 기술과 힘을 합쳐, 신속히 성장하고 확장되는 연구분야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항체의 다양화와 이펙터 기능(effector function)에 관한 기초연구'가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단클론항체의 생산 및 조작'과 사이좋게 손을 잡고 나아갔다.

초창기 시절, 단클론항체의 생산은 하이브리도마 기술에 전적으로 기반했으며, 주로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 첫째, '항체 레퍼토리의 체세포적 진화'와 '항체 특이성의 분자적 기초'를 연구한다. 둘째, 인체나 병원체가 발련하는 특징적 단백질 등의 분자에 결합하는 시약을 만든다. 두 가지 활동 모두, 완벽하게 새로운 통찰과 기술의 진보로 귀결되었다. 그리하여 항체의 친화력 성숙(항체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항체의 친화력이 증가하는 것을 말함)은 분자 수준에서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광에 의해 활성화된 세포들을 분류하는 기법은, 유례없는 수준의 특이성과 해상도로 상이한 세포유형들의 분리를 가능케 했다. 최근 이 분야에서 이루어진 대표적 성과는 "단일세포의 유전자발현 프로파일링을 가능케 하는 접근방법"인데, 그 핵심적 특징은 "바코드가 부착된(DNA가 태그된) 단클론항체의 칵테일을 통해, 광범위한 표면표지자 단백질(surface-marker protein)이 발현되었다"는 것이다(참고 7).

의학 분야에서, 단클론항체의 역할은 날로 증가하여 수십억 달러짜리 시장을 창출했으며, 시장 규모는 미래에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진단에 미친 영향에 더하여, '항체를 이용한 치료'는 자가면역질환과 암의 치료에서 극적인 성과를 거뒀다(☞ 【부록】 단클론항체의 의학적 이용 참고).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음성적 면역조절의 [항체를 매개로 한] 억제를 통한 암치료법 발견"에 주어졌다. 생물학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런 유형의 면역요법의 밑바탕에 깔린 억제과정의 '메커니즘'과 '효율적 유도방법'은 아직 불투명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이 새로운 도전과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추가적인 표적을 겨냥하는 단클론항체'의 발달을 추동하고 있다.

또한, 단클론항체는 (폰 베링과 키타사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어항체의 개념에 따라) 감염병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개발되고 있다.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AIDS와 같은 유행병들은 광범위중화단클론항체(broadly neutralizing monoclonal antibody)의 개발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항체들을 단일요법이나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광범위한 방어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참고 8).

이러한 방향성을 가진 고강도 연구는 유망한 결과물을 얻었는데, 그중에는 "비항체 수용체(non-antibody receptor)에서 추출한 리간드결합 도메인(ligand-binding domain)으로 가변영역을 대체함으로써, 항체의 특이성을 조작한 사례"가 있다(참고 9). 그러나 면역계 자체도 그와 유사한 트릭을 사용한다(참고 10). 따라서 항체 특이성의 생성과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항체의 설계는 전반적으로 면역계의 실력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참고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항체를 선택하고 조작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분자적·세포적·유전적 접근방법은, 면역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대표적 사례를 들어보면, 다양한 클래스의 인간항체를 부분적·전체적으로 만들었고, 특정 치료목적을 위해 이중특이적(bi-specific)이거나 독소가 결합된(toxin-conjugated) 항체를 만들었고, 항체의 가변영역을 T 세포의 키메라항원 수용체(chimaeric antigen receptor)에 통합하여 「CAR-T 세포요법」이라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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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lonal antibodies for cancer. ADEPT, antibody directed enzyme prodrug therapy; ADCC, antibody dependent cell-mediated cytotoxicity; CDC, complement dependent cytotoxicity; MAb, monoclonal antibody; scFv, single-chain Fv fragment. / © Wikipedia

오늘날 연구자들은, 하이브리도마 기술 대신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단클론항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즉, 면역화된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직접 채취된 '항체생성세포'를 분리하거나 변형한 다음, 그 세포에서 추출한 '항체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적당한 생산자 세포주(producer cell line)에 이식한다(참고 12, 참고 13, 참고 14). 그러나 그들은 1975년의 논문에서 커다란 통찰을 얻어 이 분야에 입문했으므로, 쾰러와 밀스테인의 'SRBC를 포함하는 한천판' 위의 하이브리도마 세포가 자신들의 은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Köhler, G. & Milstein, C. Nature 256, 495–497 (1975); https://doi.org/10.1038%2F256495a0
2. Behring, E. & Kitasato, S. Dtsch Med. Wochenschr. 49, 1113–1114 (1890).
3. https://doi.org/10.1038%2F1931086a0
4. https://doi.org/10.1126%2Fscience.140.3565.405%20
5. http://www.ncbi.nlm.nih.gov/entrez/query.fcgi?cmd=Retrieve&db=PubMed&dopt=Abstract&list_uids=113458
6. https://doi.org/10.1016%2F0076-6879%2881%2973054-4
7. https://doi.org/10.1038%2Fnmeth.4488
8. https://doi.org/10.1126%2Fscience.1178746
9. https://doi.org/10.1038%2Fnature14264
10. https://doi.org/10.1038%2Fnature16450
11. https://doi.org/10.1111%2Fimr.12505
12. https://doi.org/10.1038%2Fnature07930
13. https://doi.org/10.1038%2F269420a0
14. https://doi.org/10.1038%2Fnm1080

※ 출처: Nature 575, 47-49 (201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840-w

【부록】 단클론항체의 의학적 이용

단클론항체(mAb: monoclonal antibody)는 열추적미사일처럼 작동하는 효과적인 항체로서, 하나의 특이적인 분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도록 설계되었다. mAb의 탁월한 점은, 원하는 미세한 분자를 뭐든지 겨냥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만약 당신이 약물(또는 심지어 방사선)을 특정한 종류의 세포에 전달하고 싶다면, 그 세포의 독특한 표지자(marker)에 결합할 수 있는 모양을 가진 mAb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이때, 당신이 겨냥하는 세포들의 위치는 알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당신 대신 발품을 파는 mAb가 전신을 집요하게 수색하여 배달지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변두리 주택가 골목집에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배달원처럼 말이다.

mAb의 적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형광을 발(發)하는 mAb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세포를 가시화할 수 있다. 의사들은 치료용 mAb를 이용하여,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종양의 내부를 체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mAb의 최초 원형(原型)은 1975년 게오르게스 J. F. 쾰러와 세사르 밀스테인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약 50개의 mAb가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매년 서너 개의 mAb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mAb의 시장 규모는 1,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라성 같은 mAb 군단이 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겨냥하는 분자’이고 다른 하나는 ‘배달하는 화물’이다. 먼저 배달 측면에서 보면, 어떤 mAb는 본질적으로 ‘맨몸’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결합하는 세포의 표면에 ‘과녁’을 그리는데, 그것은 백혈구에게 ‘이 놈을 파괴하라’고 알려주는 딱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천연항체와 똑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mAb의 예로는 리툭시맙(rituximab)이 있는데, 일부 B 세포의 표면에 고수준으로 발현되는 CD20이라는 표지를 추적하도록 설계되었다. CD20을 겨냥한다는 것은, B 세포를 과잉생산하는 질병(이를테면 비호지킨림프종)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건 아니고, 암세포에 딱지를 붙여 면역계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리툭시맙은 오늘날 의사의 도구상자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WHO가 우선적 질병(priority disease)에 대해 지정한 필수의약품(Essential Medicines)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항암제의 일종인 화학요법제(chemotherapy agent)를 종양세포에 직접 전달하도록 설계된 mAb도 있다. 예컨대 마일로타르그(Mylotarg)는 백혈구 세포에서 흔히 발견되는 표지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mAb인데, 꼬리 부분에 독침(강력한 항암제)이 달려 있다. 꼬리에 화학요법제가 달린 또 다른 mAb로는 캐싸일라(Kadecyla)가 있는데, 이것은 두 갈래 꼬챙이로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마일로타르그와 다르다. 캐싸일라가 겨냥하는 암세포의 표적은 HER2인데, 이것은 일부 유방암 세포의 표면에서 다량으로 발견되는 성장인자 수용체다. 암세포는 과잉발현된 HER2를 이용하여 정상세포보다 빨리 성장하고 분열하지만, 캐싸일라가 HER2에 결합하면 성장신호의 세포내 유입이 차단된다. 꼬리에 장착된 화학요법제와 함께, 캐싸일라는 세포의 성장을 차단하여 죽음으로 몰고 가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다. 캐싸일라의 과학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연구실을 떠나 임상에 적용되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복잡하고 혼탁했다.

mAb 혁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항암치료 분야이지만, mAb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암 뿐만은 아니다. 인플릭시맙(infliximab)은 캐싸일라와 똑 같은 차단기법을 구사하지만, 꼬리에 화학요법제가 장착되지 않았다. 인플릭시맙의 표적은 TNF-α라는 면역계 전령인데, TNF-α는 류마티스관절염이나 크론병과 같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TNF-α를 차단하면 자가면역질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면역계의 주요 의사소통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건 페이스북의 경우와 비슷하다. 비위에 거슬리는 글을 공유하는 페친들이 많다고 페이스북 계정을 아예 삭제한다면, 시시껄렁한 정보뿐만 아니라 중요한 페친들의 알토란같은 정보도 잃게 된다. 인플릭시맙의 경우, TNF-α와 면역계가 이용하는 채팅방을 차단하면 폐렴이나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하며, 어린이의 경우 림프종이나 백혈병 등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인플릭시맙을 사용하는 환자들 중 대다수는 그런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지만, 면역계의 분자 하나만 조작해도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mAb들은 모두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 선봉에 서있는 것은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 계열에 속하는 mAb이다. 면역관문억제제란 면역계를 도와 종양을 공격하도록 해주는 mAb을 말하는데, 일례로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을 들 수 있다. 종양세포는 부분적으로 면역계의 감시를 피해 번성하는데, 때때로 면역계에 내장된 안전장치(즉, 자가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장치)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종양세포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는, T 세포에게 ‘나는 당신이 찾는 불량세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하는 것이다. 악수를 나눈 T 세포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비활성화 상태(deactivated state)로 들어간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 세포에 결합하여, 종양세포와 ‘멍청한 악수’를 나누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러면 T 세포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게 되므로, 암세포의 정체를 알아보고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후 종양을 관찰해 보면, 처음에는 종양의 크기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건 암이 성장해서 그런 게 아니라, T 세포가 종양 속으로 진격해 들어가는 바람에 종양의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단 종양 속으로 들어간 T 세포가 암세포를 살해하기 시작하면, 종양은 조만간 위축되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펨브롤리주맙은 그 동안 흑색종 치료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흑색종은 피부암의 일종으로, 진행 단계에 들어가면 예후가 불량한 것이 일반적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50퍼센트 이상이 1년 내에 사망했다. 그러나 644명의 환자들에게 펨브롤리주맙을 투여한 임상시험에서, 40퍼센트는 3년 이상 생존하고 15퍼센트는 암의 징후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엄청난 결과였다.

그러나 면역계를 이용하여 종양을 치료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면역관문억제제도 인플릭시맙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즉, 10퍼센트의 환자들은 면역계의 고삐가 풀리면서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 설사에서부터 발진, 호흡곤란에 이르기까지 전신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면역관문억제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은 그로 인한 이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 출처: 캐서린 카버, 『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 “16. 영리학 약물들: 면역학적 연금술”, 현암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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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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