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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단서 - 콜롬비아 여성의 유전자
의학약학 양병찬 (2019-11-05 09:34)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단서 - 콜롬비아 여성의 유전자

2016년 콜롬비아 메데인에 거주하는 73세의 여성이 보스턴으로 날아오자, 연구자들은 그녀의 뇌 영상을 촬영하고 혈액을 분석하고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녀는 특정 유전자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많은 가족 구성원들을 중년의 나이에 치매에 걸리도록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녀는 수십 년 동안 치매를 회피해 왔다. 그 비결이 뭐였을까?

이제 연구자들은 또 다른 희귀한 변이가 그녀를 치매에서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으니, 그것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로 잘 알려진 APOE의 변이다. APOE의 변이가 단독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물리쳤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APOE를 겨냥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새로이 주목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그 아이디어가 너무나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고 말한다.

"《Nature Medicine》에 보고된 이번 사례(참고 1)는 매우 특별하다"라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클래드스턴 연구소(Gladstone Institutes)의 황 야둥(신경과학)은 논평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의 새 길을 활짝 열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인 APOE는 세 가지 흔한 형태를 갖고 있다. APOE2라는 변이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줄이고, 가장 흔한 형태인 APOE3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APOE4는 위험을 상승시킨다. 알츠하이머 환자 중 약 절반은 APOE4의 사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APOE를 겨냥하는 치료법을 생각해왔다. 예컨대, 코넬 대학교의 연구팀은 조만간 2개의 APOE4를 보유한 환자의 뇌척수액에 APOE2 유전자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참고 2)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APOE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그것이 약물표적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아왔다. "APOE 단백질은 지방에 결합하고 그것을 운반하며, 뇌 안에 풍부히 존재한다. 그러나 APOE는 수행하는 역할이 너무 많아 연구자들을 헷갈리게 한다"라고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피닉스 소재 배너 알츠하이머 연구소(Banner Alzheimer’s Institute)의 에릭 레이먼은 말했다. APOE는 끈끈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플라크' 형성을 촉진하며,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틀어막는 것처럼 보인다. 임상시험에서는, 강력한 아밀로이드 억제제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대안의 모색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자들은 APOE를 겨냥하는 치료법을 "가난한 사람들의 항아밀로이드 치료법일 뿐"이라고 폄하하며 도외시해 왔다.

콜롬비아 여성의 사례는, APOE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메커니즘을 제안한다. 그 여성이 포함된 임상연구(참고 3)를 수행한 콜롬비아 메데인 소재 안티오키아 대학교의 연구팀은, 그녀가 속한 대가족의 구성원 중 약 6,000을 추적했다. 그 결과 그중 약 1/5이 프레세닐린 1(PSEN1: presenilin 1)이라는 유전자의 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변이의 보인자(保因者)는, 일반적으로 40대 중반에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의 여성은 PSEN1 변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0세가 될 때까지 치매의 초기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웃라이어임이 분명하다"라고 하버드 의대의 호셉 아르볼레다-벨라스케스(세포생물학)는 말했다. (연구팀은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보스턴에서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해본 결과, 그 여성의 뇌에는 다른 어떤 가족 구성원보다도 많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아밀로이드의 축적 상태는 매우 괄목할 만했다"라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 의대의 야켈 키로스(임상 신경심리학)는 말했다. 그러나 주요 신경손상의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알츠하이머병의 다른 전형적 특징(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은 최소한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모종의 방어 메커니즘 덕분에, 그녀는 '아밀로이드 없는 뇌 유지하기'라는 치료법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대신, 그녀의 사례는 '타우(τ)가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적 발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한다"라고 UCSF의 제니퍼 요코야마(신경유전학)는 말했다.

A woman with an Alzheimer’s-causing mutation and lots of beta-amyloid buildup (red, above) in her brain remained cognitively healthy for decades.

유전체 시퀀싱 결과, 그녀는 희귀한 APOE 변이유전자 사본 두 개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1987년 처음 발견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라는 변이인데, 개인의 APOE2, 3, 4 상태를 결정하는 영역과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다. (그녀는 중립적인 APOE3를 보유하고 있었다.) 선행연구에서는, 크라이스트처치 변이가—그보다 더 흔한 APOE2 변이와 마찬가지로—APOE의 능력(간혹 심장병을 초래하는 지방에 달라붙어, 체외로 배출함)을 손상시킨다고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단서 - 콜롬비아 여성의 유전자

@ Nature Medicine

또한, 크라이스트처치 변이는 APOE가 다른 분자(HSPGs: heparan sulfate proteoglycans)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SPGs는 뉴런과 다른 세포들을 코팅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메이요 클리닉에서 HSPGs와 APOE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부 궈진(신경과학)은 말했다.

어쩌면 APOE2도 APOE와 HSPGs의 결합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메커니즘은 불분명하다. 한 가지 가능한 단서를 제시한 사람들은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마크 다이아몬드(신경과학)와 동료들이다. 그들은 "독성 타우 단백질이 HSPGs에 의존하여 세포 사이에서 확산된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APOE가 HSPGs에 덜 결합할수록 타우가 확산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이렇게 경고한다: "그런 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크라이스트처치 변이는 HSPGs와 무관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도 있으며, 그것 말고 다른 유전자가 그 여성을 알츠하이머병에서 보호했을 수도 있다.

만약 APOE의 정상적인 결합이 정말로 알츠하이머병을 무찌를 수 있다면, 미래의 치료법은 그 효과를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APOE 단백질에 달라붙는 항체나 소분자를 개발하거나, 유전자편집을 이용하여 APOE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크라이스트 변이를 모방할 수도 있다. 또한, 유전자침묵(gene silencing)이라는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APOE의 생성량을 아예 줄일 수도 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APOE와 관련된 연구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이 급증했으면 좋겠다"고 레이먼은 말했다. 그와 키로스와 아르볼레다-벨라스케스와 그밖의 협동연구자들은 11월 2일 출반전 서버에 업로드한 논문에서(참고 4), "APOE2 사본을 두 개 보유한 사람들은 APOE4 사본을 두 개 보유한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99% 낮다"고 보고했다. "알츠하이머병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APOE는 가장 손쉬운 목표(the lowest hanging fruit)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articles/s41591-019-0611-3
2.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634007
3.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1998841
4.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19011015v1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1/colombian-woman-s-genes-offer-new-clues-staving-alzhei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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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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