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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세포를 지도로 만들 수 있을까
Bio통신원(이탈)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밝혀낸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세포가 어떻게 산소 농도에 따라 다르게 감지하느냐는 빈혈이나 암, 뇌중풍 등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인류가 질병 극복에 한 발짝 다가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들은 세포 차원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활성인지 또는 비활성인지 정도뿐이었다.
세포 분석을 통한 지도 만들기는 이미 시작됐다. 2016년 세포지도(Human Cell Atlas) 프로젝트와 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Human BioMolecular Atlas Program, HuBMAP)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인간의 37조 개 세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세밀하게 분석하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에는 신경세포, 지방세포, 적혈구 등 대략 200∼270가지 유형의 세포가 있다. 현재 HCA에는 65개국 1,500명의 과학자들이 세포 단위에서 연구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HuBMAP에 향후 8년간 2억 달러(약 2,378억)를 투입할 예정이다.
위 이미지는 데이터가 수집되고 일관성 있게 축적되는 방법을 보여준다. 우선 조직 세포를 수집한다. 표준이 되는 세포들과 비교 분석한다. 데이터들을 모은다. 단일 세포에 대해, 해상도 높은 3D 매핑 지도를 만든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해 축적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처>
최근 <사이언스>는 HuBMAP가 미국 국립보건원으로부터 다시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이처>에는 관련 논문에 공개됐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세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연결되는지 데이터로 축적해 밝혀내고자 한다. 퍼듀대학교의 분석화학자인 줄리아 라스킨은 HuBMAP의 목표가 “건강한 신체의 시스템을 이루는 (세포 차원에서) 기준치를 정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치에 못 미치면 인간은 질병에 걸린다.
이 이미지는 발달하는 간을 묘사한다. 각 점들이 단일 세포들이다. 색깔은 세포 유형을 나타낸다. 이미지 출처 = <사이언스>
어떤 기준치에서 인간의 몸은 건강한가
연구진들은 뇌, 간, 신장, 종양 전 세포(pretumor) 혹은 암 세포가 있는 조직 등 특정 기관들의 단일 세포들을 연구하고 비교하고자 한다. 각각에 데이터가 쌓이면 인간 바이오분자 수준의 지도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인간 세포들의 지도를 만들려는 노력은 총 3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첫째, 단백질, DNA 변형, 지질, RNA 및 기타 주요 분자에 대해 3D 맵을 만든다. 둘째,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일관성 있게 종합하기 위한 컴퓨터 툴들을 개발한다. 셋째, 세포 차원의 데이터들을 연구하기 위한 기술들을 개발한다.
갈수록 과학계 연구는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정합성을 갖춘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의 피부과 전문의 무즈리야 하니파 교수와 연구팀은 14만개 세포들을 발달 중인 간(a developing liver)에서 추출해 연구했다. 비교적 균일한 기관인 간에는 6종의 세포가 있다. 또한 7만4천 개의 피부, 신장 및 난황세포(卵黃細胞)를 조사해 어떻게 피와 면역체계가 형성되는지 연구했다. 전 세계가 구글 지도 아래 포착된 것처럼 인간의 모든 부위가 이제 지도로 그려질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 분자 수준의 지도를 만들어냄으로써 세포의 유형 혹은 세포의 하위 유형들 간의 관계들, 더 나아가 세포 조직들 간의 관계들을 재정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미경 및 유세포 분석 같은 전통적인 방법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세포지도 만드는 것에 윤리적 문제는 없는가? 3D의 고해상도로 내 몸 안의 세포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는지 안다면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인간의 세포 지도에 대한 연구 윤리를 준비해야 한다. 과연 어떤 세포로 연구할 것인가부터, 연구 결과는 어떻게 활용 될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미지 출처 =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인간의 모든 세포들을 ‘구글 맵’처럼
인간이 세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7세기 후반이다. 그러다가 세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한 것은 19세기 중반이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세포는 30억 년을 넘게 진화하면서 복잡해지고 미묘해졌다. 각각의 역할을 하는 세포는 다른 세포로 대체될 수 없다.
인류의 의학 체계는 그동안 선제적 방식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면 대응하는 처방이었다. 그런데 이제 유전자나 세포 지도가 완성돼 진단 체계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개인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신체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개입하는 셈이다. 예방의학의 차원에선 세포 지도는 분명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떻게 데이터가 축적되는지 그 과정에서부터 면밀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연구 윤리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특정 환자들로부터 동의 없이 추출된 세포 조직을 활용해선 안 된다. ▶ 같은 유형의 세포라 하더라도 개인의 차이가 얼마큼 발생할 수 있는가? ▶ 세포의 매핑은 어느 수준까지 일관성 있게 분석/종합될 수 있는가? ▶ 예견된 질병 위험 때문에 분석되지 않은 세포까지 제거해야 하면 어떻게 하나? ▶ 세포 지도는 전 세계에 오픈되어야 하는가, 특정 국가, 특정 단체만 활용해야 하는가? 등.
과학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인간의 세포 지도 역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허나, 언젠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의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연결되는지 밝혀질지 모를 일이다. 그때가 오면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011/97824407/1
2.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2340.html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10/ambitious-effort-map-human-body-s-individual-cells-gets-backing-nih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629-x
5. 『세포 : 세포에 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을 사진과 그림으로 만나다』(잭 챌로너, 더숲, 2017)
6. 『인체-21세기 해부학』(일본 뉴턴프레스 지음, 아이뉴턴(뉴턴코리아), 2006)
7. 『200세 시대가 온다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저자 토마스 슐츠, 리더스북,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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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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