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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과학자의 권리, 그리고 책임
오피니언 곽민준 (2019-10-16 10:00)

과학자의 권리, 그리고 책임

 ‘과학자는 왜 사회와 소통해야 하는가?’ 지난 몇 달간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혼자 열심히 고민했던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유럽으로 떠난 지난여름, 영국에서 만난 여러 과학 문화 활동가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봤다. ‘연구로서의 과학’이 아닌 ‘문화로서의 과학’을 직업으로 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답은 놀라웠다. 질문을 받은 5명 모두가 같은 세 단어를 강조하여 언급했기 때문이다. 같은 나라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이지만, 각자가 가진 철학과 가치관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전혀 다르게 그들은 문화로서의 과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모두 비슷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었다.

 다섯 사람이 공통으로 언급한 첫 번째 단어는 ‘funding(후원)’이었다. 과학자는 사회가 후원하는 돈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므로 사회와 소통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는 당연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직업을 가진 모든 구성원은 사회가 운영되는데 필요한 어떤 역할을 하는 대가로 경제적 가치인 돈을 지불받는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인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대가로 본인의 임금을 지불받고, 그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구비도 지원받는다. 사회가 원하는 과학을 해야 연구를 여유롭게 할 만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과학이 사회의 관심에 신경을 쓰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사회의 관심이 향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그 맥락에서 내 연구가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인 과학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국내 과학자 중에는 사회 이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이 꽤 많다.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도 사회와 직접 소통하려 노력하는 이들은 매우 적다. 자신들의 연구비가 국민에게서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분명 연구자들이 연구비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 거다. 대부분 과학자는 연구비를 얻기 위해 연구 제안서와 과제 발표 등에 엄청난 신경과 노력을 쏟는다. 내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연구비의 중요성과 사회라는 출처를 모두 아는 과학자들이 사회적 활동에 소극적인 이유는 굳이 어려운 일에 도전할 마음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대중과 연구자의 과학적 관심을 일치시키면 쉽게 연구비를 지원받고 훌륭한 연구를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말로는 이렇게 간단한 사회와의 소통이 사실은 참 힘든 일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써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사회에 나간다고 해서 곧장 자신들이 원하는 연구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받을 수는 없을 거다. 오히려 동료 과학자끼리의 소통보다 대중과 만남을 우선한다고 학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어려움을 고려하면, 사회적 활동으로 연구의 지원을 높이는 것보다, 편하게 동료 과학자들과의 과학적, 정치적 경쟁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훨씬 이득일 거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과학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위해서는 그저 연구실에서 내가 하는 연구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이득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과학 연구의 성과에 심하게 집착한다. 결과 지상주의가 팽배하는 이런 상황에서 학자들이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과학과 사회의 소통에 힘써주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인 듯하다.

 영국의 과학 문화 활동가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두 번째 단어는 ‘research impact(연구의 중요성)’다. 앞서 말한 funding에 관한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인데, 사회가 과학적 연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정하므로 연구자들이 직접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들이 하는 연구가 왜 중요한지, 다시 말해 사회가 왜 자신들의 연구에 돈을 후원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서 과학자들이 알고자 하는 지식과 사회가 큰 관심을 가지는 이슈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과학자가 포기하고 사회가 좋아할 만한 연구만을 하는 거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연구 주제를 정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만약 본인이 정말 알고 싶은 자연 현상이 있다면, 이는 적절하지 못한 대처 방법일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회의 관심을 과학자가 진행 중인 연구로 옮기는 거다. 누군가 정말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흥미로운 질문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직접 사회와 소통하며 자신이 하는 연구가 왜 중요한지, 어떤 면에서 재미있는지 대중에게 알려주고, 만약 대중이 크게 관심 없다면 그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5명의 과학 문화 활동가들을 만나고 난 후, 케임브리지 과학철학 대학 장하석 교수님께 왜 영국 과학계는 funding과 research impact에 약간의 집착을 하는 건지 여쭤보았고, ‘위기감’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수십 년 전 과학에 대한 영국의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못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정부의 지원과 대중의 흥미가 줄어들자 원하는 연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과학 문화 활동에 더욱 힘을 쏟아 진행되는 연구들의 의의와 효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과학의 방향성과 사회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차이가 생기자,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경로로 그 방향을 틀도록 설득했다는 거다. 우리 과학의 방향성은 오로지 기술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은 무시당하고, 연구의 결과는 항상 실용적으로 과장되어 표현된다. 뉴스에 나온 대로라면 인류가 치료하지 못할 질병이 더는 없다. 아직 우리가 우주여행을 못 하는 것도 참 희한한 일이다. 연구의 방향이 실용적인 측면으로 제한되고, 이를 위해 대부분 연구의 성과는 뻥튀기되는 지금 과학의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사랑하는 과학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대중이 과학의 잘못된 측면을 보고 헛된 희망을 꾸면 그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벤치에 앉아 시키는 실험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며 바람직한 과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과학자들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모든 과학 문화 활동가들에게 공통으로 들은 마지막 단어이자, 그들이 가장 강조한 단어는 ‘responsibility(책임)’였다. 과학 연구는 시민의 후원으로 진행되므로 그들에게 지금 연구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줄 책임이 있다는 거다. 과학자의 사회 참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과학자가 자신이 하는 연구를 사회와 대중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건 정말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예를 들어 건축가가 건물의 설계와 건축을 의뢰받았다면, 당연히 그 건축가는 의뢰인에게 단계별로 진행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과학이 논문 등의 방식을 통해 완성된 연구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온 듯하다. 그러나 이건 건축가가 설계를 시작한 이후 건물 완성 때까지 중간보고 하나 없이 모든 작업을 진행하고, 건물이 다 지어진 후에야 의뢰인에게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과학자들은 연구의 진행 상황을 학계나 연구비 지원 기관에 알리고 함께 그 방향에 대해 토의하지만, 사실 그 연구의 첫 출발점은 사회의 funding이다. 연구의 중간 과정을 보고받아야 하는 진짜 대상은 시민인 셈이다. 따라서 모든 과학자는 진행 중인 연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사회에 직접 나가 대중에게 이야기할 책임을 진다.

 과학자는 사회의 funding을 바탕으로 연구한다. 그러므로 사회 구성원에게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도움 되는 행위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자신이 하는 연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research impact를 설명할 필요도 있다. 연구의 성공을 위해 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과학자의 일탈이 아닌 정당한 권리다. 만약 사회가 원하는 과학의 방향성이 과학과 사회의 발전을 해친다고 생각되면 과학자는 사회를 설득해 그 방향을 바꿀 책임도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의 일은 사회가 후원하고 의뢰한 행위이므로 중간 진행 상황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계속 보고하는 것은 그들의 중요한 responsibility 중 하나다. ‘과학자는 왜 사회와 소통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사회와의 소통이 과학자들의 권리이자, 중요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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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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