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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68회> 키메라 전법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9-08-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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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키메라 청동상과 키메라항원수용체&gt;1)


오랫동안 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 화학요법 그리고 방사선치료법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은 글리백이나 허셉틴과 같이 특정 분자적 변화를 가진 암세포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가 암 치료에 있어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은, 암 치료법의 다섯 번째 기둥(The fifth pillar)이라 불리며, 암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암을 공격하는 방법인 면역치료요법(Immunotherapy)이 급부상하였다.

이러한 면역치료요법은 인체 면역세포를 조작하여 당초와는 약간 달라진 면역세포를 암환자에게 ‘입양’시키듯 넣어줌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입양세포치료법(ACT; Adoptive Cell Transfer)의 일종이다. 입양세포치료법에는 침윤림프구(TILs; Tumor-Infiltrating Lymphocytes)나 T 세포 수용체(TCRs; T Cell Receptors)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임상개발에 있어 가장 진보된 것은 키메라항원수용체(CARs; Chimeric Antigen Receptors)를 이용하는 카티 세포요법(CAR-T cell therapy)이다.

2017년 미국 FDA는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과 성인 진행성 림프종(Advanced lymphomas)을 치료할 수 있는 두 건의 카티 세포치료제를 승인한 바 있으며, 향후 수 년 내에 추가적인 치료제 개발 등 면역세포치료요법에 있어 극적인 진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카티 세포를 ‘살아있는 약물(A living drug)’로 묘사하는데, 이는 우리 몸 면역시스템의 일꾼(the Workhorses)인 T 세포 자체가 약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일련의 가공을 거친 T 세포를 약물로 쓰는 것인데, 그 가공의 대략적인 과정은 이렇다. 암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분리하여, 암세포 특이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특수한 수용체를 장착한 후, 이를 실험실에서 수억 배로 불려서 다시 암환자의 몸속에 넣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무기가 바로 키메라항원수용체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통 및 뱀의 꼬리를 가진 키메라 괴물 유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수용체는 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여러 기능의 도메인을 합쳐 한 몸을 이룬 것이다. 사자로서 먹이를 포착하고 입으로 물어뜯을, 항원인식도메인(Antigen Recognition Domain)은 T 세포 바깥쪽에 위치하며,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고 거기에 달라붙는다(Recognize and attach). 제일 안쪽 신호전달도메인(Signaling domain)은, 날랜 뱀으로서, 바깥으로부터의 신호를 신속히 전달하여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고 T 세포가 추가로 생산되도록 한다. 사자와 뱀 사이에는 염소가 있어 이들을 돕는데, 이들 도메인 사이에는 협력신호전달 도메인(Co-stimulatory signaling domain)이 있어, 더 많은 T 세포가 생산되도록 하며, T 세포가 몸속에서 더 오랜 기간 생존하도록 돕는다.2)

수능시험을 100일도 안 남긴 상황에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3 딸과 아내의 모습을 보며, 이 ‘키메라 전법’을 떠올렸다.

사자인 딸은, 일찌감치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인식하여 정하고 재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뱀인 엄마는, 신속하게 아이가 보낸 신호를 받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합격이 가능한 후보대학을 제시하는 등 상세히 길을 안내한다. 사자와 뱀 사이에 낀 염소, 아빠인 나는, 딱히 핵심적인 역할은 없지만, 그야말로 이 둘의 충실한 협력자다. 딸과 아내가 긴 입시의 여정에서 지치지 않도록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 준다던지, 아내의 일들을 돕는다. 물론 딸과 아내는 사자와 뱀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정신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아빠와 남편으로서, 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해주는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은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人生樂在相知心; 살아가는 즐거움은 서로 마음 알아주는데 있으리...”3)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긴 인생여정에 있는 수많은 문턱들 중 이제 겨우 하나를 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효과적인 ‘키메라 전법’ 구사로 고3 딸의 성공적인 대학 입학을 기대해본다.

 

 

 

※ 참고
1) https://ko.wikipedia.org/wiki/아레초의_키마이라 와 https://cellculturedish.com/fda-approves-first-car-t-cell-therapy-the-evolution-of-car-t-cell-therapy/ 의 사진과 그림을 편집함
2) 이상의 내용은 링크(https://www.cancer.gov/about-cancer/treatment/research/car-t-cells)를 참조함
3) 고문진보 전집, 황견 엮음, 이장우 등 옮김, 을유문화사, p895, 왕안석의 명비의 노래 2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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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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