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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충실성』으로 범주-일반화, 공포 본능 극복
오피니언 이탈 (2019-08-20)

“모두가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 『팩트풀니스』(김영사, 2019.03.10.), p.21.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분명한 건 낙관론과 비관론의 극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이자 통계학자였던 故 한스 로슬링 교수는 세계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평생 노력했다. 그는 저서 『팩트풀니스』를 통해 지식인들이 이 세계를 너무 모르고 있으며, 이 세상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책은 그의 아들 올라 로슬링, 며느리인 안나로슬링 뢴룬드가 함께 썼다. ‘Factfulness’는 사실충실성으로 번역됐다. 

“전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답한다. 여전히 다수가 저소득 국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9% 정도다. 중간 소득 국가 그리고 고소득 국가 인류를 합하면 무려 91%라는 의미다.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라는 질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절반 이하만이 전기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80% 이상의 사람이 전기를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이처럼 오류가 많다. 한스 로슬링은 자극적인 뉴스처럼 이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실충실성(팩트풀니스)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pp. 344 ∼ pp. 345) 사실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은 ▶ 심호흡을 하라 ▶ 데이터를 고집하라 ▶ 점쟁이를 조심하라 ▶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이다.   

 

x축은 수입별 분포, y축은 기대 수명별 분포를 나타낸다

x축은 수입별 분포, y축은 기대 수명별 분포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레벨 4, 오른쪽 상단에 위치해 있다. 이미지 = 갭마인더 제공. 

 

두 집단으로 세상을 편하게 나누다

세상을 범주화 할 때 처음 접한 정보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강하게 굳어진다. 이 때문에 기준에 반하는 새로운 진실을 들었음에도 범주화 된 인식은 쉬이 바뀌지 못하고 여전히 기존의 세계관 내에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한’ 지식들은 낡은 채로 수십 년 이상 묵으며 본능으로 굳어버린다. 심지어 배웠다는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를 지니고 있다. 
 
인간의 여러 본능 가운데 특정 상태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본능이 있다.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세상을 나누어 보는 본능이다. 세계를 예로 들 경우, 우리는 세상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자주 나누어 생각한다. 그리고서 양측을 잇는 두 간극 사이에 대다수의 인구집단이 있음을 망각한다. 이러한 본능은 별 생각 없이 직관적으로 상태를 구분을 지어서 편리함을 주지만 인류 간 충돌을 야기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세상을 나누는 우리의 본능은 나아가 비난 본능으로 발전한다. 비난 본능은 인간 사회뿐 아니라 생태계 문제에까지 적용된다. 기후변화가 발생한 계기를 특정 국가나 민족에게 떠넘기며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생겨나는 순간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 사람들이 지난 50년간 배출한 양이다. 캐나다 시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늘날 여전히 중국보다 2배 많고, 인도보다 8배 많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후진국 부류는 현실적 계획을 세운다는 이유에서 우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비난받는 부류로 놓이게 된다. 

 

갭마이더재단은 50개국 264가정을 방문해 3만장의 사진들을 취합했다

갭마이더재단은 50개국 264가정을 방문해 3만장의 사진들을 취합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당 수입을 기준으로 왼쪽(가난한 가정)에서 오른쪽(부유한 가정)을 구분해 보였다. 이 사진들의 의미는 수입이 적다고 해서 생활의 모습이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끔찍하진 않다는 점이다. 사진 = 갭마인더 제공.

 

대중에게 내재된 공포 본능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비해 두려움과 공포 본능은 대중에게 필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 세계는 오존 파괴 물질과 휘발유에 첨가하는 납을 꾸준히 관리 중이다. 심지어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물질들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졌다.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과도한 공포 본능으로 대중은 습관적으로 모든 문제를 기후 탓으로 돌려버리고 있었다. △ 난민 △ IS △ 에볼라 △ HIV  △상어 공격 등 모든 세계 문제의 단일한 원인을 기후변화 꼽으며 이러한 결과를 야기하는 다른 주요 원인들을 간과해버리곤 했다. 이는 정부로 하여금 올바른 대책을 취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생태 문제와 사회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공포 본능도 한 몫 한다. 공포 본능은 전 세계가 위대한 발전을 이루도록 협력의 계기를 준다. 그러나 때로는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과하게 주목하게끔 유도한다. 불필요한 상황에 지나치게 주목하게 되면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예를 들어, 1940년대에 성가신 곤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로 DDT가 온갖 농작물과 가정에 살포되었다. 그러던 중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대중들 사이로 화학물질 공포증이 생겨났다. 언론에서는 ‘화학물질이 첨가된~’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대중의 공포를 지속적으로 야기했다. 그러면서 화학물질 오염을 어류 남획이나 야생동물의 죽음보다도 중요한 관심대상으로 부상시켰다. 대중은 ‘화학물질’이라는 말이 들어간 식품이나 물건들이 비록 몸에 해는 없더라도 우선적으로 공포부터 느끼게 되었다. 

화학물질 연구 가운데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많으며, 이러한 물질들이 그렇게 위험하지만은 않다. 모든 물질이 실제로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화학물질 하나로 모든 화학물질이 안전하다고도 결론 내릴 수 없듯이, 안전하지 않은 화학물질 하나로 모든 화학물질이 안전하지 않다고는 쉽게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러한 희소식들은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대중에게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선별적인 언론 보도, 긍정적이었던 화학물질에 대한 반전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관이 강하다. 

 

범주화된 세계관이 낳은 일반화

 

범주화된 세계관이 낳은 ‘일반화’

불 위에 삼각대를 놓고 그 위에 주전자를 놓아 물을 끓이는 중국의 특정 집단을 보고 ‘저것이 중국 문화군.’하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화다. 우리의 논리에는 광범위한 일반화가 숨어 있다. 가령 고양이와 강아지를 애완동물 범주에 넣음으로써 비슷한 부류로 생각하고 같은 부류로 아예 대우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일반화는 생태계에 대한 오염 정도나 종의 분포를 잘 못 해석하게끔 이끈다.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고라니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서 타국에 일반화할 경우 고라니를 함부로 잡아버리는 무지를 범하게 된다. 

일반화가 잘 못 적용되어 무서운 결과를 야기한 사회적인 사례도 있다. 전쟁 중 의식을 잃은 군인이 똑바로 누운 채 구토를 하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기에게 적용한 사례다. 의식을 잃은 군인과 달리 잠자는 아기는 반사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구토가 나면 옆으로 돌아누울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1985년 홍콩의 소아과 의사들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그때까지 사람들은 아기를 엎어 놓곤 했다. 

우리는 특정 상태를 바라보며 ‘저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해 왔기에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는 인식을 지닌다. 아프리카는 절대 유럽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변화는 때로 아주 느리다. 그래서 늘 똑같은 상태처럼 보인다. 중요한 것은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시간이 흐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이다. 생태계와 세상을 보는 진부한 인식이 여러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들을 앞서는 한 우리는 진짜 미래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다. 좀 더 사실에 충실한 정보들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알려야 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추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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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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