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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윤리적 달걀, 수평아리를 대량학살에서 구할 수 있을까?
생명과학 양병찬 (2019-08-16)

부화장에서, 전문인 성감별사들은 병아리의 항문(총배설강)을 손가락으로 눌러 감(感)으로 암수를 가려낸다. 그리하여 암평아리들은 농장에 판매되고, 수평아리들은 파쇄기나 아우슈비츠(가스실)로 들어가 살처분된다. 전세계에서 매년 약 70억 마리의 수평아리들이 이런 식으로 일찌감치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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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수백 개의 식료품점에서, 점주(店主)들은 몇 센트를 추가로 지불하고 하트(♡) 무늬와 리스펙트(RespEggt)라는 글자가 찍힌 달걀을 수령할 수 있다. 하트와 리스펙트는 "대량학살의 운명에 처한 수탉과 나란히 부화되지 않은 암탉에 의해 산란됐음"을 알려주는 마크다. 이러한 "윤리적 달걀"들은 이번 주 베를린 외부의 상점에서 처음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올해 말에는 독일 전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과학자들이 까다로운 ‘병아리와 달걀 문제(chick-and-egg problem)’를 해결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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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산란용 암탉들은 엄청난 양의 달걀을 낳도록 육종되었지만, 그들의 오라비와 남동생들은 무용지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체중이 (닭고기용으로 사육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화장에서는 전문적인 감별사들을 동원하여 하룻병아리들을 수동으로 분류하는데, 그 방법은 병아리의 항문(총배설강)을 손가락으로 눌러 감(感)으로 암수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암평아리들은 농장에 판매되고, 양계업계의 추산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매년 약 70억 마리의 수평아리들이 파쇄기나 가스실로 들어가 살처분된다.

병아리가 21일째에 부화되기 전에 암수를 감별할 수 있다면, 이상과 같은 대량학살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부화장에서는 성감별사를 더 이상 고용할 필요가 없고, 수평아리가 될 달걀을 부화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달걀을 '동물용 사료 생산자', '화장품 업계', '백신 제조사'들에게 원재료로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의 한 협동조합인 UEP(United Egg Producers)에서는 2020년까지 수평아리의 살처분 근절을 원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에서는 수평아리의 대량학살을 불법화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사람들의 요망사항은 똑같으며, 올바른 기술이 지금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워싱턴 D.C. 소재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 및 농업연구 재단(FFAR: Foundation for Food and Agriculture Research)에서 과학프로그램을 지휘하는 티모시 커트는 말했다.

리스펙트 달걀의 뒤에 숨어있는 기술은, 성호르몬에 기반하여 암수를 구별하는 것이다. 정부와 양계업계가 제공하는 연구기금은, 그밖에도 - 레이저 분광학에서부터 MRI 검사와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FFAR이 주최한 경진대회에서는 다음달, 10개국 21개 팀 중에서 최종결선에 진출한 여섯 개 팀에게 종자기금(seed funding)을 제공할 것이다. 그 대회의 명칭은 달걀기술상(Egg-Tech Prize)으로, 쓸 만한 방법을 제안한 팀에게 최대 60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

리스펙트라는 브랜드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들은, 독일 라이프니츠 대학교의 알무트 아인슈파니어(수의내분비학)와 동료들이다. "암배아는 배아발생 9일 째에 에스트론 설페이트(estrone sulfate)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달걀 속의 액체(본질적으로 '배아의 소변'이라고 할 수 있다)에 축적된다. 따라서 그것을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탐지함으로써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라고 아인슈파니어는 말했다. 독일의 식료품점 체인인 레베(Rewe)와 부화설비 공급업체인 해치테크(HatchTech)는 쾰른에 실렉트(SelEGGt)라는 업체를 설립하여, 아인슈파니어의 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해치테크는 로봇을 개발했는데, 그 로봇은 달걀껍질에 레이저를 발사하여 (바늘구멍보다 훨씬 더 작은) 구멍을 뚫는다. 그런 다음 미량의 액체를 흡입하여 용액을 첨가하는데, 그 용액은 에스트론 설페이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파란 색으로 변한다. 그 결과 감별된 암달걀은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고, 수달걀은 냉동 가공되어 동물 사료용 분말로 생산된다.

젤레크트의 전무이사인 루트거 브렐로에 따르면, 이와 같은 시스템은 부화장에서 시간당 3,000개의 달걀을 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감별된 암탉이 가임연령에 이르면, 젤레크트는 독일 전역의 5000여 개 식료품점에 달걀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부화장에서는 시간당 50,000개의 달걀을 처리하는데, 이것은 현행 시스템의 능력을 한참 벗어난다. 더욱이 일부 동물복지 옹호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 내용인즉 "9일째 되는 배아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화장에서는 9일 동안 불필요한 인큐베이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의 게랄드 슈타이너(의료영상화 전문가)는 4일째에 작동하는 검사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알껍질의 엄지손톱만 한 구멍을 통해 레이저를 발사하여, 혈액세포에서 나오는 형광신호를 측정한다. 이 신호는 암수 간에 다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수컷이 암컷보다 약간 더 빨리 성장하여 특정한 혈액세포를 더 일찍 형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암달걀의 경우, 그 구멍은 의료용 테이프로 밀봉된 다음 인큐베이터로 들어간다. 슈타이너 팀은 유럽 최대의 앙계업체의 독일 자회사인 어그리 어드밴스트 테크놀로지스(AAT)와 손을 잡고, 원형 시스템(prototype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 비스베크에 있는 AAT의 전무이사 외르크 후를린에 따르면, 감별시스템의 정확성은 높지만 지금까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 오스틴 소재 오바브라이트(Ovabrite)에서는 알껍질을 보존하면서 인큐베이션 이전에 암수를 감별하는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그 기술의 요체는 질량분광석법(mass spectrometry)으로, 알껍질에서 누출되는 성특이적 휘발성 분자(sex-specific volatile molecule)를 포착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그 분자는 메추라기 알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과학자들에 따르면 어미새가 후각을 통해 배아의 발육상태와 성별에 대한 단서를 파악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큐베이션 이전이 알에서 나오는 미약한 신호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탐지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과제이며, 냉장을 필요로 한다"라고 오바브라이트의 사장인 조너선 후프스는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전공학이 복잡한 로봇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예측하고 있다. 호주와 이스라엘의 연구팀은 CRISPR라는 유전자편집 기법을 이용하여 암탉의 성염색체를 변형함으로써, 새끼들에게 형광을 비출 때 빛을 발하는 표지유전자(marker gene)를 보유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할 경우, 부화장에서 간단한 탐지기를 이용하여 형광을 발하는 수달걀을 감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 배아에서 충분히 강력한 신호를 내는 표지를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예루살렘에 있는 엑시트(eggXYt)라는 업체의 CEO인 예후다 엘람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엑시트에서는 그 해법을 발견했지만, 부화장 테스트에 근접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감안할 때, 그러한 접근방법이 유럽에서 용인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그와 유사한 기술을 연구하는 호주 동물건강연구소의 마크 티자드(유전학)에 따르면, 북아메리카와 호주에서는 용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산란용 암탉이 됐든 소비용 달걀이 됐든, 변형된 유전자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삽입된 표지유전자를 보유하는 것은 수탉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다른 비침습적 아이디어도 여전히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터키의 과학자들은,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암달걀과 수달걀의 미세한 형태차이를 탐지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편 독일의 연구자들은 MRI 촬영기를 이용하여 온전한 달걀의 성별을 탐지했다고 한다.

그러는 가운데 정치적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의 한 법원에서는 "하룻병아리의 살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국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부화장에 허용한 예외는 "실행가능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살처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 돌파구에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살처분 금지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라고 아인슈파니어는 말했다. “그럴 경우, 부화장이 '덜 엄격한 법률'이 시행되는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조만간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8/ethical-eggs-could-save-male-chicks-mass-slau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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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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