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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중국의 CRISPR 혁명
생명과학 양병찬 (2019-08-05 09:30)

중국의 CRISPR 혁명

중국, CRISPR를 수확하다: 농작물과 동물의 유전체편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정부

이번 주 《Science》의 표지를 장식한 것은, 토마토 싹이다. 베이징의 한 연구실에서, 세균감염에 저항하도록 유전체가 편집된 토마토의 씨앗이 발아하고 있다. 중국은 CRISPR를 이용하여 농작물의 형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중국의 과학자들은 많은 질병모델 동물을 만들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돼지의 장기'다. 그밖에도, 인간배아편집이 세계적인 스캔들을 일으켰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발빠르게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식물·동물·인간의 유전체를 편집하는 것이 지금처럼 쉬웠던 적은 없다. 발명특허 면에서 볼 때, 최근 급성장한 중국의 CRISPR 계(界)는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중국의 약진

1. CRISPR와 관련된 발명특허
2018년 12월 현재 CRISPR와 관련된 특허출원은 약 2,000여 건인데, 그중 미국은 872건으로, 858인 중국을 가까스로 앞섰다. 참고로, 유럽은 186건이다.



2. CRISPR와 관련된 논문
2012~2018년 CRISPR와 관련된 논문을 가장 많이 출판한 나라는 미국(2,967편)이고, 그 다음은 중국(2,059편)이다. 2위인 중국의 최근 신장세가 두드러져, 2018년에는 미국이 898편, 중국이 824편이었다.

3. 그러나 논문의 피인용 건수에서는...
2012~2018년의 논문 피인용 건수에서, 미국은 74,919건으로 2위인 중국(14,742건)을 훨씬 앞질렀다. 2017년의 경우, 최다 피인용 논문 20편 중 15편은 미국 연구자들의 논문이었고,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의 과학자는 단 한 명 - 중국과학원의 식물학자 가오 카이시아(高彩夏)였다.

4. 중국 과학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분야는?
CRISPR와 관련된 논문들을 분야(기술향상, 의학적 적용, 농업적 적용, 산업적 적용)별로 나눠볼 때, 중국 과학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분야는 농업이다. 2014~2017년 출판된 '농업작물의 형질향상'에 관한 논문은 총 52건인데, 중국은 22건으로 그중 42%를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는 "CRISPR + 중국 = 생물리학자 허지안쿠이(贺建奎)"라는 등식이 각인되어 있다. 贺는 지난해 유전체편집기를 이용하여 두 개의 인간배아에서 DNA를 변형함으로써, 쌍둥이 소녀를 탄생시킨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 사실을 스스로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贺는 중국의 CRISPR 계에서 듣보잡이었다.

중국의 CRISPR 계를 진정으로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는, 베이징에 있는 중국과학원 산하 유전학및발육생물학연구소(遗传学与发育生物学研究所)의 식물학자 리쟈양(李家洋)이 있다(참고 1).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우수하고 총명한 중국의 청년과학자들이 그래왔듯이, 李는 1985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중국을 떠났다가 1995년 귀국하여 식물의 DNA를 조작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 중국농업과학원장 직을 사임한 李에 따르면,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식물의 유전체를 정확히 편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벼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그의 노력에, 간단하고 빠른 유전체편집기인 CRISPR는 터보엔진을 달아줬다. "이제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연구실에서는 20여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세계의 CRISPR 연구실에서는 밤늦도록 전등이 꺼지지 않는다. 2012년, 연구자들은 세균의 면역계를 변형하여 빠르고 다재다능한 유전체편집 도구를 만들었다. 그 해에 CRISPR를 언급한 과학출판물은 모두 127건이었지만, 그 이후 14,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CRISPR 논문을 출판했고 현재에도 가장 많은 피인용 논문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중국이 그 뒤를 바짝 따르며 CRISPR의 사용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Science》는 퓰리처 센터의 도움을 받아,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CRISPR를 활용하는 중국의 과학자들을 만나보기위해 다섯 개 도시를 방문했다. 중국이 가장 역점을 두는 유전체편집 분야는 농업이다(참고 2). 그러나 중국의 연구자들은 동물에도 대규모로 유전체편집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야심찬 목표는 인간에게 이식하기 위한 돼지의 장기를 확보하는 것이다(참고 3). 그리고 중국은 의학에서도 공격적으로 유전체편집을 연구하고 있는데, 주로 암 치료를 위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참고 4).

비록 贺의 연구는 주류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만, 그의 돌출행동은 중국인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참고 5). 그의 등장과 몰락을 둘러싼 비밀도 마찬가지인데, 그가 실험에 착수하기까지 중국은 물론 해외의 인물들이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널리 공유했는데, 많은 절친들이 그의 시도를 단념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일부는 오히려 그를 부추겼다고 한다(참고 6).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과장함으로써 贺와 같은 괴물 연구자를 탄생시킨, 중국의 과학적 풍토를 반성해야 한다"라고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学)의 유전학자 웨이원성(魏文生)은 말했다. "그런 끔찍하거나 못된 행동을 세계 최초로 저지른다는 게 왜 자랑스러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그 저의가 뭘까?"

"중국이 빨리 賀의 악몽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라고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청년 CRISPR 연구자인 상하이 신경과학연구소의 양후이(杨辉)는 말했다. "중국의 연구자들이 CRISPR에 관한 논문을 많이 발표한 건 사실이지만, 존경받을 만한 획기적인 연구를 수행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 세대는 더욱 창의적인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杨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연구의 품질이 급격히 향상되었음을 목격했다고 한다. 중국이 유전체편집이라는 과학의 프론티어에 깃발을 꽂게 되면서, 李와 같은 해외파는 조만간 예외적인 존재가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대신 중국에 머무르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에 좋은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杨은 말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열심히 공부하는 우수학생들을 다수 확보하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baike.baidu.com/item/李家洋/3395633
2. http://www.sciencemag.org/content/365/6452/422
3. http://www.sciencemag.org/content/365/6452/426
4. http://www.sciencemag.org/content/358/6359/20
5. http://www.sciencemag.org/content/365/6452/436
6. http://www.sciencemag.org/content/365/6452/430

※  출처: Science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5/645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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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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