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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은 과연 동물을 보호하고 있나
Bio통신원(이탈)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견이 130만 4,077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등록된 반려견이나 구조·보호 유실·유기동물은 전년대비 각각 39.8%, 18% 증가했다. 즉, 전국적으로 반려견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버려지는 동물 또한 많다는 것이다.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 분양(27.6%) ▶ 자연사(23.9%) ▶ 안락사(20.2%) ▶ 소유주 인도(13.0%) ▶ 보호 중(11.7%)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사와 안락사를 합치면 44.1%다. 즉, 구조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병으로 죽거나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된 동물보호센터는 298개소이다. 운영비용은 꾸준히 증가해, 작년은 200억 4천만 원이었다. 동물보호센터는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견은 등록이 의무화 되어 있다. 또한 정부는 매년 동물보호, 복지 실태에 대한 부분을 조사하여 공개해야 한다. 지역별 반려견 등록 현황을 보면, △ 경기(46,183) △ 서울(30,560) △ 인천(9,297) △ 부산(7,732) 순으로 나타났다. 즉,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동물을 많이 키우는데, 그나마 땅이 넉넉한 경기도 중심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다.
연도별 동물보호센터 유실·유기동물 주요 보호형태 현황을 보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되는 비율이 높다. 즉 구조되어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들은 구조되어도 결국 많이 죽는다
현재 청와대에선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465) 잔인하게 길거리의 동물들을 살해했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살아 있는 생명의 꼬리를 잡아 패대기를 쳐 죽이는 인간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법정 최고형이 최대 징역 2년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고양이 300마리를 삶아 죽여도, 강아지 78마리를 굶겨 죽여도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에게 끓는 물을 붓고, 또 다른 동물에게 물어 죽게 만들어도 집행유예가 고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현실과 인식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물보호법에 대한 연구조차 미미한 실정이다. 우선 ‘동물’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 동물보호법 제2조에선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포유류, 조류는 이 테두리 안에 포함된다.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에 해당한다.
해외에선 ‘침팬지에 관한 법’, ‘말에 관한 법’ 등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엔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이 있다. 물론 지역적이고 문화적 특성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반려견이 130만 마리, 반려동물 인구수가 1천만 명에 달하는 현실에 비하면 매우 빈약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거꾸로 동물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면 이 역시 강력하게 규제하는 게 동물 선진국들의 현실이다. 인간이 동물을 해할 수 없듯이, 동물 역시 인간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선 개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그 정도에 따라 안락사를 시키거나 해당 동물 주인이 더 이상 개를 못 키우게 명한다고 한다.
2019년 7월 초쯤, 군산에서 한 고양이가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맸다. 동물자유연대는 범인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정식 고발했다. 사건은 현재 조사 중이다.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사진 =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법은 더욱 강력해져야 하나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의 저자 폴커 키츠는 “인간의 존엄성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동물을 반려생물로서 인간과 똑같이 존중할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제 동물 보호는 헌법에 명시된 다른 조항들(예로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예술의 자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렇다고 동물 없는 인간 사회가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동물보호법은 현재 동물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현행 민법에선 동물을 권리의 객체인 '물건'으로, 형법에선 '재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동물을 괴롭히면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동물은 분명 지각과 의식이 있는 존재이며, 고통을 느낄 줄 안다. 동물을 물건이나 재물로 간주하는 한 절대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보호할 수 없다.
‘반려(伴侶)’의 사전적 정의는 “짝이 되는 동무”다. 그 누구도 나의 짝인 동무 혹은 친구를 패대기치지 않으며, 삶아 죽이지 않는다. ‘애완(愛玩)’은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을 뜻한다. 반려는 동등한 관계, 애완은 종속적 관계 설정의 뉘앙스를 지닌다. 지각 있는 존재는 언제나 동등한 관계를 원한다.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에서는 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한 다섯 가지 자유를 제시한 바 있다. 1.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2.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3. 통증, 부상 또는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 정상적 행동을 표현한 자유 5.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다섯 가지 자유 원칙은 농장동물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동물, 더 나아간 인간에게까지 적용 가능한 원칙이 아닐까 한다. 단, 그 생명은 물건이나 재물이 아니어야 가능할 것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2018년 반려동물 보호 ․ 복지 실태조사 결과>(농림축산식품부, 2019. 7. 23.)
2. https://mn.kbs.co.kr/news/view.do?ncd=4119441
3. 『동물법 이야기』(김동훈(변호사), 펫러브, 2013.03.05.) pp. 1∼28, p. 156.
4.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들)』(폴커 키츠(작가) 저 한스미디어 2017.01.18.) pp. 120∼123.
5.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19권 제4호, 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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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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